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롤링스톤즈의 18년만의 신보 [Hackny Diamonds]
롤링스톤즈(The Rolling Stones)가 18년 만에 새 앨범 [Hackny Diamonds]를 발매했다. 샘 스미스(Sam Smith), 정국, 포스트 말론(Post Malone) 등과 작업한 앤드류 와트(Andrew Watt)가 프로듀싱을 맡았고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앨튼 존(Elton John),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그리고 레이디 가가(Lady Gaga)가 피처링을 맡았다.
키스 리차드(Keith Richards)를 평생 기타 히어로로 추종하고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의 <Shine A Light>의 강렬함을 기억하는 팬이라지만 어느 정도 감안하고 들어가야할 사항들이 많았다. 데뷔 62년차, 70을 훌쩍 넘어 80을 바라보는 나이, 핵심 멤버(찰리 와츠 Charlie Watts)의 부재는 다른 밴드들처럼 옛날 명곡이나 회상하며 콘서트를 도는 것도 천만다행이라고 여겼다. 아니 이것도 2010년도 얘기고 지금 아프지 않고 잘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했다. (2021년 찰리 와츠의 사망은 생각보다 큰 슬픔으로 다가왔다.)
나이가 무색한 만큼 트렌디하고 파워풀했으며 ‘이 정도만 해도 당신들은 충분히 레전드야’ 라는 전세계 대중의 뒷차 문을 열어주는 듯한 레전드 어드벤티지를 패디기 치는 새로움이었다. 요새 밴드 음악의 쇠퇴에 조심스레 동의하던 나는 후회스런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어느 누가 와도 자극 못했던 나의 마음 한켠의 록 사랑을 이 할아버지들이 깨웠건 것이다.
2005년 <A Bigger Bang> 이후 17년만의 새 앨범이라는데 사실 그 사이에 몇 개의 앨범이나 싱글이 나왔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OST인 ‘Doom And Gloom‘ 이나 블루스 커버 앨범이 나왔는데 아마 팬들은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신보 소식에도 이 싱글들의 연장선이니 했을 것이다. 그런데 왠걸, 타이틀곡 ‘Angry’가 먼저 선보여지니 이게 전혀 우리가 생각지 못한 다른 방향의 앨범이 나오겠다 싶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랬다.
https://www.youtube.com/watch?v=qEuV82GqQnE
엘튼존, 스티비원더, 폴매카트니 등 롤링스톤즈의 친구들의 초호화 피처링이지만 철저히 뒤에 서서 연주를 한다. 오히려 좋다. 보컬에 가려졌던 그들의 연주 실력이 여전하다. 폴 매카트니의 락킹한 퍼즈 베이스 플레이가 굉장히 오랜만이다. 왠지 이들은 합주실에서 잼을 하듯이 재미있게 녹음을 했겠다는 상상이 든다. 노래 중간중간에 카운터를 하거나 폴, 스티브!! 서로 건네는 말들이 괜스레 정겨워보인다.
찰리 와츠의 사후, 콘서트부터 키스 리차드,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현 존 메이어(John Mayer) 트리오 드럼 세션인 스티브 조단(Steve Jordan)이 롤링스톤즈의 드럼 키트를 지켰다. (롤링스톤즈와는 80년대부터 계속 작업한 준 절친) 스티브 조단은 정평이 난 펑키한 드러밍은 롤링스톤즈가 새로운 음악을 시도해 볼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세상을 떠난지 2년이 지난 찰리 와츠는 생전 녹음된 2곡으로 롤링스톤즈의 영원한 기둥임을 알렸다. 60년이 넘게 이끌어온 그의 드러밍은 굳이 그 두 곡을 알려주지 않아도 팬들이라면 금방 알아챌 정도로 그루브하고 절제되어있다. ‘mess it up’에서 바로 시작되는 착착 감기는 스네어 드럼 사운드는 그를 팬들이 지금도 그리워하는지 알 것 같다.
빌 와이먼(Bill Wyman)은 1993년에 탈퇴한 롤링스톤즈 원년 베이시스트로 콘서트에 가끔 참여하기도 했다. 이번에 한 곡에 참여하여 믹, 키스, 로니, 찰리 그리고 빌 와이먼의 5인조 (추가로 엘튼 존)가 뭉친 완벽한 롤링스톤즈를 'Live by the Sword' 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빌 와이먼은 찰리 와츠와 더불어 롤링스톤즈의 탄탄한 연주를 맡았었고, 그의 절제되면서도 리드미컬한 베이스 라인은 일품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bKM2Jb9eZg
레이디 가가는 롤링스톤즈와 한번 만난 적이 있다. 2012년 콘서트에서 ’Gimme shelter’을 같이 불렀다.('Gimme shelter'는 음역대가 높아 콘서트 때 각국의 노래 좀 부른다는 디바들이 함께 한다.) 그때 당시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컨셉이었던 레이디 가가가 이제는 더욱 성숙해지고 성장한 모습으로 롤링스톤즈와 함께 했다. 파릇파릇했던 20대의 레이디 가가가 이제 최정점에 서서 믹 재거와 듀엣하는 이 곡은 마치 롤링스톤즈의 위대한 62년 족적을 헌사하는 듯 하다.
이번에 롤링스톤즈는 상당히 영한 방식의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타이틀곡 ’Angry’의 뮤직비디오는 호주 배우 시드니 스위니(Sydney Sweeney)가 LA 선셋대로를 달리며 롤링스톤즈의 사이니지를 보는데 마치 젊은 세대들에게 롤링스톤즈의 히스토리를 알려주는 듯 하다. 이 밖에 지미 팰런(JImmy Fallon) 쇼에 출연하거나 유리창 수리 바이럴 광고, FC 바르셀로나와 유니폼 콜라보 등 소위 MZ들에게 과감히 다가가려 한다. 젊은 세대들은 새로움을 현재에서 미래에서만 찾지 않는다. 과거 역사에서 발굴하여 그 자체를 리스펙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리뉴얼하여 표현한다. 이런 역사책으로 롤링스톤즈가 제격이 아닐까?
https://www.youtube.com/watch?v=_mEC54eTuGw
20대 밴드 생활을 할 때, 친구들에게 올드하다는 한소리를 들은 적이 많았다. 화려한 솔로 테크닉보다는 키스 리차드의 더블 스탑과 커팅 리듬 플레이를 자주 따라하곤 했다.
얘는 롤링스톤즈 좋아함ㅋㅋ 좀 노땅아님?
그때 당시 한창 이모코어 장르가 핫해서 니켈백(Nickelback), 도트리(Daughtry)나 한국에서는 슈가 도넛, 칵스 등이 유행했을 때이다. 근데 지금 이 양반들 다 어디갔나 싶다. 롤링스톤즈는 지금도 있는데??
프론트맨의 개념, 지금의 전형적인 밴드 포지션(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을 확립하고 블루스를 팝, 록으로 끌어올린 1960년대의 업적부터 지금의 신보까지 이들은 팝, 록 음악사에 가장 길게 남는 그룹이 되었다. 혓바닥 로고, Move like jagger, 잭 스패로우의 모티브 등 이들은 시대를 거쳐오며 트렌드의 흐름에 하나씩 점을 찍고 지나갔다. 과장을 보태서 그냥 기타를 잡고 합주실에 들어선 순간 롤링스톤즈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고 보면 된다.
이들의 음악과 공연 그리고 아이콘스런 행동과 패션은 브랜드의 스테디 셀러와 같다. 비틀즈와 동시대에 태어나 하드 록, 디스코, 얼터너티브, 힙합 등의 음악 트렌드에 적응하고 스스로도 바뀌며 '현존하는 가장 거대한 밴드'로 생존했다. 이 정도면 좀 브랜드의 관점에서 요모조모 뜯어볼만 하지 않을까?
이 80이 다 되어가는 고령의 밴드의 마지막 앨범은 언제일까? 이번 신보가 듣고 나는 이 앨범이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뮤직비디오나 몇몇 트랙에 마지막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적어도 이 앨범 속의 에너지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18년 만에 돌아온 이 돌덩이들은 여전히 구르고 있고 멈출 기세도 없이 더욱 회전 수가 올라간 듯 하다.
마지막으로 폴 매카트니가 피처링한 'Bite My Head Off' 를 들어보고 이 할배들이 이 앨범이 끝일지 아닐지 가늠해보자. 내가 볼 땐 100살까지 해먹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