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경험. 그리고 레슨
언젠가부터 실패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다. 그 경험에 대해 써보려 한다.
실패는 두려운 것이었다. 학생일 때는 물론이고, 회사생활 첫 2 – 3년까지도 그랬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고등학교에서 대학교, 대학원으로 올라가면서 bottom이 계속 높아졌다. 그러면서, 조금만 방심해도 쭈욱 미끄러져 쉽게 바닥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예를 들면, 첫 중간고사를 잘 보고 나서 방심하고 두 번째 중간고사에서 거의 꼴찌가 되는 일 말이다. 이 출렁임과 다이내믹함에 멀미를 느꼈고 불필요하게 긴장을 하며 학생 시절을 보냈다.
미국에서 들었던 수업에서는 출렁임이 특히 심했다. 결국 내 박사 지도교수님이 된 교수님의 석사과정 수업 첫 시험에서 2등을 했다. 심히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수업시간에 위축되고 쫄리는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부터 방심을 했던 것 같다. 두 번째 시험 성적은 쭈욱~ 미끄러졌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시험 준비를 잘해서 마지막 시험은 잘 봤고, 교수님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 결국 박사과정으로 잘 이어질 수 있었다. 이 수업 뿐이었으랴. 다이내믹한 시험 결과들은 나를 잔뜩 긴장하게 만들었고, 대학원 내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건강에도 별로 좋지 않아서 자잘한 스트레스성 문제들이 생겼다.
대학생일 때 Study Abroad Program을 통해서 미국에서 아날로그 회로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수업에서도 큰 출렁임을 경험했다. 수업 중 영어로 질문 잘하고 되게 똑똑해 보이는 주변 학우들 때문에 잔뜩 긴장하며 준비한 첫 시험. 작은 실수 때문에 1등을 가까스로 놓칠 정도로 좋은 성적을 받았다. 교수님은 가장 시험을 잘 본 3명의 학생들을 좋게 보셨고, 두 번째 시험까지 top 3안에 들면 마지막인 세 번째 시험을 wave 해준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하지만 방심한 나는 결국 두 번째 시험에서 거의 바닥을 쳤고, 좋은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쭈욱 미끄러졌다가 다시 끌어올리는 경험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실패가 두려웠고, 시험이 두려웠고, 불필요하게 과하게 긴장했다. 건설적이지 않은 마음이 큰 시기였다.
요즘은 작은 실패를 찾아서 하려고 한다. 실패가 두렵기보다는 기회로 느껴진다. 실패를 대하는 마음이 어떻게 바뀌게 되었는지를 이야기 해 보겠다. 아마도 아마존에서 만난 첫 매니저의 도움이 컸던 것 같다. 그는 나에게 좋은 매니저이자 좋은 멘토였다. 그가 해준 조언 중 하나가 "Fail Fast.". 새로운 일을 해야 하고, 혁신을 쌓아 올리기 위해서는 Risk, 즉 실패할 가능성이 항상 따르기 마련인데, 그때 필요한 접근법, 마음가짐 중 하나가 "Fail Fast"이다. 실패를 하는 과정을 잘 계획하고 '빨리' 실패하면서 배움을 얻고, 그 배움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실패를 피하기 위해 도전을 미루거나 "Easy Success"만 chase 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뜻이다. 성공이 계속 이어졌다면, 오히려 목표가 너무 쉬웠고 혁신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실패는 빠르고 작은 실패를, 성공은 큰 성공, 타인이 따라오기 어려울 정도의 큰 성공을 추구해야 한다.
그 이후, 새로운 프로젝트와 모델링 방법을 제안할 때 덜 두려워하며 조금은 자유로운 마음이 있었다. 까임을 당하는 것이 두려웠고 창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했다. 그러면서 계속 부딪히며 무엇이든 어떻게든 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실패도 분명 있었지만, 좋은 성과도 나오게 되었다.
'Fail Fast'의 원칙은 회사에서 뿐 아니라, 내 개인적인 삶에도 적용되었다. 좋은 기회로 보이고 가능성이 있다면, 오랜 시간을 두고 행동을 미루기보다는, 빨리 시도해보고 actual and real 데이터 포인터를 얻어서 그것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를 고민한다. 나에게는 이 방법이 잘 맞는 것 같다. 지난 5년간 "Fail Fast"를 적용해서, 그리고 어느 정도 운도 잘 따라서, 자산관리와 투자, 사이드 프로젝트들, 프로페셔널 소셜 활동 등에서 그런 시도들을 해왔고, 즐겁고 재미있는 경험들을 했다.
내 본래 성격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지나가는 조심스러운 성격인데, 어쩌면 'Fail Fast'는 그런 성격의 부정적인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조심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앞으로 5년간은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어쩌면 나는 그동안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작은 실패의 결과가 나에게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 환경에서만 살았던 것 같다. 학생, 대기업, 남의 회사라는 환경이 그렇지 않은가? 요즘은 이제 온실을 나와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Fail Fast'의 원칙이 적용될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하기도 하고, 실패에 대한 또 다른 어떤 원칙을 만나게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