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공구로운생활이 큐레이션을 하는 이유
많은 분들이 저희에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입니다.
창업,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이 질문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기업의 철학, BM(Business Model), 사업 아이템 등 기업의 본질을 물어보기 때문입니다. 공구로운생활은 간단하게 대답합니다.
이 간단한 대답은 몇 년 간의 공구상 생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공구상을 한다니까 몇몇 지인에게 문의가 들어왔던 기억이 납니다. '이럴 땐 어떤 거 써야 해?' '이건 어떻게 쓰는 거야?' 등 산업용품을 물어봤습니다. 처음에는 이리저리 대답을 해주었지만, 점점 대답은 패턴화 되었습니다. 특히 무조건 들어가는 정보가 이 3가지였습니다.
'이럴 때는 이걸 써봐'
'이 제품은 이 브랜드가 좋아.'
'이렇게 저렇게 써봐.'
이렇게 이야기해주니 지인은 고맙다고 하며, '그러면 네가 그 물건 좀 구해줄 수 있니?'라고 추가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산업용품 큐레이션 커머스 '공구로운생활'이 탄생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큐레이션이라는 단어는 미술관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미술관의 큐레이터(Curator)는 '미술품을 기획, 전시하고 설명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어떤 작품을 가지고 배경과 그 당시 시대적 상황을 이야기해주면서 관객이 작품에 심취하게 돕습니다. 가령, 앤디 워홀의 <바나나>를 그냥 보면 단지 바나나 작품이겠지만, 펑크 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의 표지이고 외설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을 알고 보면 뭔가 달라 보이는 것이죠.
지금은 다양한 분야, 서비스에서 큐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큐레이션은 '목적에 맞게 골라내어 제공하다'라는 의미가 짙어졌습니다. 날마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내가 필요한 정보만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보여주는 것이죠. 그 정보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냐에 따라 큐레이션은 많은 분야에 적용되었습니다. 이미지이라는 정보를 골라내어 공유했더니 핀터레스트(Pinterest)가 탄생했고, 10-20대에게 뉴스를 골라내어 쉽게 설명해줬더니 그게 뉴닉(Newneek)이 되었습니다.
공구로운생활은 핀터레스트와 뉴닉과 결은 같습니다. 이미지와 뉴스를 큐레이션 한다면, 공구로운생활은 산업용품을 큐레이션 합니다. 다음과 같은 3가지를 토대로 산업용품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페인트는 페인트와 롤러만 있으면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페인트를 덜 수 있는 트레이, 페인트가 튀지 않게 하는 비닐, 마스킹/커버링 테이프가 필요합니다. 또한,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마스크, 면토시 등 안전용품이 있어야 합니다. 상황에 맞는 제품을 모른다면 효율적인 작업이 어렵고 자칫하면 사고가 일어납니다.
같은 제품이어도 브랜드가 다릅니다. 펜치를 예로 들자면, 난 어쩌다 한번 쓸 것이면 몇천 원짜리 중국산을 써야 하지만, 맨날 할 작업이라면 몇만 원짜리 크니펙스 펜치를 써야 합니다. 물론, 몇천 원짜리를 맨날 사용할 수도 있죠. 하지만, 툭하면 이가 나가 인터넷에서 또 구매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것입니다.
좋은 기타를 샀다고 연주도 잘하지 않는 것처럼, 상황에 맞고, 좋은 브랜드의 제품을 샀다고 원활한 작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확한 사용법을 알아야 비로소 안정적인 작업이 가능합니다. 펜치도 어떻게 하면 자재를 잘 자를 수 있는지, 어떤 방법으로 또 쓰일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아는 만큼 내가 힘이 덜 들고, 제값 주고 잘 샀다는 보람을 느끼는 것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v=TRYQwHdW99Y&t=73s
공구로운생활은 완성형은 절.대 아닙니다. 이제 첫 삽을 떴습니다.
잘 알려주겠다는 철학 아래에 어떻게 하면 잘 알려줄 수 있는지 꾸준히 연구 중입니다. 컨설팅도 하고, 글도 써보고, 영상도 찍어봅니다.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공구로운생활은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F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