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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집말고 ‘남의집'에서 모일까?

[#40 Seoul] Inspired By Naamezip

by 재니정

올해 2, 3월쯤 음성 채팅 앱 클럽하우스가 엄청나게 핫했던 거 기억나지? 코로나 속에 꽁꽁 묶여있는 답답함이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취미, 전문분야별로 옹기종기 모여 종일 떠들어대는 게 참 재밌는 광경이었어. 사람들이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는 데에 이렇게 목말랐나 싶었지. 이번에 나는 커뮤니티에 대해 이야기 한 번 더 해보려 해. 남의집이라는 서비스 소개와 말이지.


몇 달 전에 남의집이 10억을 투자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어. 당근마켓에서 말이야.

스타트업이나 사업에 관심 많다 보니 자연스레 남의집과 당근마켓의 사업 연결지점이 떠오르더라고. 바로 ‘지역 커뮤니티' 였어. 남의집은 호스트의 개인 취향 공간에 게스트들이 참여하는 모임을 만드는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이야.


남의집을 처음 봤을 때 지금처럼 사업이 아닌 프로젝트였던 걸로 기억해.

내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내 집을 소개하고 이런저런 주제로 만나는 모임이었어. 그러다 서울에 동시다발적으로 모임이 늘어나더니 나중에는 호스트의 집에 모여 업무를 하는 ‘홈 오피스'라는 프로젝트를 런칭했더라고. 상당히 흥미가 돋는 커뮤니티 형태였어. 책이 빼곡히 꽂힌 소설 작가, 감각적인 포스터와 오브제가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의 집에서 일한다면 정말 색다른 영감을 얻지 않을까? 업무 효율이 나아지지 않을까? 이제는 하지 않지만 뭔가 고정관념을 뒤집는 파격적인 프로젝트라고 지금도 생각해. 지금은 살짝 트렌드가 지났을 수도 있는 디지털 노마드 문화에 안성맞춤이었지.


지역 커뮤니티는 이미 다양한 서비스에서 만들어지고 있어.

네이버/다음 카페, 당근마켓, 어플 소모임 등 어느 한 곳만 들어가도 내가 원하는 모임을 찾는데에는 10분도 채 안 걸려. 그런데 나는 남의집에 유난히 관심이 많이 가. 가장 좋은 점은 이거야. 남의집은 사람의 작고 생소한 취미를 캐치하는 매력이 있어. 보이차를 마시거나 그림책을 읽고 싱잉볼 연주로 마음을 치유하는 등 호기심으로 들여다볼 신기한 테마가 많아. 모객도 물론 중요하지만, 거기에 조급하기보다는 호스트의 개성과 게스트의 취향을 느긋이 존중해주는 모습이 느껴져. 개인적으로 홈페이지에서 굵은 글씨로 써진 모임 제목이 꽤 감각적이더라고.


‘낮술이 생각날 때 오세요.’ 칵테일 만드는 모임
‘식물이 주는 작은 위로?’ 식물 키우는 모임

더해서 남의집은 ‘사람은 자신의 취향을 마음껏 분출하고싶어한다.’는 욕구를 잘 활용하고 있어. 의외로 서로 취향을 공유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는 않거든. 가족들이나 친구들이더라도 취향은 어긋나기 마련이야. 남의집은 이런 작은 취향을 같은 사람끼리 매칭시켜주는 역할을 해. 마음에 완전히 맞는 사람이 아니어도 돼. 자칫 지나쳐갈 수 있는 찰나의 취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짧게 만나는거지. 대신 호스트는 남의집에 사전 승인을, 게스트는 호스트의 사전 심사를 거치는 다소 엄격한 시스템이 있어 사람 간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지.



잠잠한 코로나가 되살아나 사회적 거리를 두는 판인데 사회적 거리를 좁히는 남의집은 왜 오히려 투자를 받았을까? 나는 지금이 오프라인 커뮤니티가 ‘질적’으로 성장할 기회이기 때문이라 생각해. 코로나로 모든 만남이 비대면이 된 세상에서 대면은 오히려 사막 위 오아시스와 같은 갈증 해소가 있거든. 마스크를 꽁꽁 매고 험난한 백신 패스를 거쳐 돈까지 내고 참여한 모임이면 얼마나 충성도가 높겠어. 이런 사람들의 니즈가 모이니 좋은 사람과 좋은 공간 그리고 좋은 목적을 가진 삼위일체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최근에 나도 원데이 클래스를 열었는데 모객률이 떨어졌지만 실 참가자들은 오히려 뚜렷한 목적과 열정이 있었어.


투자 이후, 남의집은 이제 가게 사장님을 호스트로 가게에서 모이는 커뮤니티로 성장하고 있어. 일반인의 집에서 가게 사장님으로의 호스트 변화는 이제 남의집이 지역 경제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인데 이게 당근마켓의 사업 방향과 결이 같아. 이번에 나도 내 사무실을 남의집에 등록하여 글쓰기나 DIY 모임을 만들어보고 싶어. 느슨한 인간관계에서 약간의 취향이 같으면 강렬하게 잡아당겨 주는 남의집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기도 하고 내 사업도 지역 커뮤니티, 지역 경제의 한 부분으로 더욱 녹아들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야.


이번 주 너는 어디서 영감을 받았어?


2021.12.22

Seoul


https://naamezi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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