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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미술관 밤 산책: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39 Paris] Inspired By Louis Vuitton

by 재니정

파리에 여행을 온다면 루브르, 오르셰, 퐁피두 센터처럼 이름난 미술관들을 하나쯤은 방문하게 될거야. 이외에도 파리에는 도시 곳곳에 유명한 미술관들이 보물처럼 숨겨져있어. 파리 도시 전체가 예술 갤러리 같다는 찬사가 과장이 아닐 정도이지.

지난 주 퇴근 후에 들러 전시를 관람하고 온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Fondation Louis Vuitton)은 파리의 고급 동네 16구에 위치해 있어. 비교적 파리 외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미술에 크게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잘 찾지 않는 곳이기도 하지만, 불로뉴 숲과 미국의 건축가 프랑크 개리가 디자인한 독특한 건축물 때문에 관광명소로 손색이 없는 곳이야. 마침 내가 들른 날은 야간까지 전시장을 오픈하는 날이기도 했고, 미술관에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프랑스 친구의 안내를 받아 설명을 들으며 건물 구석구석과 전시를 구경했어.



현재 루이비통 미술관에는 ‘모로조프 콜렉션, 근대 미술의 아이콘 (La Collection Morozov. Icônes de l'art moderne)’ 전시가 열리고 있었어. 20세기 모스크바에서 후원가로 활동한 모로조프 형제가 수집한 작품들을 공개하는 전시로, 드가, 모네, 고흐, 고갱, 마티스, 피카소, 샤넬 등 근대 미술의 상징적인 작품들을 볼 수 있어.

특히 외부에 쉽게 공개되지 않는 반 고흐의 ‘운동하는 죄수들'이라는 작품이 이번에 독점적으로 공개되어 화제가 되었는데, 워낙 이 작품을 보려는 인파가 많아 관람 대기시간까지 있었어. 작품의 배경처럼 감옥을 연상케 하는 어두컴컴하고 고립된 공간속에 조명으로 비춰진 그림을 보니 경건한 마음이 들더라고. 이 작품은 고흐가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그렸던 그림인데, 죄수들의 모습과 공간의 분위기를 통해 고흐가 느꼈을 절망과 무력감을 느낄 수 있었어.


(반고흐, 운동하는 죄수들)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흔히 두 파 갈려. 고전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과 현대 예술을 선호하는 사람. (여기서 말하는 고전 예술은 모더니즘 전까지의 화풍으로 묶어서 표현할게) 그 중 나는 철저히 현대 예술을 선호하는 사람이야. 왜냐하면 관람자의 개인적인 관점과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정형화되지 않은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거든. 한마디로 현대 예술은 불친절하지만, 생각할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 있어서 해석범위에 대한 확대성이 강한 예술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게 현대 예술에서 내가 얻는, 소위 말하는 ‘영감'이 되는거지.

그에 비해 고전 예술은 이미 대부분의 답이 나와져 있고 그 이상의 것으로 확장되는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 보기에 아름답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주지만, 그 이상의 ‘질문’을 던지지는 못하는 거지.

하지만 이날 프랑스 친구의 설명을 들으며 감상한 예술 작품들은 달랐어. 내가 몰랐던 뒷이야기들을 알게 된 점도 재밌었지만, 무엇보다 뻔하디 뻔할거라고 생각했던 근대 미술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새로운 관점을 덧대며 표현하는 것에 놀랐어. 원형으로 빙 둘러져있는 갤러리에 일렬로 걸려있는 인상주의 작품을 보며, 인상주의 화풍이 대두했던 19세기 철도의 발명 시대와 연결하여 마치 기차안에서 창문을 통해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듯한 경험을 준다는 묘사라든지, 르누아르가 그린 파리의 한 테라스 그림을 보며, 사실상 인물들의 의복없이는 시대를 구분할 수 없을정도로 지금과 별반 다를게 없는 파리 시내 거리를 관찰할 수 있다든지, 그림의 배경에 자신의 다른 그림들을 그려 넣어 평행우주같은 개념이 떠올랐던 마티스의 작품이라든지… 내가 무심코 지나쳤을 뿐이지 그 안에 아직도 생각할거리와 해석할거리가 무궁무진하게 담겨있는 걸 보며 그동안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

사실 우리는 자주 예술의 불친절함과 어느정도 배경지식을 갖추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접근성에 대해 많이 불평하곤 하잖아. 그래서 ‘예술은 콧대 높은 자들의 향유물이다’, ‘자기들만의 세계다’ 등등 비판을 받곤 하지. 하지만 생각해보면 어떤 분야가 안그렇겠어? 우리는 많은 다양한 형태들의 문화를 쉽게 쓱 흝으며 감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 안에서 대중들이 느끼지 못하는 ‘완성도'를 지니기 위해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전문적인 지식들과 이론들이 존재할지 생각해봐. 하물며 마블 히어로 영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도 엄청나게 많은 세계관과 배경지식들을 공부해야하는 것처럼 말이지.


나는 예술을 감상하는 행위는 결국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예전에 이동진 영화평론가도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카메라가 어디에서 촬영을 하고있는지를 상상해봐라.’ 라는 말을 한적이 있지. 즉 보이는 장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장면속에 숨겨진 감독의 의도를 같이 생각해봐라 라는 뜻일거야.

단지 풍경과 사물을 멋지게 재현하는데 그쳤다고 생각한 고전 예술도, 이처럼 작가의 의도와 메시지를 읽는 재미가 담겨있다는걸 이번 전시 관람을 통해 알게 되었어. 앞으로는 그동안 등한시했던 고전 미술 전시를 많이 찾아다녀볼 계획이야. 전에는 몰랐던 고전작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어떤식으로 바뀌게 될지 궁금해.


넌 최근에 어떤것에 영감을 받았어?


2021.12.16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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