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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니정 Jun 15. 2021

패션 덕후의 성지
무신사의 끝은 어디일까?

[#14 Seoul] Inspired By Musinsa

대학생 때 옷을 잘 입고 싶어서 어떤 사이트에서 옷을 사야 하는지 친구한테 추천을 받은 적이 있었어. 그때 추천받았던 사이트가 플레이어, 무신사였어. 둘 다 스트릿 패션을 추구하는 사이트였는데 무신사가 좀 더 좋았던 것 같아. 요새 패션 피플들이 어떻게 옷을 입는지, 어떤 컬러를 매칭 시키는지 그런 정보를 볼 수 있었거든. 지금도 그래. 나는 옷을 사려면 무신사부터 먼저 들어가. 나도 모르게 말이야. 


한국의 패션 플랫폼은 요새 무신사(Musinsa)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어. 2020년에는 매출 2,197억 원, 영업이익은 893억 원으로 전년대비 2배, 89.3%가 올랐어. 최근에는 MZ세대 패션 플랫폼 '스타일쉐어', '29cm'를 인수하고 홍대에는 무신사 스탠다드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어. 나는 무신사를 오래전부터 무신사를 이용해왔는데 성장세가 아주 무섭더라고. 이제 믿을만한 패션 브랜드를 찾고 싶다면 무신사를 먼저 찾아보는 게 당연해졌어. '다 무신사랑 해' 이 카피문구처럼 이제 패션은 무조건 무신사랑 해야 되는 거야.


('다 무신사랑 해'라는 무신사의 자신감)


무신사는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이름 기원에 걸맞게 '커뮤니티'에서 사업이 시작해. 신발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시작해서 그들의 기호들을 찾고 찾다 보니 지금의 무신사가 만들어진 거야. 대부분 패션 플랫폼은 제품 판매에서 시작해서 충성 팬이 만들어지면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데 무신사는 그 반대인 거지. 내가 봤을 때는 무신사는 이런 흐름으로 사업이 자연스럽게 자라난 것 같아. 


1단계) 사진을 올리면서 서로를 뽐내다가(커뮤니티) 

2단계) 패션 트렌드를 큐레이팅 해주고 (뉴스, 매거진) 

3단계) 패션 브랜드를 홍보, 마케팅해주고 (마케팅 에이전시) 

4단계) 스토어에 입점시켜서 패션 브랜드를 키워주고 (무신사 스토어) 

5단계) 직접 제품, 서비스를 만들고(무신사 스탠다드, 무신사 스튜디오 등) 


이 단계를 보면 무신사가 어떻게 사업을 넓혀가는지 보일 거야. 무신사는 중간 유통에서 공급, 수요 두 방향으로 모두 확장하고 있어. 옷을 직접 제조하고 유통하고 직접 소비자 광고까지 모두 한다는 거야. 무탠다드(무신사 스탠다드)를 꽤나 놀랐었어. 디자인이 간략화된 무지의 품질 있는 옷들을 이렇게 싼 가격으로 산다는 게 참 좋았었어. 게다가 코워킹 스페이스 '무신사 스튜디오'도 운영해서 패션 브랜드들을 소위 엑셀러레이팅을 하고 있지.


(서울 홍대입구역에 위치한 무신사 스탠다드 팝업스토어)


이제 무신사는 단순한 스토어가 아니라 한국 패션 생태계의 한 주축을 담당하게 되었어. 디자이너의 역량과 제품의 질만 확실히 좋다면 무신사는 커뮤니티와 마케팅 능력으로 이들이 그만한 가치로 대접받을 수 있게 만들어줘. 커버낫, 디스이즈네버댓, 비바스튜디오 등도 모두 무신사의 손을 거친 브랜드들이야. 패션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의 등용문은 무신사가 되어버린 거야. 무신사는 온라인 편집샵의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라고 해. 자신들의 감각으로 엄선한 패션 브랜드들을 골라 전시하고 고객이 이들의 감각을 믿고 제품을 찾아보며 고르는 이 패턴이 편집샵과 비슷하잖아? 


무신사가 이렇게 제품을 잘 파는데 또 스토어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건 아냐. 자신들이 처음 시작했던 '커뮤니티', '큐레이팅'의 역할도 착실히 수행하는 중이야. 고객은 무신사에 들어오면 최근 뉴스도 보고 영상도 보고 룩북도 보고 테마파크에 온 것처럼 놀다 가. 그래서 회원들에게 아주 극진히 모시는 태도가 있어. 구매금액에 따라서 회원 계급을 나누고 그에 상응하는 쿠폰을 많이 뿌리는데 나도 도저히 떠날 수가 없을 정도야. '충성고객을 확실히 잡는 것.' 이 점이야말로 오히려 무신사가 "내가 바로 패션 플랫폼 NO.1"이라고 깃발을 꽂는 독보적인 특성이라고 생각해.


https://www.youtube.com/watch?v=-i_P2W8WhKE


원래 대부분의 쇼핑몰은 사입에서 시작해. 동대문에서 옷을 조금조금 떼서 팔고 잘 팔리면 대량으로 사들이고, 봉제 공장이랑 계약해서 제작에 들어가고 나중에는 개성있는 디자인이 가미된 PB를 런칭하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충성 고객을 모아 거대한 팬덤, 커뮤니티를 만들어 고객 데이터를 쌓고 가공하여 마케팅에 활용하지. 그런데 무신사는 그 반대야.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 커뮤니티에서 시작해서 사진과 정보를 공유하며 데이터를 쌓고 거기에서 쇼핑몰 모델을 추가한 거야. 애초부터 트래픽 또는 커뮤니티가 기업의 본질이니 이렇게 유기적으로 성장하는 거야.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고 싶어 하는 '커뮤니티 파워'의 대표적인 사례가 무신사야. 다른 쇼핑몰은 아파트를 지으려 하는데 무신사는 혼자 테마파크를 만들고 있는 느낌?


앞으로 무신사의 끝은 어떻게 될까? 

유통, 이커머스에 몸담고 있는 내 식견으로 보자면 무신사는 '동대문'에 이어 패션시장의 메인 키워드 중 하나가 될 거야. 이미 무신사는 마천루 빌딩 전층을 운영하고 있는 거대한 편집샵과 같아. 앞으로 무신사가 없이는 패션 브랜드가 성장하긴 어렵다는 그런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할 거야. 패션 학교, 스튜디오, 생산 공장 등 맘만 먹으면 패션 생태계를 A부터 Z까지 만들어볼 규모도 되었고 스타일쉐어의 인수로 해외진출도 용이해진 건 사실이야. 이대로 라면 무신사는 패션 아닌 다른 산업군까지 넘볼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이미 시작되고 있을 거야.


반면 여러 고난도 있을 거야. 커뮤니티와 콘텐츠로 뼈대를 만들어가는 기업인만큼 입소문에 비롯되는 부작용은 조심해야 할꺼야. '나만의 작은 무신사'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유니콘 기업이니 스타일쉐어 인수이니 하면서 언론에 노출되고 반작용으로 적잖이 논란에 휩싸이는 듯 해. 흔히들 얘기하잖아. 호평이 많아지는 만큼 혹평도 생긴다고.


나는 무신사를 보면 동기부여가 되는 느낌이야. 이게 바로 커뮤니티가 커가는 길인가 싶으면서 내가 어떤 분야에 있든 이 길로 성공해보고 싶어. 너는 어떻게 생각해?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


2021.06.08 

Seoul




� 더 생생하게 파리의 영감을 얻고 싶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CN0ZOCjw1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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