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수연 Jul 02. 2020

세 번째 육아휴직

다시, 쓰는 생활

한동안 브런치를 방치해 두고 있었습니다. 여러 이유가 맞물려 있는데, 얼마간은 고의성이 있습니다. 꽤나 싫은 사람이, 꽤나 불쾌한 댓글을 단 것을 보고 이 공간을 쳐다도 보고 싶지 않아졌었거든요. 언젠가부터 이곳에 발길을 뚝 끊게 되었습니다.
새 글을 쓰지 않아도 종종 브런치로부터 알람이 울렸습니다. 브런치가 어떤 알고리즘으로 글을 추천하는지 궁금해질 만큼, 예전에 써 둔 글에 꾸준히 좋아요가 눌렸고 구독자가 늘었지요. 알람이 울릴 때마다 멀쩡한 집을 방치해서 굳이 망가뜨리는 듯한 찜찜함, 폐가를 찾아온 손님을 보는 듯한 미세한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내가 왜 싫은 사람을 보면서 내 행동을 결정하지? 그 사람이 내게 그렇게 의미 있는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자, 충분히 시간이 흘렀구나, 비워둘 만큼 비워 뒀구나 싶었습니다.

지금 구독자는 3566명이네요. 이건 제가 가진 SNS 계정들 중에 가장 많은 숫자입니다. 충분히 소중히 다룰 만한 가치가 있는 숫자라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제 브런치의 첫 글은 2015년 두 번째 육아휴직 때 썼습니다. 그 글들이 모여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가 되었고,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셨죠. 그리고 저는 지금 세 번째 육아휴직 중입니다. 셋째를 낳았거든요. 휴직을 하니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새삼 듭니다. (제 버릇 개 못 주.....는 건 좀 표현이 저렴하네요. 회귀 본능 같은 거라고 해두죠 ^^;) 세 아이를 키우는 건 공 세 개를 저글링하는 것처럼 정신 없어서 전처럼 긴 글을 쓰지는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다시 제 집의 거미줄을 치우고, 환기를 시키고, 먼지를 닦아내 쉴 만한 공간으로 가꾸고 싶습니다.
 
그 사이 두 번째 책도 나왔습니다. 첫 책이 엄마로서의 제 이야기였다면, 이번 책은 라디오PD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이야기입니다. 제목은 <내가 사랑하는 지겨움>입니다. 라디오PD이자 12년차 직장인으로서의 재미와 지겨움, 고민, 사는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첫 책 쓸 때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 때만큼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썼습니다. 첫 책이 사랑받는 걸 보며, 특별할 것 없는 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읽힐 가치가 있다면 그건 솔직함 때문이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년 전으로 돌아간 듯, 다시 육아 휴직을 하고 신생아를 키우며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틈틈히 생각을 기록하는 이 행위가 내 일상을 얼마나 정돈되게 만드는지 알기에, 다시, 쓰는 생활을 이어갈 겁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