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고, 흐느끼고, 흘리고.
https://youtu.be/Pr9InuZ-O8M?feature=shared
비 오는 날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흐리고, 바람은 흐느끼고, 하늘에서는 눈물을 흘리죠.
무교이지만 공유가 되는 것인지 제 맘도 그리 흘러갑니다.
바닥은 질퍽거리고, 내 신발은 그탓에 더럽혀지죠.
언제였던가 비 오는 것을 싫어한다고 하니, 누가 저더러 낭만이 없다 했습니다.
그런 말이 있죠.
‘낭만=굳이’
멀쩡한 차를 내버려두고 굳이 걸어간다던가, 커피 스틱이 있는데도 굳이 그라인더로 손수 갈아 마신다던가.
저는 밝고 화창한 날을 내버려두고 굳이 비 오고 궂은 날씨를 왜 좋아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늘 찾아가는 교무실에 들러 하나의 담소 없이 바둑 두는 것을 보고, 뉴스를 보고.
제가 집에 가질 않으니 같이 퇴근했던 선생님,
그날 날씨가 흐렸습니다. 그다지 좋지 않았죠. 우산이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차에 타고, 저는 한 손에 학교 슬리퍼를 든 채로 머뭇거리다 걸어간다 했습니다.
비 오는데 괜찮겠냐 하셨지만 뭐, 가까우니 비 쏟아지기 전에 간다고 했죠.
학교를 나서자마자 비가 쏟아졌습니다.
짜증이 목 끝까지 올라왔다가 어느새 제 살갗에 떨어지는 방울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대로 교복 입고 비를 맞으며 집까지 걸어갔습니다.
웃기지만 생각해 보면 그때 비 맞으며 걸었던 제 표정은 활짝 해맑게 웃었던 것 같네요.
지금은
비가 내리면 그때 생각이 나면서 맞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우울해지고, 슬퍼지지만
노래를 들으며 창밖 비 오는 것을 구경하고는 합니다.
단순히 싫어한 마음이 성숙해지면서 달라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그날의 추억을 사랑하기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