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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보다는 둘, 둘보다 셋이 모인 커뮤니티의 미래는?

[#18 Seoul] Inspired By Community

by 재니정
'모르는 사람들끼리 노는 판을 만드는 건 정말 힘들어.'


내가 예전에 성수동의 코워킹스페이스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할 때 동료들과 하던 넋두리(?)였어. 뭔가 하찮긴 말이긴 하지만 '커뮤니티'라는 단어를 들을 때면 지금도 생각나더라고. 이번에 나는 너랑 그렇게나 노력하기도 했고 서로의 생각을 길게 주고받았던 커뮤니티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해.


서울에는 정말 많은 커뮤니티가 있어.

고단한 일과 학업이 끝나고 나면 취향에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는데 그 취향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 같이 한강을 뛰기도 하고, 영화를 보고, 직무와 관련된 스터디를 하곤 해. 나도 북클럽이나 마케팅에 관련된 커뮤니티에 들어갔던 적이 있었는데 재미와 동시에 나 스스로가 성장하는 느낌을 받았었어. 코로나로 비대면이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서울 사람들은 알아서 옹기종기 잘 모이는 걸 보면 커뮤니티는 서울에 없어서는 안 될 문화인가 봐.


커뮤니티란 뭘까?

한국에 정말 많은 전문가들이 다 다르게 말하긴 하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


'특정한 이유로 모이게 된 사람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이유를 가지고 모인 게 커뮤니티의 의미이자 첫 시작이라고 보거든. 내가 참여하고 만들어봤던 커뮤니티를 쓱 둘러보니까 전부 그렇더라고. 글쓰기를 하고 싶어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고 싶어서, 음악을 듣고 싶어서 등 간단한 취미부터 기업의 제품, 어떤 아이돌까지 그 이유들이 정말 많았어. 팬덤? 클럽? 카페? 모두 커뮤니티와 결이 같은 단어라고 봐.


(북클럽을 비즈니스모델로 안착시킨 '트레바리', 출처: 에스콰이어 코리아)


내가 예전에 무신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지? 무신사는 신발을 좋아하는 한 커뮤니티에서 비롯되었어. 서로 신발 사진을 올리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최신 패션 뉴스를 큐레이팅해주고 그러다가 한국의 대표적인 패션 플랫폼이 되었어. 커뮤니티는 제대로 만들어지기만 하면 어떤 형태로든 확장할 잠재력이 있어. 만약 내가 10,000명의 사람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었다고 상상해봤어. 무엇을 팔거나, 유튜브 채널을 만들거나, 광고 배너를 만들어 광고주를 모집하는 등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무엇을 해도 함께 뜻을 지지할 든든한 지원군 집단인 거지.


그런데 커뮤니티는 단지 사람들이 모인 것만으로도 만들어지지는 않아.

사람들이 모여 그 안에서 무언가를 해야 의미가 있어. 책을 읽고 왔다면 감상을 이야기하고, 글쓰기를 해왔다면 같이 글을 써야 커뮤니티의 지속성이 생긴다고 봐. 이 부분에서 커뮤니티가 참 어려운 점 중 하나거든. 커뮤니티의 사람들이 뭔가를 할 수 있도록 이리저리 장치를 만들어놔야 해. 나는 커뮤니티를 만들 때 이걸 정말 많이 고민했었어. '여기서 사람들이 모여서 도대체 뭘 할까?'라는 상상을 하면서 거기에 맞는 장치를 보여줘야 했거든. 모임 전에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지, 오프라인 모임 중에 어떤 다과를 놓아야 할지, 오픈톡방을 어떻게 운영할지, 어떤 영상을 보여줘야 할지, 후기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지 등 커뮤니티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쭉 밑밥(?)을 기획해줘야 해. 심지어 어떤 커뮤니티는 특정한 사람을 멤버로 초대하여 분위기를 만들어주기도 해. 예전에 나도 커뮤니티 멤버 리스트를 봤을 때 '이 분은 참 재밌겠다. 놓치지 말아야겠다.' 하는 사람을 픽해놓고 은근슬쩍 관리했었어.


수익을 만드는 기업에 있어서 커뮤니티는 정말 든든한 자산이야.

그런데 기업이 크던 작던 커뮤니티를 만드는 건 참 어렵다고 하더라고. 그 이유에는 '자연스러움'에 있다고 봐.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되었는데 그 친구의 친구와 얼떨결에 친해진 기억이 있지? 커뮤니티는 자연스럽게 모여서 자연스럽게 운영되는 맛이 있어야 해.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대! 열심히 참여해보자!'라기보다는 '어쩌다가 한번 왔는데 정말 재미있는데?'가 되어야 한다는 거지. 물론 자본과 감각적인 모임 공간과 콘텐츠, 매력 있는 커뮤니티 멤버도 중요하지만 이 자연스러움을 해치면 커뮤니티는 모래성같이 위태위태해질 거라고 생각해. 억지로 뭉쳐가며 만들었다가 사소한 이유로 없어지는 커뮤니티를 정말 많이 봤거든.


(홈퍼니싱 커머스 '오늘의집'에 영감을 주는 커뮤니티 오하우스(O!house), 출처: 오늘의집 홈페이지)


좋은 커뮤니티란 무엇일까?

커뮤니티는 유기적이야. 어떠한 조건이 갖춰줘야 커뮤니티가 완성되는 게 아니고 꾸준히 진화한다고 생각해.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처럼 커뮤니티는 처음에는 보잘것없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보완하는 노력만 있어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발전할 수 있어. 지금 현존하는 커뮤니티 중에 완벽한 커뮤니티는 없어. 각자 나름대로의 개성을 토대로 발전하고 있을 뿐이지. 내가 생각하는 좋은 커뮤니티의 조건은 셀 수 없는데 이 중에 3가지로 뽑아봤어.


-목적이 뚜렷하기
-모두가 동등한 목소리를 내기
-정기적으로 콘텐츠(모임, 영상, 글 등)가 만들어지기


앞으로의 커뮤니티는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해?

난 앞으로 커지면 커지지 적어도 줄지는 않을 거야. 코로나라는 장벽이 있어도 화상, 뉴스레터 등 커뮤니티를 결집하는 방법이 많아졌고 예전보다 사람들이 커뮤니티 문화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어. 이제 커뮤니티는 더욱 목적이 정밀해지며 결속력이 느슨해지기도 할 거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는 커뮤니티 풀 위에 사람들은 튜브를 탄 듯이 Floating 할 거라고 생각해. 유튜브 채널을 이곳저곳 구독하며 알고리즘을 타고 돌아다니는 것처럼.


(스타트업에 다니는 여성들을 위한 커뮤니티, 스여일삶, 출처: 스여일삶 홈페이지)


너와 치열하게 고민했던 이야기들을 글로 써보니 나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네. (지금 우리가 하는 것도 커뮤니티 빌딩일지도?)
요즘 너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


2021.07.06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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