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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니정 Aug 25. 2021

잘 가요, 찰리 와츠

[#2] 록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롤링스톤즈의 드러머

자다 일어나 보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올해 투어에는 건강상 문제로 빠진다고 했던 드러머 찰리 와츠(Charlie Watts)의 사망 소식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음악/악기 매거진이나 폴 매카트니(Paul MaCartney), 존 메이어(John Mayer), 엘튼 존(Elton John) 등 뮤지션 SNS에는 모두 찰리 와츠를 추모하는 피드들이 도배되어있었다. 한국에도 여러 메이저 언론들이 짧은 뉴스들을 전하고 있었다. 1941년생 80세의 나이로 찰리 와츠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찰리 와츠의 사망은 전 세계에 의미 다른 충격일 수밖에 없다.

인기 있는 밴드가 해체되는 경우는 핵심 멤버가 탈퇴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면에서 롤링스톤즈가 60년 가까이 구를 수 있었던 이유에는 단지 '다들 건강히 잘 있어서'라는 점도 있을 것이다. 찰리 와츠는 2004년 후두암을 극복하고 70이 넘어서도 드럼을 두들겨 댔던 모든 록스타들의 히어로였다. 올해 하반기에 미국 투어에서 건강이 좋질 않아서 쉰다고 했었는데 이렇게 아플 줄은 팬들조차 몰랐다고.


#인싸 밴드에서 아싸


MBTI 검사에도 있다고 들었다.(워낙 관심이 없다.)

'인싸처럼 행동하는 인싸', '아싸처럼 행동하는 인싸' 뭐 이런 유형들이 있다는데 찰리 와츠는 아마 '아싸처럼 행동하는 인싸'였을 것이다. 요란하고 시끄러웠던 롤링스톤즈 내에서 그는 조용한 멤버였다. 툭하면 무대를 휘젓고 싶어 하는 믹 재거(Mick Jagger), 치렁치렁 추장님처럼 분장을 하고 나오는 키스 리처드(Keith Richards) 이 두 관종과는 다르게 찰리 와츠는 무지 티셔츠나 등산 갈 때 입는 추리닝을 입고 툴툴 들어와서는 귀찮은 표정으로 연주를 하고는 그냥 잠깐 앞에서 인사하고 사라졌다. 찰리 와츠의 팬들은 이렇게 말한다. 'He is Cool'



#Bad Guys 롤링스톤즈의 억제기


롤링스톤즈는 항상 이슈를 몰고 다녔다. 믹 재거는 숱하게 염문설을 뿌렸고, 키스 리차드는 죽기 직전까지 마약을 빨아댔던 걸로 유명하다. 그 외 멤버 빌 와이먼, 로니 우드도 마찬가지였다. 그중에 찰리 와츠는 상당히 절제된 일상을 보냈다고 한다. 마약에 절대 손을 대지 않았고 아내도 롤링스톤즈 데뷔 때부터 만나 지금까지 살았다.(다만 알코올 중독이 있었다고) 롤링스톤즈의 음악은 좋아하지만 그들의 선 넘는 기행을 인정할 수 없다며 망설이던 팬들의 손을 그나마 잡아줄 멤버가 찰리 와츠였다. '롤링스톤즈 멤버들이 모두가 다 양아치 같은 애들은 아니래.'라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가 되었던 찰리. 멋지고 튀는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내성적이었던 락 꿈나무들에게는 귀감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가장 시끄러운 밴드에서 조용한 멤버가 되고 싶어!'


(다른 멤버들에 비해 꽤 단정했다.)


#롤링스톤즈 리듬의 뼈대


롤링스톤즈의 음악은 어디서 만들어지는 가를 얘기할 때 키스 리차드의 리프에서 시작한다고 하지만 더 깊게 들어가면 찰리 와츠의 드러밍에서 시작된다. 찰리 와츠는 엇박이나 테크닉이 들어가지 않은 상당히 심플하게 연주하는 걸로 유명하다. 군악대, 재즈에서 사용하는 레귤러 그립, 8비트 중 스네어가 들어가는 3번째, 7번째 했을 치지 않는 특유의 주법, 그리고 통통 튀는 스네어 사운드로 롤링스톤즈의 로큰롤을 정직하게 표현해낸다. 어쩌면 건조할 이 드러밍을 바탕으로 키스 리차드가 수없이 당기고 밀며 그루비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키스 리차드가 놀고 있다가 헐레벌떡 리듬을 따라 들어갈 때 뒤돌아 찰리 와츠를 본다는데 이 때문일 수도 있겠다.


타임 키퍼(Time Keeper). 드러머에게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다.

겹겹이 쌓인 드럼들을 기교있게 두드리기 보다는 기본적인 리듬을 지켜 밴드 음악을 든든히 지탱해주는 드러머들을 말한다. 찰리 와츠는 이런 타임 키퍼 드러머들에게는 전설이었다. 그는 그렇게 박자 쪼개는데에 정평이 난 재즈 드러머였지만 록큰롤의 기본 8비트를 심플하게 연주했다. 스톤즈를 위해.


(찰리 와츠 때문에 투탐 키트가 그렇게나 좋아졌다.)


#롤링스톤즈의 존재

사망 이후로 믹과 키스는 추모 사진만 올라가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올해 투어도 찰리 와츠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진행했던 이유는 찰리 와츠가 병세를 이겨내고 다시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드러머는 스티브 조단(Steve Jordan)으로 대체) 어쩌면 롤링스톤즈가 이제 멈춰야 하나라는 아쉬움이 머릿속에 살짝 남는다. 3인 체제의 롤링스톤즈, 다른 멤버로 대체되는 롤링스톤즈의 모습을 그린 팬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것도 부재 멤버가 롤링스톤즈를 60년째 지켜온 3고(?)인 찰리 와츠인데.


'The Greatest Legendary Rock Drummer'

1980년대의 전설적인 락스타로 불리는 뮤지션도, 1970년대의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뮤지션도 모두 입을 모아 이렇게 추모했다. 그는 60년 가까이 롤링스톤즈의 드러머로 있으면서 비틀즈(The Beatles)와 함께 대중음악을 견인했고 이후 전 세계 수많은 드럼 키드들을 양산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타이트하고 심플한 드러밍으로 롤링스톤즈 방식의 로큰롤을 지금까지 이어왔다. 믹과 키스가 앞에서 롤링스톤즈라는 돌을 당기고 이끌었다면 찰리 와츠는 뒤에서 묵묵히 밀었다.


(유튜브에 얼마 안 되는 찰리 와츠 한곡 드러밍 풀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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