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Paris] Inspired By Fashion Brands
드디어 지겹던 프랑스의 이동해제령이 풀리고, 6개월만에 레스토랑과 술집들이 테라스를 오픈했어. 파리지앵들에게 테라스란 삶을 즐기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거야. 사람들은 그동안 그리워했던 식당 테라스에 모였고, 다시 활기찬 파리 모습이 돌아왔지. 다시 뭔가 사람답게 사는 기분을 느꼈어. (물론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나도 봄을 맞은 병아리마냥 밖에 나와 다시 오픈한 매장들을 돌아다니며 좋아하는 브랜드들 쇼핑도 하고, 구경도 하면서 한 주를 보냈지. COS, 메종키츠네, 아미, APC..등등 다시 문을 연 매장들을 방문하니 너무 반가운 기분이었어.
혹시 특별히 선호하는 패션 브랜드가 몇개인지 세어본적 있어?
사실 이 세상엔 수많은 스타일의 브랜드가 존재하잖아. 거의 존재하는 모든 취향을 반영해줄 수 있을 정도지.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각각의 브랜드들은 저마다 고유의 스타일과 컨셉 라인이 명확하게 정해져있고, 이것은 그 브랜드의 타겟층을 정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에 기복 없는 일정한 가이드를 만들어줘. 그 각기 다른 브랜드들의 포지션들을 그래픽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분석해보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
사실 나는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브랜딩이나, 또는 로고작업 등을 할 때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지표가 있어. 이 지표는 디자인 작업뿐만 아니라 방금 말한 것처럼 우리가 접하는 여러 브랜드들의 스타일을 분석하는데도 실용적이어서 너에게 공유해주려고 해. (만약 디자인이나 브랜드에 관련된 일을 한다면 이 기준이 브랜딩, 로고, 아이덴티티의 컨셉이나 색깔을 정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될거야.)
아, 참고로 세상에는 물론 너무나도 많은 스타일이 존재하고 이 수많은 스타일들을 몇가지 기준만으로 정한다는건 불가능하다는걸 잘 알고있어. 그래서 지금 소개하는 이 지표는 현시대, 즉 컨템포러리 시대에 우리가 주로 흔히 접하는, 한마디로, 메인스트림을 이루고 있는 스타일군으로 한정해서 봐주면 좋을 것 같아.
아래 이미지가 내가 만들어본 지표야.
하나씩 설명을 해볼까? 우선 맨 왼쪽은 '클래식함'. 클래식함은 기존의 문법에 충실한 것을 의미해. 헤리티지와 전통을 중시하기 때문에 어찌보면 새롭고 신선함이 부족할 수 있지만 그만큼 안정적이고 무게가 있으며, 실패가 없음을 의미하지. 내가 가장 대표적으로 클래식함의 예로 드는 브랜드는 미국의 랄프 로렌이야. 우리는 랄프 로렌에게서 뭔가 파격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한때 미국 상류층의 상징과도 같은 헤리티지를 얻고 싶어하지.
이 반대에 있는게 바로 '실험적'이야. 실험적은 기존의 문법을 깬 파격적이고 독창적인 스타일을 의미해. 완전히 새로운 느낌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화제거리를 만들 수 있지만, 너무 앞서 나간 스타일로 대중들에게 난해함을 줄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지. 특히 오늘날엔 발렌시아가, 루이비통같은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가 오히려 실험적인 행보를 보인다는게 흥미로운 부분이야.
이 중간에 있는게 바로 '모던함'이야. 어느정도의 무게감과 안정감을 가지고 있지만 현대스러운 터치로 대중들을 사로잡는 가장 중도로서의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지. 대중들에게 가장 부담이 적고 친숙한 자라(Zara), 코스(COS)같은 브랜드들이 이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어.
이제 세로선에 대한 얘기를 해볼게.
맨 상단지점을 나는 '펑키함'이라고 이름붙였어. 이곳은 한마디로 fun하고 젊은 감각의 통통 튀는 느낌을 말하지. 젊은 층을 사로잡는 귀여움, 아기자기함, 화려함, 다이나믹한 스타일들이 이곳에 해당돼.
반대지점은 당연히 진지함이야. 재미보다는 의미성에 더 집중하고 아우라를 느낄 수 있는 포스로 펑키함이 가지고 있는 친근함보다는 우러러볼 수 있는 스타일을 더 지향하는 편이지.
지금까지 설명한 이 4가지의 기준들은 꼭 해당 브랜드의 옷 컬렉션 스타일을 말하는 것 뿐 만이 아닌,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행보들을 종합해서 매겨본거야. 이러한 접근으로 현시대의 컨템포러리 스타일을 어느정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럼 한번 이 지표들로 몇가지 브랜드의 스타일을 분석해볼게.
1.해체주의적인 스타일로 둘 다 실험적의 끝단에 닿아있지만 펑키함과 진지함으로 나뉘는 발렌시아가와 메종 마르지엘라,
2.같은 미니멀리즘 스타일을 지향하지만 조금 더 클래식한가 모던한가에 따라 나뉘는 COS와 APC,
3.헤리티지가 강한 럭셔리 브랜드임에도 영입된 디자이너에 따라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진 루이비통과 셀린느,
4.거의 모든 스타일을 전부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브랜드라고 생각되는) 나이키,
5.클래식함보다는 실험적을 지향하는 대부분의 스트릿 브랜드들. 하지만 이마저도 펑키함과 진지함으로 통해 각각의 스트릿 브랜드들은 고유의 스타일을 형성하지.
이처럼, 이렇게 보니 각각의 비슷해 보였던 브랜드의 각기 다른 위치들이 한눈에 보이지?
세상에는 정말 수많은 브랜드들이 존재해. 지금까지는 패션브랜드만 가지고 얘길했지만, IT, 뷰티, 식품, 가구 관련 분야까지 넣으면 그 수는 정말 어마어마해질거야. 이런식으로 평소에 관심있던 브랜드의 스타일들을 분석해보고 그들이 지향하는 타켓층, 마케팅 전략들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겠지. 이러한 무한 경쟁시대에 자신만의 독보적인 위치를 찾고 그 안에서 강력한 세계를 구축하는 것은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일거야.
너가 좋아하는 브랜드들은 대략 어디쯤에 위치해 있어?
한국의 패션 플랫폼은 요즘 어떤 부분이 핫한지도 궁금해.
2021.06.01
Paris
� 더 생생하게 파리의 영감을 얻고 싶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CN0ZOCjw1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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