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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Hur Jun 12. 2017

Old Man's Journey

게임, 삶, 애착

요즘은 이런저런 모바일 게임을 시도해보는 편이다. 올해 초에는 'Neko Atsume'라는 게임을 처음 해봤고, 어제는 'Old Man's Journey'를 해봤다. 무슨 일인지, 어제 아침에 다운받고 그날 점심에 엔딩까지 보고야 말았다. 그리고, 이런 게임이라면 나중에 내 딸이 빠져서 하더라도 걱정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잔잔하고 훈훈한 게임이었다.

가운데 저 낡은 집에 홀로 살고 있던 한 노인이 우편물을 받으면서  게임이 시작된다.


아침에 Apple에서 보낸 이메일이 눈에 띄었다. 'Apple Design Awards: 2017's Winners'라는 제목에 'Groundbreaking games' 세 개를 소개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그중에서 'Old Man's Journey'라는 게임이 눈에 띄었다. 꽤 무거워보이는 배낭을 메고 지팡이를 쥐고 지긋이 먼 곳을 바라보는 노인의 이미지가 왠지 좋았다. Apple App Store에서 확인해보니, 가격이 $4.99!! 만약 2년 전의 나였으면 거기서 바로 멈췄겠지만, 최근엔 게임에 관심이 있어서인지 선뜻 구매를 했다. 사실, 2시간 영화를 가만히 앉아서 봐도 최소 $10-$15 정도는 지불해야 한다. 더 오래 즐기면서 그 돈의 반도 내지 않으니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위 그림에서 보이는 낡은 집에 한 노인이 살고 있다. 어느 날 우편배달부에게 편지를 받고 배낭여행을 떠나면서 이 게임이 시작된다. 나의 역할은, 이 노인이 이동할 수 있게 길을 연결시켜주고, 어디로 이동할지 목표 지점을 계속 찍어주는 것이다. 천천히 걸어가다가, 다른 언덕으로 넘어갈 때는 '숑~'하는 느낌으로 가볍게 뛰어넘는 게 귀여우시다. 영상의 색감이 참 좋고 이쁘다. 그리고 배경 음악과도 잘 어울린다. 각 Stage 마지막마다 노인이 과거를 회상하는데, 거기서 이 여정과 관련된 그의 지난 삶을 엿볼 수 있다. 무슨 이유에선지 알 수 없지만, 어느새 부턴가 이 노인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으로 게임을 계속하게 된다.


나는 게임을 하면서 시간과 노력을 쓰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라서, 조금만 지루하거나 막혀도 바로 멈추고 지우곤 한다. 하지만, 이 노인에게 왠지 마음이 쓰이면서 이 게임은 끝까지 계속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노인의 삶과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이미 엔딩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시간이 빌 때, 다시 조금씩 해보게 된다. 어느샌가 이 노인과 그의 여정에 애착이 생인 것이다. 심지어 다시 할 때는 더 재미있기도 하다. 이 게임은 전혀 자극적이지 않으며, 스토리 라인은 지극히 단순한 편이다. 이렇게 심심하면서도 단순한 콘텐츠를 좋아하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지 참 궁금하다. 그 뒤에 많은 고민과 시도와 노력이 있었겠지.

'윤식당'의 네 주인공들

요즘은 이런 문화콘텐츠가 유행이다. 나영석 피디의 '윤식당'도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하며 지극히 단순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연령 차이가 많이 나는 4명이 인도네시아 길리섬에서 식당을 열고 한국 음식을 판다. 이 티비쇼는 그 과정에서 묻어나는 소소한 인간미와 삶의 재미를 판다.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들었다. 나영석 피디는 어떻게 이런 종류의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어떤 기준으로 제작을 하는지 궁금하다.


나도 소소한 삶의 행복과 재미에 관심이 많다. 특히,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인지, 어떤 존재에게 애착과 사랑을 느끼는 과정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엄마 뱃속에서 나와서 우리를 만난 그 순간에는 정말 아무것도 혼자서 할 수 없을 것 같던 존재였다. 그때는 약간의 어색함과 큰 책임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불과 2.5년 사이에 말도 많이 늘었고, 정도 많이 쌓였다. 이 아이의 성장과 학습도 놀랍지만, 이 아이에 대한 나의 애착이 커가는 것도 참 신기한 경험이다. 친구, 부모, 형제에게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종류의 애착이라고 느낀다. 이 감정의 정체는 무엇일까? 어떤 요소가 이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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