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미래를 그리다. 나이스웨더

[#20 Seoul] Inspired By Niceweather

Jul 27. 2021

7월의 서울은 장마전선과 씨름 중이야. 비가 드문드문 오다가 햇빛이 쨍쨍하고 또 소나기가 내리고 올해 여름은 참 날씨가 변덕스러운 것 같아. 대신 오랜만에 뭉게구름이 핀 푸른 하늘을 봐서 참 좋았어.

서울은 코로나가 다시 활개 쳐 4단계 정책이 시작되었어. 7월 휴가를 즐긴다고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참 아쉬운 소식이었어. 잠깐 마실을 다녀왔는데 그렇게 북적북적하던 가로수길에 사람이 많지 않더라고. 다행히 가로수길을 한가로이 다니며 내가 소개하고 싶었던 나이스웨더(Nice Weather)도 잠깐 방문해봤어.

나이스웨더는 편의점 콘셉트의 라이프스타일 샵인데 만들어진 배경이 참 재밌어.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편의점이 몇십 년이 지나도 똑같다는 느낌이 들어 '지금 2030 세대가 생각하는 편의점의 모습은 어떨까?'라는 상상을 구현한 공간이 나이스웨더래. 익히 들었겠지만 지금 세대는 확고한 취향으로 소비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잖아? 우리가 흔히 보는 편의점 안 제품군(칫솔, 치약, 음료수, 시리얼 등)을 나이스웨더만의 감각으로 셀렉한 브랜드로 채운 거야. 평소에 솔트레인(Saltrain)이라는 브랜드를 눈여겨봤었는데 나이스웨더에 있더라고. 이번에 새로 출간된 '매거진 B <TIkTok>' 편도 눈에 띄었어. 아무런 생각 없이 샀던 생필품들도 취향에 맞게끔 골라보라고 하는 의도가 보였어.

나이스웨더가 참 좋았던 점은 독특한 컬러야. 이름 그대로 나이스웨더, 청양(淸陽)이 떠오르는 채도 높은 블루 컬러는 맑으면서 동시에 쿨한 느낌을 줬어. 개인적으로 색깔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심플함이 좋은데 화이트, 블루 컬러 이 2가지를 기준으로 공간이 꾸며져 있는 점이 내 취향과 맞더라고. 나만의 공간을 만든다면 이렇게 꾸며야겠다는 동기부여를 받았어. 또, 이렇게 메인 컬러를 확고히 가져가니까 굿즈도 참 예쁘더라고 타올,우산,에어팟케이스,테이프, 밀크컵 등 간단한 굿즈들이었는데 다른 브랜드에 뒤처지지 않은 퀄리티가 느껴졌어. 또, 맥파이 브루어리와의 나이스 비어, 예일(Yale)과 의류 콜라보는 두말할 것도 없었지.

반면 '편의점'에 대한 생각이 나와 달라 아쉬웠었어. 편의점은 디자인이나 취향보다는 실용성이 강한 특징이 강하다고 봐. 편의점은 동네마다 근접해있어 급하게 필요한 제품을 사는 장점이 있잖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편의점이 다 그럴 거야. 이런 부분에서 나이스웨더의 의도는 이해는 되지만 동의하기는 힘들었어. 그래서 나이스웨더가 스토어보다는 전시공간의 분위기가 짙게 느껴졌어. 차라리 편의점의 한 부분만(예를 들어 생활용품) 깊게 나타냈다거나 편의점이라는 키워드를 쓰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싶은 생각이 들었어. 물론 지금 나이스웨더는 AK플라자, 더현대서울에 입점할 정도로 유명해지긴 했지.

호불호를 동시에 느껴봤지만 결국에 나이스웨더가 좋았어. 지금 가지고 있는 내 생각들이 낡았을 수도 있으니까. 나이스웨더같은 편의점이 생긴다면 참 재밌을 것 같아. 지역마다 똑같은 제품군으로 생기기보단 지역적 특색, 지역 고객의 취향 등 다양한 요소가 편의점에 반영된다면 뭔가 또 다른 소비문화를 만들 거라고 봐.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분야는 참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어. 일상에 닿아있는 식품, 의류, 화장품 등 정말 치열하고 넓은 분야를 한정된 공간 안에 감각적으로 집어넣는 건 참 어려울 거야. 결국엔 그 샵의 큐레이팅이나 브랜딩에 따라 흥행 여부가 결정된다고 봐. 나이스웨더는 도산분식, 아우어베이커리, 브라더후드키친 등 F&B 브랜딩에 통달한 CNP의 실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했어. 그 작은 공간에 어떻게 자신들이 생각하는 콘셉트를 밀도 있게 넣었는지 몰라. 다음에는 더현대서울점을 방문해서 나이스웨더의 또다른 감각을 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