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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니정 Jul 06. 2021

파리의 잘나가는 에이전시가
영감을 공유하는 방법

[#17 Paris] Inspired By Ill-Studio

우리가 영감을 받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전시, 영화, 책, 인터넷 서핑, 또는 누군가의 강연… 아마 사람마다 제각각 다른 수많은 방법들이 있겠지. 그럼 영감을 주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아마 이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가 않을거야.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기 위해서는 무수한 노력과 인사이트가 필요하기 마련이거든.


내가 얼마 전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인스타그램 계정들’ 이라는 편지에서도 소개했고, 이번주 전시도 보러 다녀왔던 파리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Ill-Studio'는 이 두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멋지게 보여주고 있는 집단이야. 한국에서 이 에이전시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거야. Ill-Studio는 전방위적인 예술 세계를 토대로 굉장히 미학적인 아트 디렉팅을 선보이고 있는 에이전시야. 나이키, 샤넬, 라이카, 에르메스, 서울 분더샵까지 전세계의 짱짱한 브랜드들과 협업을 해오고 있지만, 상업성에만 같히지 않고 자신들만의 미학세계로 이미지, 공간, 패션 등 분야를 넘나드는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지.


(파리 피갈동네에 있는 유명한 농구장. 나이키와 Ill-Studio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처음 이들의 인스타 계정을 구경하다가 내 눈을 강하게 사로잡은 건 너무나도 감각적인 이들의 아트 디렉션이었어. 뭔가 되게 있어보이려고 바둥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별거 아닌 이미지들에 이들만의 터치가 살짝 더해지는데 그 느낌이 너무 쿨하고 멋진거야. 조금의 타협성도 없는 그들만의 예술적 고집이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몰래 몰래 짝사랑하는 팬마냥 이들의 인스타를 염탐하다가, 작은 팝업 스토어 전시를 한다는 포스팅을 보고 바로 찾아갔지.



이 전시는 그들의 인스타그램 부계정 @general_index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인데, 이 계정은 인터넷을 떠도는 수많은 현시대의 이미지들을 모아 모아 거기에 굉장히 추상적이고도 미학적인 텍스트들을 붙여, 자신들만의 관점으로 카테고리화 시킨 백과사전 편찬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어. 말이 조금 어렵지? 쉽게 설명해서 조금 더 예술적으로 포장한 밈(meme) 콜렉션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


이미지를 선택하는 기준도 완전히 랜덤이고 그냥 본인들이 디지털 세계를 떠돌다 뭔가 꽃히는 이미지를 찾으면 모아서 거기에 대한 텍스트를 붙여 아카이빙 하는거야. 이렇게 모아진 500가지의 이미지와 텍스트는 책으로 편집되어 그들만의 백과사전이 되고, 티셔츠와 코트 등에 프린팅 되어 전시장에서 판매되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이들은 이 이미지들에 대한 오디오 가이드 영상까지 제작해. 콜렉팅한 이미지/영상들이 천천히 흘러나오면서 타이틀과 함께 사운드가 재생되는 형식이지. 전시장에서 판매되는 테이프에 QR코드를 붙여 핸드폰으로 스캔하면 영상을 볼 수 있는 사이트로 넘어가는 식이야. 진짜 아이디어가 남다르지?



파리 마레 지구 한복판에 있는 이 전시 공간을 둘러보며 문득, 돈도 안될 것 같은 이런 난해한 프로젝트를 어떻게 계속 이어갈 수 있는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 그리고 한편으로는 본인들이 평소에 수집하는 영감들을 이런식으로 컨텐츠화하여 선보이는 것에 감탄도 하게 되었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나보다 더한 Ill-Studio의 평소 신봉자들은, 자신들이 늘 선망하던 이 에이전시가 내려주는 영감 백과사전을 마치 성경처럼, 또는 모세가 들고왔던 하나님의 십계명 돌조각처럼 여기진 않을까?


캐나다에 저스틴 선더스 (Justin Saunders)라는 디자이너가 있었어. 이 디자이너는 평소에 자기가 영감을 받거나 좋아하는 이미지들을 모아 모아 자신의 블로그에 꾸준히 업로드를 하기 시작했지. 어느 정도 컨텐츠가 쌓이자 그의 감각을 선망하는 대상이 생기기 시작했어. 심지어 칸예 웨스트같은 거물 아티스트가 컨택을 하기도 했지. 그의 감각적인 블로그는 후에 JJJJound라는 브랜드가 되었고, A.P.C., 반스, 버질 아블로등과 협업까지 진행했어. 누군가가 천천히 수집해온 영감물들이, 모여서 하나의 컨텐츠가 되고, 그게 또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게 된거야. 그럼 아까 처음 했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볼까? 영감을 주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하고 물어봤었지. 어쩌면 그 답은 어렵지 않을 수도 있어. 천천히 너만의 영감을 모아보는 거야. 어차피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다시 영감을 받는 존재이니까.


2021.06.29
Paris




� 더 생생하게 파리의 영감을 얻고 싶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YI9Q0bdx1GM&t=40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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