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생 로랑은 어디서 영감을 얻었을까?

[#49 Paris] Inspired By Saint Laurent

by 재니정

내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롤모델 중 한명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이브 생 로랑 (이하 생로랑)을 들고 싶어. 개인적으로 생로랑은 패션계의 스티브 잡스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해. 혜성처럼 등장해 한 분야의 판도를 바꿔버린 천재이자, 그 자체가 스스로 아이콘이 되어버린, 내게는 닮고 싶은 부분이 많은 인물이야.

지금 파리에서는 생로랑 첫 컬렉션의 60주년을 기념해 ‘Yves Saint Laurent aux Musées (미술관에서의 이브 생 로랑) 이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어. 생로랑이 컬렉션에 영감을 받았던 여러 근대 미술 작품들을 생로랑의 의상들과 함께 소개하는 전시로, 퐁피두 센터, 루브르, 오르세, 파리 현대미술관, 이브 생 로랑 미술관 등 여러가지 파리의 미술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규모가 큰 행사야. 생로랑을 롤모델로 삼고있던 나에게는 놓쳐서는 안될 이벤트이자 그의 영감을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였지.


원체 패션과 디자이너를 사랑하는 프랑스이지만 생로랑은 그런 프랑스인들에게도 애착이 남다른 디자이너인 것 같아. 그리고 그 이유에는 생로랑이 예술을 너무도 사랑하는 디자이너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패션 애호가라면 생로랑의 1965년 F/W컬렉션인 몬드리안 드레스를 모를 수 없을거야. 몬드리안의 상징과도 같은 직선과 절제된 원색 컬러를 옷에 적용해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왔던, 패션과 예술을 접목시킨 기념비같은 작품이라 볼 수 있어. 사실 나도 그전까지는 잘 몰랐는데, 이번 전시를 보니 생로랑의 컬렉션에 이렇게 미술을 접목한 작업이 많더라고. 퐁피두 센터를 거쳐, 현대 미술관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미술작품들은 이미 우리가 전부 알만한 유명한 근대미술 작가들이었어. 앙리 마티스와 피카소, 샤갈, 칸딘스키 등등.. 생로랑이 이렇게 많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고 자신의 컬렉션에 녹여냈다는걸 지금껏 알지 못했어. 그리고 미술관들이 소개하는 작품들을 죽 둘러보니 생로랑이 평소 좋아하던 스타일과 어떤 부분에서 작업적 영감을 얻었는지 보이는게 흥미롭더라고.



우선 내가 느낀 생로랑은 화려하고 원색적인 컬러를 좋아하는 듯 했어. 마티스의 작품에 담겨있는 생생한 컬러들과 마그넬리 (Alberto Magnelli), 들로네 (Sonia Delaunay)의 작품에서 보이는 화려한 색감들이 그의 드레스에 고스란히 담겨있었지. 또한 피카소와 칸딘스키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뚜렷한 리듬감과 구조들, 마티스의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춤추는 인물 드로잉에서 느껴지는 리드미컬한 생동감들이 옷의 실루엣과 스케치에서도 똑같이 느껴지는 부분이 재밌었어. 아르데코와 바우하우스, 퓨처리즘 시기를 지나가며 현대미술의 시점까지 오게되면 앤디워홀, 리히텐슈타인 등에게서 영향을 받은 조금 더 모던하고 그래픽적인 모티프들이 옷 패턴에 등장하게 되지. 우리가 흔히 예술의 사조를 말할때 낭만주의, 모더니즘, 다다이즘처럼 철학, 문학, 연극 정도의 분야에서 타임라인을 같이 이어나가기 마련인데, 생로랑은 의상을 통해서도 그 사조를 충실히 따라가고 있었던 거야.







생로랑은 어린 나이에 디올에게 발탁되어 스물한살에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가 되었고, 청년이 되어서도 은행 계좌 하나 만들 줄 몰라 모든 생활에 관련된 부분을 동료이자 연인이었던 피에르 베르제에 맡긴채, 옷 디자인에만 몰두 했다고 해. 어떻게 보면 옷 밖에 모르는 바보이자 천재 덕후같은 이미지지만, 여성에게 처음으로 남자 수트를 입히고, 길거리 문화를 럭셔리 브랜드에 도입하고, 지금 우리가 알고있는 패션쇼라는 개념을 정립한 한 문화의 선구자이자 혁명가였어. 아무것도 모르는 비리비리한 청년이 어떻게 이런 강단있는 메시지와 철학을 지닐 수 있었을까? 난 그 해답이 생로랑이 예술에 가지고 있는 강한 관심과 열정에 있었다고 생각해.


누구보다도 예술에 관심이 많고 그곳에서 받은 영감을 활용할 줄 아는 디자이너였기에 스스로도 확고한 예술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었지. 세상에는 너무도 뛰어나고 천재적인 디자이너들이 많지만 생로랑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지도 몰라.


나에겐 내 롤모델들에게 바치는 모토가 한가지 있어.


‘Think like Steve Jobs, Do like Virgil Abloh and Be like Yves Saint Laurent’


‘스티브 잡스처럼 생각하고 버질 아블로처럼 행동하며 이브 생 로랑이 되어라.’ 라는 뜻이지. 그만큼 생로랑은 패션계에 한 획을 그은 천재이자 수많은 혁명적인 시도를 해낸 문화 선구자였어. 그리고 이번 전시를 통해, 그런 그가 예술에 대한 강한 열망과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너무 기뻐. 이런 세계적인 천재 디자이너조차도 우리처럼 주위 예술가들의 흔적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영감을 받아 자신의 창작물에 담아냈다는 점이 우리같은 창작가들에게 어떤 자세를 지녀야할지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 늘 주위에서 영감을 찾아 헤매고 그 영감을 담아낼 줄 아는 자세말야.


넌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어?


2022.02.23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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