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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개선문이 거대한 흰천으로
뒤덮였던 이유는?

[#29 Paris] Inspired By Triumphal Arch

by 재니정

최근 파리의 개선문이 천으로 뒤덮였다는 뉴스를 본 적 있어?

많이 알다시피 개선문은 파리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건축물 중 하나야. 라데팡스의 신 개선문에서부터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에투알 개선문, 그리고 루브르 박물관 앞에 세워진 꺄후셀 개선문까지. 큰 행사나 시위에서 이 개선문을 향해 행진을 할 만큼 파리지앵들에게는 의미가 큰 곳이지. 이 중 샹젤리제에 있는 에투알 개선문이 최근 은청빛이 도는 천으로 전부 뒤덮였는데, 설치 미술가, 그 중에서도 대지 예술로 유명한 크리스토 자바체브의 작품이었어.

50m 높이에 육박하는 이 개선문을 덮기위해 2만 5000㎡ 넓이의 천과 3000m 길이의 붉은 끈이 사용 되었다고 해. 지금은 사망한 크리스토의 이 프로젝트는 1960년대부터 처음 구상을 했을 정도로 긴 세월을 준비하고 기다린 작품이야. 1985년 파리의 퐁네프 다리를 포장한 이후로 첫 파리에서의 프로젝트라는데 그만큼 파리와 개선문이라는 장소가 그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


직접 샹젤리제 거리 끝에 있는 개선문을 방문해 보았는데, 안그래도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이 개선문이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며 휘날리는 은청색 천에 뒤덮여 있으니까 그 모습이 더욱 비현실적인 느낌이었어.

사실 그 전의 크리스토의 프로젝트 규모에 비하면 그렇게 놀랄 정도는 아니었지만, (섬, 골짜기, 의회 건물을 포장하는 프로젝트들도 있었거든.) 개선문이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상징적인 건축물이 이렇게 탈바꿈 되니 더욱 인상이 깊게 박히게 되는 것 같아.


대지 예술의 두가지 큰 개념은, 그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막대한 스케일을 바탕으로 한 모두에게 열려있는 예술이라는 점과, 우리에게 평소에 익숙한 공간과 환경들을 낯설게 바꿈으로써 그 공간의 의미와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온 장면처럼 교실 책상 위에 올라서는 것만으로도 교실의 분위기와 공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지. 나에게는 끈으로 묶여 포장 되어있는 개선문을 보니 누군가 정성스럽게 포장해서 떨궈놓은 선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거기에 몰려들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니까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심시티’ 게임에서 새로운 건물이 생겼을때 몰려들어 반응하던 시민들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


사실 이 작품에 대해 보기 흉하다, 돈 낭비다 하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난 개인적으로 이런 버징되는 논란들이 현대예술에 있어 가장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해. 무엇보다 심시티 게임 속 시민처럼 내가 살고 있는 이 파리라는 도시를 다시 한번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줬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가 주는 재미와 인상들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

이 편지가 전달되는 날의 이틀 전인 10월 3일까지 전시가 되고 이 프로젝트는 바로 전면 철거가 돼. 또 어떤 흥미로운 예술 프로젝트들이 파리에서 일어날지 기대가 되는 요즘이야.

서울에서 요즘 새로운 관점으로 발견한 공간이 있어?


2021.10.05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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