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쌀집 계산기를 사용하는 이유
이 직업을 선택하고 난 뒤, 1달이 지나 매출 정산을 할 때였습니다.
매출과 수익, 부가세를 계산하는 데에 저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 아버지가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다음부터는 계산기를 들고 와, 계산기로 무조건 계산해'
그때는 의아했습니다. 스마트폰이라는 편리한 디바이스가 있는데, 왜 계산기를 써야 할까? 무겁게 계산기를 왜 들고 다녀야 할까, 기능이 하나밖에 없는데?라고 여러 의구심이 들곤 했죠. 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글로 적어볼 정도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왜 아직도 자영업자, 상인들에게는 커다란 계산기가 있을까요? 단지 신문물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어른들의 아집일까요? 물론 있겠지만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라고 봅니다.
뭐든 할 때 과정이 중요하다고들 얘기합니다.
계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대로 된 결과값이 나오려면 그 과정이 중요합니다.
숫자를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며 원하는 결과값을 도출해야 합니다. 수치가 0이 하나라도 누락되면 전혀 다른 결과값이 나오고, 그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내가 어떻게 계산을 하고 있는지 기억하고 있어야 하죠. 그 기억은 머리로만 될까요? 나의 몸도 기억해야 합니다. 0을 몇 번 눌렀는지, 셈 버튼을 제대로 누른 것인지 말이죠.
스마트폰 계산기는 화면에 나타난 버튼을 엄지, 검지 등을 부드럽게 터치하여 계산합니다. 일반 스마트폰과 만지는 행동이 비슷하죠. 그래서인지 수치를 잘못 입력했을 때 어떻게 버튼을 터치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날 때가 많습니다. 잘못해서 다른 숫자를 누르기가 쉬워 내가 직접 눈으로 숫자를 확인해야지만 알 수 있죠.
계산기는 행동이 '명확'합니다. 검지 손가락으로 일정한 위치에 있는 숫자를 탁탁탁 번호를 찍어 누르는 행동은 손가락의 위치과, 두드리는 소리로 통하여 계산의 과정을 조금이라도 더 기억나게 합니다.
계산기의 명확한 행동은 대면 상거래에서 빛을 발합니다. 만약 계산할 때 스마트폰 계산기를 쓰면 어떨까요? 소리도 안나는 데다가 행동이 스마트폰 만지는 모습과 비슷하면 고객의 관점에서는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전문성이 돋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계산기는 고객에게 '신뢰'를 줍니다. 계산밖에 할 줄 모르는 계산기를 꺼내 들었을 때부터 탁탁탁 버튼을 두드리는 소리는 고객에게 제대로 계산에 임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줍니다. 어쩌면 계산의 투명성을 더해주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업자 분들 모두 조금씩 말하면서 실시간으로 계산기 두드리시지 않나요? 이렇게요.
"자.. 29000원에 (계산기 탁탁탁)"
"10% 할인하고 (계산기 탁탁탁)"
"그리고 할인 쿠폰 3,000원 (계산기 탁탁탁)"
"자 이러면 23,100원 나오겠네요. (계산기를 보여주며)"
할인의 과정을 하나씩 설명해주며 하는 계산, 믿음이 훨씬 가지 않나요?
근래 사무실 책상에 새로운 계산기를 옆에 두고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제품 가격을 산정하고 매출을 정산하는 공구로운생활의 입장에서는 정확한 계산의 행동이 필요했으니까요. 꼰대같이 들릴 수 있겠지만 말씀드려봅니다. 계산을 정확히 하고 싶으시다면 먼저 '쌀집 계산기'부터 사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계산기는 계산의 기본을 일깨워주고, 실수를 줄여주는 확실한 역할을 합니다. F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