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Seoul] Inspired By Dolphiners Films
요새 돌고래 유괴단의 맘스터치 바이럴 필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야.
맘스(Mom’s)라는 단어와 한국 막장 드라마를 절묘하게 섞은 이 영상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어. 사실 맘스터치는 계모터치라고 불렸던 만큼 브랜드 인지도가 많이 떨어졌었는데 이 영상을 보고 나니 맘스터치를 먹고 싶은 마음이 바로 들더라고. 광고 영상이라면 스킵 버튼을 얼른 누르는 나인데 돌고래 유괴단이 만들면 오히려 찾아보게 돼.
돌고래 유괴단은 내가 부러워하는 조직 형태에서 시작했어. 바로 크루(Crew)야. 내가 생각하는 크루는 각 분야의 능력자들이 모여 하나의 작업물을 만들어가는 형태야. 기업보다는 좀 더 의리가 있고 수익적인 목표는 다소 느슨한, 어떻게 보면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조직이지. 엔터테인먼트의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탄생한 아이돌이 기업이라면 크루는 각각 개성을 내뿜는 힙합 레이블 느낌이 드네. 돌고래 유괴단은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모인 크루로 시작했다가 광고 영상을 만들게 되며 기업으로 진화한 케이스야.
돌고래 유괴단의 영상은 어떻게 보면 발칙해.
여유롭게 자기들만의 스토리를 이어가. 광고인 줄 모르고 보면 그냥 단편 영화일 정도로 스토리에 몰입하다가 중간중간에 짧고 임팩트있게 광고 제품을 넣더라고. 가령 모바일게임 ‘그랑사가'의 바이럴 필름을 보면 배우들이 나와서 연극을 하다가 그랑사가 캐릭터 잠깐 나오고 끝나지. 게임 ‘던전 앤 파이터’의 필름에서도 던전 앤 파이터 게임 화면을 없애면 그냥 후레쉬맨 특촬물일 정도야.
하지만 스토리가 제품과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고 희미한 연결고리는 보여. 각 광고 제품의 대중적인 서브 콘셉트에 그들만의 상상력을 불어넣어 바이럴 필름 안에서 그 콘셉트를 메인 세계관으로 탈바꿈 시켜. 돌고래 유괴단의 대표작들 ‘그랑사가', ‘브롤스타즈' 등을 보면 그래. ‘그랑사가'는 사가(Saga)라는 단어에 집중하여 중세 콘셉트의 연극으로, 브롤스타즈는 주 캐릭터 콜트의 웨스턴 컨셉을 캐치해서 만들었지. 이 두 모바일 게임에서는 중세 시대, 웨스턴 콘셉트는 그리 큰 비중은 아니야. 하지만 돌고래유괴단은 이 콘셉트가 어떤 것보다 대중적이라 여겨 바이럴 필름에서는 전면으로 내세웠지. 그래서인지 모바일게임을 전혀 안하는 사람들도 넋놓고 영상을 정주행하는 재밌는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해.
돌고래 유괴단의 콘텐츠들을 보고 깨달은 2가지 창작 포인트가 있어.
우선, ‘클리셰를 비꼰다.’는 얘기야. 그런데 비꼬는 것보다는 ‘클리셰에’ 이 단어에 집중하고 싶어. 클리셰를 비꼬거나 파괴하는 것도 좋지만 아예 지우면 안되는거지. 결국 대중도 ‘이런 클리셰를 뒤집었구나' 라고 인식해야 더욱 관심 있어 하지. 만약 너무 독창적인 방식이었다면 아무도 공감해주지 않았을 거야. 이번에 나온 맘스터치 바이럴 필름도 막장 드라마의 클리셰를 특징적으로 집어내고 비틀었기에 이렇게 인기가 끌었다고 봐.
그다음은 ‘내 것’을 만든다는 돌고래 유괴단의 작업 철학이야.
돌고래 유괴단은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하는 걸로 유명해. 일례로 하나의 광고주에 PD, 감독들이 각자 흩어져 2시간 안에 아이디어를 짜내고 공유하여 가장 좋은 방안을 따른다고 들었어. 제품의 콘셉트, 에이전시의 일방적인 요청보다도 이들의 창작력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방식이지. 그래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흐름으로 바이럴 필름이 만들어지는 거겠지. ‘아무리 환경이 나를 바꾼다고 해도 내 성과는 비로소 나 스스로에서 나와야 해.’라고 다짐되는 포인트야. 외부에 계속 휘둘리게 되면 내 색깔을 잊어버리게 되는데 그럴 바엔 내 철학을 쭉 이끌어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
돌고래 유괴단은 그리 규모가 있는 기업은 아니야.
그런데도 이 소수의 창작자 집단이 대한민국 광고 패러다임을 바꾼 게 너무 멋져. 어떤 누가 광고용 영상으로 1,000만 조회 수를 만들어냈겠어? 물론 많은 전문가가 머리를 짜내고 대규모 자본을 투입한 결과물이 더 좋을 수는 있겠지. 하지만 소수의 반짝한 아이디어와 능력으로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게 더 짜릿해. 만약 내가 크리에이티브 집단을 만든다면 이렇게 이끌어가고 싶어.
너는 이번 주에 어떤 영감을 받았어?
2021.12.09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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