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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니정 Jun 22. 2021

지금, 파리의 가장 트렌디한 편집샵
더 넥스트 도어

[#15 Paris] Inspired By The Next Door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파리에 사는 것보다 더 큰 축복이 있을까? 저번 편지에서 내가 여러가지 패션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 것처럼, 파리에서 패션에 대한 분위기를 무시하고 살 수는 없는 것 같아. 모든 도시가 패션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 정도니까.


가끔 파리 건물에 걸려있는 도시를 씹어 삼킬듯한 크기의 럭셔리 브랜드 광고판을 보고 있으면 경외감까지 들기도 해. 사실 그렇다고 내가 딱히 옷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패션 브랜드들이 주는 파격적이고 트렌디한 영감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세상에는 연극, 영화, 문학, 회화, 건축 등 다양한 소재를 중심으로 한 예술 형태가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패션만큼 '옷'이라는 그 뻔하디 뻔한 소재로 이렇게까지 파격적이고 아우라를 지닌 행보를 보이는 문화 형태가 있을까 싶어. 발렌시아가가 보여주는 그 정신 나간듯한 대담함이라던지, 아크네 스튜디오가 보여주는 독보적인 아티스트다움, 코스가 보여주는 정제되고 모던한 분위기, 그리고 요즘 루이비통이 보여주고 있는 강력한 헤리티지 속 과감한 시도들처럼 말이야. 맞아, 패션은 나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분야 중 하나야.


그래서 나는 시간이 나는 대로 백화점이든 편집샵이든 리테일 샵이든 파리에 소문난 부티크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구경하고 그 정기를 받아오곤 해. 특히 코로나와 관련된 모든 제한이 풀린 요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도, 그중 방문할 때마다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나의 최애 편집샵을 하나 소개해주고 싶었어. 바로 힙스터의 동네, 파리 10구 헤퍼블릭(République) 광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더 넥스트 도어'라는 편집샵이야.



이 매장은 처음에는 아비뇽(Avignon)이라는 프랑스 지방 도시에서 시작한 편집샵이라고 해. 얼마나 많은 성공을 거뒀는지 첫 매장이 생긴 지 벌써 10년 차에 접어들었고 2019년에는 파리에 첫 매장을 오픈했대.


이 편집샵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첫 번째로 마치 백화점을 압축시켜놓은 것처럼 제품군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점인데, 오할리 (Auralee), 아크네 스튜디오, 아미 (Ami) 같은 컨템포러리 브랜드에서부터 스탠 레이 (Stan Ray), 그라미치 (Gramicci) 같은 지금 가장 핫한 스트릿 브랜드, 그리고 자크뮈스 (Jacquemus), 꼼데갸르송 같은 럭셔리 브랜드까지, 가격대와 스타일을 넘나드는 다양한 제품군을 찾아볼 수 있어. 때문에 매장을 찾는 고객층도 스트릿 패션을 좋아하는 일명 스케이트 문화 애호가에서부터 실용적인 브랜드를 찾는 진지한 라이프 스타일 애호가들, 그리고 트렌드와 럭셔리 문화에 민감한 패션 피플들 까지 그 범위가 굉장히 다양한 편이지. 


두 번째는 제품의 셀렉 감각이야. 사실 편집샵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지. 가끔 평소에 좋아하던 브랜드라도 백화점에 찾아가 보면 저마다 비슷한 제품 라인업에 실망할 때가 많잖아. 여기를 찾아가든, 저기를 찾아가든, 다 비슷해 보이는 제품군들만 눈에 들어올 때도 있고. 더 넥스트 도어는 마치 내 취향을 읽기라도 한 듯 센스 있는 셀렉력(?)으로 모든 제품 라인에 눈이 돌아가게 만들어. 백화점만큼의 물량을 확보하진 못해도 이러한 단점을 셀렉 감각으로 커버해 버릴 정도지. 이런 센스 있는 셀렉션은 편집샵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보물 같은 경험이라고 생각해.



코로나 시대 이후 공간을 위주로 하는 사업들이 휘청거리게 되면서 상업공간은 어떤 경험을 주고 어떤 식으로 디자인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있잖아. 반대로 저번 편지에서 네가 언급한 무신사처럼, 온라인 시장을 먼저 확보한 뒤 오프라인 공간으로 그 트래픽을 이어가는 독특한 케이스도 생기고 있지.


하지만 프랑스 대부분의 마케팅 분위기가 그렇듯, 더 넥스트 도어도 크게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취하고 있지는 않아. 오히려 그럴수록 정공법으로 편집샵이 지녀야 할 기본에 더 충실하고 있는 느낌이지.

바로 남다른 감각의 셀렉션과 옷을 넘어선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제안, 그리고 패션 덕후들의 어그로를 충분히 끌 수 있을만한 제품들의 확보 등 말이지. 그래서 이 편집샵을 한번 쭉 둘러보면, 마치 최신호의 패션 잡지를 한 권 읽은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어. 그만큼 디테일한 트렌드를 잘 정리해주고 있는 교과서 같은 매장이야.



제품 외에도 더 넥스트 도어의 깔끔하게 정돈된 매장 분위기는 퍽퍽한 삶에 문화적 허영심을 채워주기에 충분해. 이곳에서 잠시 결핍돼있던 패션 트렌드를 충분히 섭취한 뒤 생마르탱 운하에 앉아 자유롭게 노닥거리는 힙스터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 동네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돼버릴 거야.


요즘 서울에서 인상 깊게 봤던 매장이 있어?


2021.06.14 

Paris




� 더 생생하게 파리의 영감을 얻고 싶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dSxudxdti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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