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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건축에서 영감을 받다,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19 Paris] Inspired By Marseille

by 재니정

저번 주 나는 프랑스 남부의 도시, 마르세유로 여름휴가를 다녀왔어.

마르세유는 한국으로 치면 부산과도 같은 도시야. 남단에 붙어있는 항구도시이면서,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 두 번째로 큰 도시이기도 하지. 만약 마르세유를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개인적으로는 도시에서의 일정보다 주변 마을들과 해변들을 방문해보기를 권해. 마르세유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어마어마한 장관을 자랑하는Calanque (절벽 사이에 형성되어있는 지중해 해변) 들과 차를 타고 두 시간 정도 이동하면 나오는 베르동 협곡(Gorges du Verdon : 미국의 그랜드 캐년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협곡) 등 지상낙원 부럽지 않은 자연경관들이 펼쳐져있어. 그래서 프랑스인들에게는 가장 많이 여름휴가를 떠나는 도시 중 하나이기도 하지.


(출처: www.deparlemonde.com)


이처럼 지중해 근처 자연의 아름다움과 남부 특유의 한적한 여유가 살아 숨 쉬는 곳이지만, 마르세유에는 다양한 건축가들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어.

최초의 아파트라고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의 'Cité radieuse', 그리고 Rudy Ricciotti가 디자인한 특이한 건축양식의 'Mucem' 박물관 등 건축가들에게는 생생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장소들이 널려있지.

그래서 이번 편지에서는 마르세유에서 내가 방문한 몇 가지 장소들과 거기서 얻은 영감들을 공유하려고 해.


KakaoTalk_Photo_2021-07-19-21-00-29.png (최초의 아파트라고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의 Cité radieuse, 출처: Pascal Volpez)


KakaoTalk_Photo_2021-07-19-21-00-18.jpeg (독특한 문양의 패턴으로 빛의 예술을 잘 활용한 Ricciotti의 Mucem)


지난 주말, 우리는 마르세유에 도착해 충분히 물놀이를 마치고 세 번째 날에 차를 타고 근교에 있는 샤또 라코스뜨 Chateau La Coste로 떠났어.

프랑스에서 샤또 Chateau는 두 가지의 의미를 지녀. 성(Castle), 그리고 와이너리.


opening_photo2.jpg (특히 로제 와인으로 유명한 Chateau La Coste, 출처: www.elenaronald.com)


이곳은 한적한 전원에 위치한 작은 와이너리였는데, 2004년 'Paddy McKillen'이라는 아일랜드 수집가가 이곳을 건축과 예술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놔. 이곳에서는 총 세명의 건축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데, 그 라인업이 거의 어벤저스급이야.

일본의 안도 타다오, 프랑스의 장 누벨, 그리고 미국의 프랑크 게리.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그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건축가들이 이 와이너리의 위상을 높여 놓았지. 이 셋은 건축 분야에서는 이미 유명한 대가들이지만 각자의 독특한 아이덴티티 스타일로도 유명한데, 샤또 라코스뜨에 있는 건축물에서도 여지없이 그 개성을 찾아볼 수 있었어. 안도 타다오의 심벌이라고 할 수 있는 노출 콘크리트 레스토랑과 장 누벨의 미니멀리즘 스타일이 담겨있는 와인 제작소, 그리고 프랑크 게리의 난해하고 해체주의적인 쉼터 등, 각 대가들의 색깔을 느끼는 것도 이곳을 방문하는 한 재미이지.


11_chateau-la-coste_ph-andrew-pattman-2015_sugimoto_full.jpg (안도 타타도의 노출 콘크리트)


chateau-la-coste-1_5901461 (1).jpg (장 누벨의 미니멀리즘)


frank-gehry.jpg (프랑크 게리의 해체주의)


사실 나는 건축이라는 게 다른 분야만큼 자기 색깔을 드러내기 힘든 분야라고 생각했었어. 왜냐하면 건축에는 여러 가지 안전 관련 요소들과 법, 재료들을 사용해야 하는 제한들이 생각보다 엄격하게 짜여 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이 세 건축가들은 마치 자신들의 각기 다른 개성들을 뽐내기라도 하듯 노련하게 고유의 스타일과 건축 철학을 마음껏 선보이고 있어.


지켜야 할 기본을 충실이 이행하면서 자신들만의 철학을 담아 본인만의 스타일을 갖는다는 것, 어느 한 분야의 대가가 된다는 것은 이런 과정들이 뒷받침되어있는 걸까? 디자인이든 음악이든 또는 작가이든, 우리가 대가라도 부르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 이런 요소들을 가지고 있는 듯해.

내가 유럽에서 디자인을 공부할 때 생각보다 많은 이론 교양 수업들의 양에 놀랐었어. 철학, 문학, 영화학, 기호학, 법, 예술사 등 디자인을 할 때 이런 이론들이 왜 필요하지? 하고 의심할 만큼 다양한 교양들을 가르치지. 하지만 이런 기존의 학문들을 공부하면서 결국에는 나만의 철학과 나만의 학문을 가지게 되는 힘을 길러주게 된다는 걸 느꼈어.

건축이라는 어마어마한 스케일과 볼륨감, 그리고 복잡한 작업 과정을 동반해야 하는 이러한 분야에서도 자신의 색깔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는 이 세 사람의 작업을 보며 나는 아직 갈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세 사람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충분히 기초를 쌓아가며 경력을 쌓은 후 자신만의 것을 가지게 되는 이러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겠지.


마르세유가 가지고 있는 광활한 자연과 그 속에 숨어있는 상징적인 건축물들을 경험해본다면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될 거야. 우리는 모두 이 세계 속에 무엇을 남기게 되는 것일까? 자연이 만들어 낸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인간들이 만들어낸 것 모두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던 여행이었어.


최근 네가 받은 영감은 뭐야?


2021.07.13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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