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에게 알잘딱깔센은 없다.
알잘딱깔센은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의 줄임말이다. 이 말은 청자에게는 없는 말이다. 오직 화자에게만 존재할 뿐이다. 나는 알잘딱깔센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얘기를 듣는 사람이 알잘딱깔센 해야지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엄마 : 식탁에 그거 좀 가져와바 ~
나 : 그게 뭐에요?
엄마 : 아니 그거 네모난 거 있잖아
나 : 아 ~ 곽티슈?
엄마 : 아니 ! 너는 그것도 모르니 내가 가져가야겠다 어휴
나 : (... 그게 뭔데?)
즉, 화자는 어떻게 말하든지 모르겠고, 개떡같이 말하면 찰떡같이 알아들어야지 라는 말이다. 과거에는 이 말이 유효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혹은 앞으로의 날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청자가 알잘딱깔센 해야지라는 말은 이제 사라질지 모른다.
매장에 키오스크가 들어오기 전에는 대충 주문해도 됐다. 맥도날드, 버거킹 등 햄버거 가게에가서 그냥 버거세트 하나 주세요라고 한다. 주문을 받은 직원은 "세트안에 들어가는 디저트, 음료는 어떻게 할까요?" 물어본다. 그러면 손님은 "아 그거 알잖아요 세트 주면 나오는거". 그렇다, 햄버거, 감자튀김, 콜라 이렇게 세트이다. 그런데 무인포스기로 주문을 받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기계한테 세트 알잖아 ~ 그거 줘. 할 수 가 없다. 하나하나 다 설명해주어야 한다. 매장, 포장인지 선택한다. 버거 세트 메뉴를 누른다. 디저트를 선택한다. 음료를 선택한다. 결제할 방법을 선택한다. 현금이면? 현금영수증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제 직원이 알잘딱깔센 하는 일은 없어졌다. 화자, 즉 주문을 하는 손님이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 주문해야 한다.
과거 일터에서는 그거, 이거, 저거 등 지시대명사를 사용해 얘기해도 알아들었다. 왜냐하면, 서로 일을 많이해서 합이 맞았기 때문이다. 오래 같이 일한 부장과 과장. 눈빛만 봐도 서로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었을 거라 짐작된다. 그런데 모든 산업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과거와는 좀 다르다. 한 사람이 한 회사에 오래 다니지 않는다. 정년이 줄어듦으로 인해 같이 오래 일할 시간도 적어졌다. 그러다보니 합을 맞출 시간도 적고 일하는 사람이 계속 바뀌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청자에게 알잘딱깔센! 하는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요즘 다들 AI를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으로 뭘 만들거나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검색 서비스를 사용하듯이 궁금한 걸 물어보는 정도를 말한다. 그런데 사용하다보면 뭐야 대답이 왜이래 하는 순간이 있다. AI 커스터마이징으로 설정을 해놓아도 내 말에 찰떡같이 대답해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집 노트북 운영체제는 MacOS이다. 회사에서는 Window이다. 회사에서 인공지능에게 단축키 또는 기능에대해 물어보면 당연히 MacOS 기준으로 대답해준다. 내가 지금 회사에 있고 Windows 운영체제를 사용한다고 말해 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청자(나)가 화자(AI)에게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 말해줬어야 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현재 그리고 앞으로 청자에게 알잘딱깔센은 없어질거다.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 전달하는 건 화자에게만 있을거라 예상한다. 나부터 똑부러지게 전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