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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니정 Aug 21. 2021

내가 롤링스톤즈에 미쳐버린 이유

[#1] 롤링스톤즈에 추종하는 이유

2006년쯤이었다.

나는 본조비(Bon Jovi)부터 시작해서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 에어로스미스(Aerosmith),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 등 하드록, 메탈에 미쳐있었던 기타 키드였다. 학교가 끝나면 돌아와 악숭 카페를 돌아다니며 형님들이 주시는 락 지식을 들여다보는 게 낙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악숭 게시판에서 'The Rolling Stones - Super Bowl Halftime Show'라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문득 들었던 생각은


'롤링스톤즈? 비틀즈 세대에 있었던 할배들 아냐?'


(2006년에 봤던 영상, 저 당시 믹 재거는 63세였다.)


내 인생의 얼마 되지 않는 인생의 전환점 중 하나였다. 

설마 롤링스톤즈(The Rolling Stones) 덕질의 시작일 줄이야. 영상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1960년대 초반 비틀즈와 함께 브리티시 인베이젼을 이끌었던 청춘을 회상하는, 추억팔이하는 지긋이 노래를 부르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아니었다. 60이 넘는 나이에 허리를 요염하게 돌려대며 '나는 만족 못해!(I Can't Get No)'를 외치는 믹 재거(Mick Jagger)는 저게 62년도에 데뷔한 무려 '44년 차'가 맞아?라고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때 시작이었다. 나는 롤링스톤즈를 맹렬히 신봉하기 시작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나의 기타 히어로 No.1는 키스 리차드(Keith Richards)였고 밴드에서 활동할 당시에 우리 보컬이 믹 재거처럼 되기를 바랐었다.


전 세계적으로는 유명한데 유독 한국에서는 인기가 더럽게 없는 밴드가 있다. 에이씨디씨(AC/DC), 유튜(U2), 에어로스미스 그리고 롤링스톤즈. 지금 유튜브에서만 검색해도 한국어로 롤링스톤즈로 잘 나오지도 않고, 네이버에서도 내가 쓴 글 몇 개 빼고는 제대로 된 정보도 없다. 우리나라에 열렬하게 추종하는 유명(?)인도  신해철 님, 매거진 레옹 편집장을 지낸 유튜브 박스까남을 운영하는 신동헌 님 이 정도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이제 내가 유명해지면 되나?)


롤링스톤즈를 속된 말로 빨았었다. 그것도 아주 외롭게
특히 키스 리차드(Keith Richards)를 나의 기타 신으로 모시며 맹렬히 기타리스트의 꿈을 키웠었다. 그의 주법이나 기타 스트랩의 길이, 피킹 할 때의 손 모양은 물론이고 그의 음악 가치관이나 철학 모조리 따라 했었다. 남들이 (마약 빼고) 남들이 존 메이어(John Mayer), 지미 페이지(Jimmy Page), 브라이언 메이(Brian May) 등을 좋아할 때 내가 키스 리차드라고 대답하면 '그게 누구야?'라고 듣기도 했다. 키스 리차드의 주법을 따라 하면 밴드 멤버들조차 '야 쟤는 도대체 뭔 연주를 하는 거야?' 했었다. 사실 나만의 기타리스트를 픽하는 것도 힙해 보이는 방법 중 하나긴 한데 키스 리차드는 한국에서는 아무도 몰랐다. 설명해줘야 알았다.


(그는 마초적이고 쿨한 락스타를 정립한 세계 최고의 리듬 기타리스트이다.)


현재 기타리스트의 꿈을 접고 마케터와 기획자를 지나 사업을 운영하는 길을 걸으며 자연스레 롤링스톤즈는 '내가 한때 좋아했었던 음악가야. 즐겨 듣는 밴드' 정도로 여겨질 줄 알았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 롤링스톤즈는 단순 뮤지션으로만 정의될 수 없었다. 특히 뮤지션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뜯어보았을 때는 롤링스톤즈는 이전에도 없고 이후에도 없을 어쩌면 비틀즈와 견주거나 뛰어넘는 그런 존재였다. 시대를 관통하는 명곡과 업계에서도 인정받는 연주 실력, 누구나 보면 아는 디자인 로고, 악동 콘셉트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 그들은 지금까지도 왕성하게 앨범을 내고 투어 중이다. 사업하는 누구나 자신의 브랜드가 널리 알려지고 지속되길 바라는데 그 조건들을 롤링스톤즈는 모두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제 롤링스톤즈를 브랜드로도 좋아하게 되었다.


(다 아는 로고들이구먼)


원래는 한편으로 롤링스톤즈가 왜 위대한 지를 써보려 했는데 그러면 양이 너무 많을 듯하다.

이 인트로를 시작으로 해서 롤링스톤즈에 대한 글 몇 개를 더 써볼 예정이다. 비틀즈와 견주었던 1960년대는 물론이고 1970년 이후 어떻게 정상 자리를 지키고 이들의 존재 자체가 현재 대중음악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줄줄이 이야기해볼 것이다. 또한 믹 재거, 키스 리차드, 찰리 와츠, 로니 우드, 빌 와이먼, 믹 테일러 등 롤링스톤즈를 이끈 멤버들의 연주 스타일도 촘촘히 들여다보려고 한다.


롤링스톤즈 시리즈를 다 썼을 때 독자들이 '앞으로라도 롤링스톤즈를 더 좋아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물론 이들의 악행들을 쉴드쳐줄 마음은 없다. 하지만 이들이 지금까지도 활동하고, 한국은 아니지만 지금 현존하는 밴드 중 가장 위대하다고 평가받고, 일상에서 얼마나 롤링스톤즈 노래를 많이 듣고 있는지만 알아도 나는 행복할 것 같다. 나만의 작은 롤링스톤즈(나작롤)이지만 세계적으로는 너무 유명한데 한국에서는 너무 코딱지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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