브라더 사우스(18)
브라더 사우스가 전화했다. 오랜만은 아니고 1~2주 됐으려나. 저번 상담에 관한 결과 보고다. 그는 말했다. “상담 선생님, 도와줘요.” 꽤나 듣기 좋은 말이다.
그를 알게 된 지는 9년 정도 됐다. 와이프를 제외하면 유일한 친구이기도 하다. 사는 곳은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우리 집에서 차로 3시간은 가야 한다. 몸은 멀지만, 마음은 멀어지지 않은 그런 사이랄까.
그를 처음 만난 건 요가 모임에서였다. 나도 그도 전혀 요가할 것 같이 안 생겼지만, 우리는 요가 모임에서 만났고, 곧 친구가 됐다. 나는 남의 상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성격이었고, 그는 선택을 앞두고 내가 하는 막말을 재밌게 들었다.
그런 사우스는 최근 인생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바로 결혼이다. 정확히는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다. 미디어에 쏟아져 나오는 많은 연애 프로그램에서 가벼운 만남을 추구하라고 하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사람들도 있다. 나와 사우스가 그렇다.
최근 사우스는 많은 주선을 받은 끝에 그런 상대를 만났다. 초면에 올블랙으로 입고 나온 그녀를 보고 망했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취향이었다는 후문. 어떻게 알았는지는 비밀이다.
서른다섯 결혼 적령기에 시작한 첫 연애이기에 사우스는 진지했다. 나도 그가 첫 연애에서 결혼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다만 그러기 위해선 알아야 하는 게 많았다. 사우스는 묻는다. “이러이러한 고민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나는 보통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런저런 얘기를 해 줄 순 있지만, 순전히 내 경우에만 해당하고 형네 사정은 다를 수 있으니 일단 문제를 갖고 둘이 대화해보라”고.
지극히 상식적인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은 답변도 없다고 믿는다. 오히려 다른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관계가 틀어지리라. 그런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서둘러 갈 길 가는 게 서로에게 좋으니까.
다행히 사우스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봐라 하니까 되지 않느냐’는 말을 마음속으로 삼키며 결과 보고를 듣는다.
사우스는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녀와 협의가 된 내용이니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그렇게 되리라. 다만 사우스에게 말하지 않는 게 있다. 연애는 길어야 수년이지만 결혼은 다르다는 걸. 그걸 머리로는 알아도 걷는 건 다를 수 있다는 걸.
상담 선생님은 할 말이 많아질 것 같아 두근두근하다.
기록이 길이 된다면 나는 그 길을 따라가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