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싸움을 했다.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 사소한 일인데, 큰 싸움으로 번졌다. 신랑의 뼈 있는 말에 나의 가치가 무시당한 것 같아 감정을 다쳤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하찮게 여기는 신랑의 말에 화가 났다. 나는 참지 않았다. 평소에는 화를 잘 내지 않던 내가 불같이 화내자 신랑은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하라"라는 말을 했다.
계속 대화하다가는 감정의 골만 깊어질 것 같아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우당탕탕 시끄러운 소리에 나가보니 신랑은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애꿎은 물건들에 성질을 부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너까지 힘들게 하냐?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겠다"라는 말을 듣고, 나는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평소라면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거나 억울함에 씩씩거리다 잠들었겠지만, <대화에 서툰 게 아니라 감정에 서툰 겁니다> 책을 펼쳐 들었다. 2/3 정도 읽다가 덮어두었는데, 나머지도 마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언제나 책에서 답을 찾았다. 분야를 불문하고 어떤 책을 읽든, 그 상황에 맞는 답을 언제나 책에서 찾았다. 이번에도 책에 답이 있을 것만 같았다. 나의 책 읽는 습관은 이럴 때 도움이 된다. 책을 읽을수록 마음이 진정됐다.
소중한 사람과
관계를 잘 이어가고자 한다면,
말이 아니라
그 말속에 담긴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별안간 튀어나오는
심한 말이나 짜증 뒤에는
두려움, 아픔, 우울함처럼
여린 감정이 숨어 있습니다.
이 마음을 잘 포착한다면,
사소한 다툼이
큰 싸움으로 이어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대화에 서툰 게 아니라 감정에 서툰 겁니다. p. 109>
신랑이 보기에 보잘것 없고, 사소한 것이겠지만, 나에게는 소중해서 아끼고 지키고 싶은 것이었다. 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신랑이 밉고, 원망스럽기도 했다. 신랑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며, 서로의 가치가 다를 뿐이라고 생각하자 우리의 상황이 안타깝게 다가왔다.서로를 존중하지 못해서 사소한 다툼이 큰 싸움으로 이어졌다.
화난 사람들이
언행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은
편도체의 영향 때문입니다.
……
화난 순간 사람의 뇌는
논리적이고 이성적 판단
대신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고
감정이 가라앉은 후,
자신이 화난 채
내뱉었던 말을
후회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
상대가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경우,
편도체의 영향력이
강해진 상태라고 판단할 수 있죠.
이럴 때 내뱉는 말은
진심이 아닙니다.
<대화에 서툰 게 아니라 감정에 서툰 겁니다. p. 121>
이 책의 제목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화에 서툰 게 아니라 감정에 서툴다. 나와 신랑도 마찬가지다. 감정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상대방의 말을 잘 들으며 내 마음을 잘 전달하는 법을 터득한다면 타인과의 소통, 타인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 받는 일을 없을 것이다.
이 책 덕분에 내 감정을 빨리, 잘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감정을 온전히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방법이니까.
"우리 시간내서 차분히 대화해 봐요"
다음 날 아침, 출근하는 신랑을 꼭 안아주며 말했다. 신랑은 마음이 놓이는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이제 나는 좋은 대화를 위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어떻게 들릴지 생각하며, 알아듣게 말하는 연습을 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