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쓴 글을 피드백하는 시간을 가끔 갖습니다. 전체적으로 쭉 훑어보고 느낌을 본 후 요소요소를 따지는 식입니다. 느낌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다시 봐도 괜찮게 썼다 싶을 때가 말이죠.
문제는 제 글을 읽는 집사의 표정입니다. 손에 쥐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뺏어가면 짓는 표정입니다. 집사가 재밌게 읽었으면 해서 글을 씁니다만, 정작 집사는 제 글을 보는 걸 ‘일 시킨다’고 표현합니다.
물론 집사는 재미있었던 부분과 재미없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말해줍니다.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수위 조절도 해가면서 말이죠. 너무 돌려서 말한다 싶으면 저는 “~~ 부분이 공감이 안 되는 거지” 묻습니다. 집사는 마지못해 그렇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젠 집사가 어떻게 읽는지만 봐도 감이 옵니다. 집사가 웃으면서 보면 잘 쓴 거고, 조용히 보면 아닌 겁니다. 보통은 조용히 읽기만 합니다.
재미없는 글을 볼 때면 집사는 얘기합니다. 당신 논리가 궁금한 게 아니라고 말이죠. 글이라는 게 당연히 제 생각을 적는 게 아닙니까? 그런데 논리를 빼라고 하니 어려워집니다.
집사는 ‘제 이야기’를 쓰라고 늘 말합니다. 논리가 아니라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말이죠.
전 그게 어렵습니다. 제 이야기를 쓰는 게 말이죠. 친구는 제게 일기라도 써보라고 했습니다. 논리 말고 있었던 일을 쭉 나열해 보라고 말이죠.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퇴근하고 글 쓰고 잔다. 요 범주 안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하면서 중간중간 블로그를 하거나 짬이 나면 글을 쓰기도 합니다. 오후가 지나 나를 찾는 사람이 없으면 숨어버리기도 하죠. 생각해 보니 ‘월급루팡’이군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브런치 심사 결과 메일이 왔습니다.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겠답니다. 이번에도 모시지 못하겠단 거죠. 5번을 넘어간 이후 숫자 세는 걸 포기했습니다. 집사가 제 글을 재미없어하니 아마 브런치 심사자도 비슷할 겁니다.
제 이야기를 써야겠군요. 집사는 제 사랑 논리보다는 그 편이 재밌을 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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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