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Y Combinator (YC)의 CEO, Sam Altman의 글을 읽다가 'pay it forward'라는 영어 표현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호의를 베풀어준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내가 받은 것을 값는다는 뜻이다. YC는 세계 최고의 startup accelerator 중 하나이다. 그곳에는 본인이 창업할 때 받았던 도움을 'pay it forward'하기 위해서 투자자뿐 아니라 파트너로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YC를 거쳐간 많은 회사들은 새로 YC에 들어온 회사들에게 다양한 도움을 준다. YC는 창업자들을 위한 교육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서 무료로 배포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영어로 이런 표현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지만, 의미하는 바가 새롭지는 않았다. 그리고, 비슷한 사례들이 떠올랐다.
나는 대학생일 때 샌디에이고에서 1년 정도 살았다. 처음에는 학교 기숙사에서 살다가, 너무 비싸서 2개월 만에 남은 기간 환불받고 학교 근처의 싼 방을 찾아봤다. 그때 차 없는 나를 직접 태우고 다니면서 도와준 선배가 있었다. 덕분에 위험하지 않은 지역에서 좋은 가격의 방을 구할 수 있었다. 그 선배에게 밥이라도 한번 사겠다고 했을 때, 그는 다음 학기에 오는 교환학생들을 네가 도와주면 그걸로 됐다고 했다.
대학원 유학을 결심할 때에는 선배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그 선배도 직장 상사의 조언이 유학을 결심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먼저 유학을 다녀온 선배를 학교 식당에서 만났는데, 유학을 가야 할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해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설명을 해 주었다. 나는 그 전까지만 해도 학점 4.0 이상에 영어도 굉장히 잘하는 사람들이나 유학을 간다고 생각했다. 선배는 나의 그 편견을 완전히 부셔버렸고, 나는 그 뒤로 유학 준비를 열심히 했다. 내 학업계획서(statement of purpose)와 이력서(curriculum vitae)는 먼저 미국에 유학을 간 다양한 선배와 친구의 도움을 받은 뒤 제출되었다.
구직에 관해서도 나를 도와준 선배들이 있다. 미국에서 인턴과 정규직을 구할 때, 회사 직원의 소개(referral)는 큰 도움이 된다. 한 번은, 내 전공과 관련 있는 팀에서 여름 인턴을 뽑는다고 알려준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를 통해서 내 이력서를 제출했고, 그 덕분에 인터뷰 기회를 비교적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인턴 기간 동안 그 회사에서 행복하고 보람 있는 시간을 보냈고, 결국 풀타임 오퍼까지 받았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결국 그 회사에 가지는 못했지만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순간 도움을 받아왔기에, 거창하지 않더라도 'pay it forward'할 기회가 있으면 성실히 해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런 적이 몇 번 있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대학원 유학이나 해외 취업 상담을 부탁하면, 나름대로 열심히 도와주는 편이다. 구직에 관해서도 'pay it forward'할 기회가 몇 번 있었고, 분야와 전문성이 잘 맞는다면 적극적으로 소개하여주곤 했다.
2018년에는 지인들과 함께 조금 더 적극적으로 'pay it forward'할 수 있는 기회를 준비하고 있다. 작년에 후배들이 마련한 college fair에서, LA county의 한인들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영화, 게임, 소프트웨어 공학, 데이터 과학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인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과 소통하고, 관련 분야 세미나도 듣고, 학생들은 멘토쉽 기회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각 분야의 한인 전문가들이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 반나절 정도 본인의 시간을 써서, 'pay it forward' 하는데 관심 있는 사람은 나에게 연락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