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Seoul] Inspired By Ufotable
나는 애니메이션을 자주 보는 편이야.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만의 발칙한 상상력이 있거든. 게임이나 영화 그래픽이 발전하기 전, 사람의 무한한 상상력은 그나마 애니메이션으로 커버되었어. 아키라, 공각기동대, 에반게리온과 같은 80-90년대 애니메이션이 지금까지 명작으로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해. 나는 애니메이션은 사람의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한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해.
최근 ‘귀멸의 칼날: 환락의 거리 시리즈’가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인기를 얻고 있어.
주마다 한 회씩 방영하고 나면 명장면과 리뷰 영상이 넘쳐나는데 사람들은 만화와는 다른 새로움을 느꼈다고 호평이야. 사실 귀멸의 칼날 자체 작품보다는 제작사인 유포테이블(ufotable)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지. 특히 전작인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는 일본 영화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하며 지브리 스튜디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멀찌감치 2위로 밀어냈어.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를 끌이 제작사 덕분에 진작 완결 나 인기가 식었던 ‘귀멸의 칼날'은 향후 5년까지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정상에 있을 것 같아. 이미 스토리를 알고 있는 나조차도 다음 시리즈가 궁금할 정도야. 어떤 음악과 성우를 활용할지, 이 만화만의 처절한 칼부림을 어떤 움직임으로 표현할지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가 있어.
유포테이블은 2000년에 설립된 회사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시점은 2007년 ‘타입 문(Type-Moon)'의 ‘공의 경계’, ‘페이트’ 시리즈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나서부터야. 소위 갈아 넣었다는 작화 퀄리티에 팬들이 감탄하기 시작했지. 그러다 이런 탄탄한 실력과 장인 정신을 가진 제작사가 원나블(원피스,나루토,블리치) 이후 가장 대중적인 만화로 평가받는 ‘귀멸의 칼날'을 만나게 되니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사로잡는 결과가 나왔어. 바로 ‘일본 영화 역대 흥행 1위’로 말이야.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다는 건 양날의 검과 같아.
기존 명성에 힘입어 어느 정도의 흥행을 보장하겠지만 반대로 잘못 만들었다간 골수팬으로부터 대차게 까이기 마련이야. 아무리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원작일지라도 애니메이션만큼은 외전 취급해버리는 경우가 많지. 그래서 애니메이션에는 원작에 없는 +@가 필요하고 +@가 있더라도 원작을 뛰어넘기가 힘들기도 해. 그러나 유포테이블은 원작을 아득하게 뛰어넘는 작업물들을 만들었지.
유포테이블은 작화 퀄리티와 더불어 영상미에 공을 들이는 제작사야. 단면 종이로만 봤던 원작에 생동감을 주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어. 캐릭터와 성우의 매치, 배경에 어울리는 음악, 컷 사이의 틈새를 촘촘히 메꾸는 액션 속 카메라 워크는 관객의 조각난 상상력을 완벽하게 짜 맞추지. 일례로 ‘귀멸의 칼날: 환락의 거리에’서는 단 2컷만 나왔던 액션을 2분 이상으로 늘려버렸고 그 액션은 이 시리즈의 최고 명장면이 되었어.
최근 난 일본 애니메이션은 2010년 이후로 침체기였다고 생각했어.
마블과 같이 CG 위주의 영화가 상상력을 확장하며 애니메이션 영역을 침범했어. 지브리 스튜디오는 ‘벼랑 위의 포뇨'와 같은 작품을 내지 못했고 애니메이션은 점점 클리셰 범벅으로 양산되며 특정 팬들에만 소비되는 서브 컬쳐로 전락했지. 하지만 유포테이블의 작품이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애니메이션 산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느낌이 들어. 훌륭한 퀄리티가 보장된다면 영화를 뛰어넘는 인기 콘텐츠가 된다는 증명을 했거든.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도 신규 고객 유치 방법으로 애니메이션에 한창 투자하고 한국도 ‘신의탑', ‘갓오브하이스쿨' 등 인기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였지. 애니메이션은 무한하게 뻗어나가는 콘텐츠 사업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어.
유포테이블은 제작사로 알려져 있지만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어. 굿즈샵, 독립영화관, 카페 같은 공간을 운영, 애니메이터와 성우를 육성하기도 해. 보면 유포테이블은 제작뿐만 아닌 애니메이션이 어떤 콘텐츠로 확장할지도 고민하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어. 콘텐츠를 넘어 그 콘텐츠가 어떻게 진화할지를 예측하고 거기에도 어느 정도 영향력을 만들어놓는 기획력을 배우고 싶네.
이번 주 너는 어디서 영감을 받았어?
2022.02.16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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