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브랜드의 게임 페스티벌 도전기 #1

부산인디커넥트 BIC: BIC 선정부터 전시 준비까지

by 재니정

2017년 7월 말이었다.

게임 <어바 노이즈 공화국> 개발비 조달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링크 클릭)이 막 끝나고 바쁘게 리워드를 준비하고 있을 때, 예기치 못한 곳에서 메일이 왔다. 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이하 BIC)에서 출품작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이었다.(붙는지 안 붙는지도 모르겠다 하고 지원했던) 게임 산업 분야에모르던 우리는 '되었네?' 하며 허허 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BIC의 유명세를 들으며 점점 입이 떡 벌어졌다.(BIC 사무국이 철저하게 운영, 관리되는 걸 보아 보통 페스티벌이 아님을 또 느꼈다.) 인디게임 개발자라면 꿈같은 무대이고, 전 세계로 게임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들었다. 어쩌면 작년 서울/부산 디자인 페스티벌만큼, 보다 더 떨리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박이다!'하며 우리끼리 환호성을 질렀지만, 곧 그래픽 디자인 브랜드가 게임 시장에 첫 선을 보이는, 고수들이 날뛰는 부스 속에서 우리가 개발하는 게임이 돋보여야 하는 중압감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시소의 반동처럼 그만큼 우리는 디자인을 알리고, 게임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자고 다짐하였다. 어쨌든 BIC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하는 사실은 없었다. 우리 위치에 뭔들 못하랴.

그 후로 바로 BIC에 진출하기 위한 원대한 음모를 짜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준비를 하였는가 #1_DP 물품


디자이너가 해외에 있는 터라, 원격 근무로 모든 일을 해왔다. 오랜 이야기 끝에 디자이너는 부스 시안을 나에게 보내주기로 했고, 그 시안을 난 완벽하게 구현하기로 했다. 롱디 근무인 우리 브랜드한테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었다. 디자인 브랜드이기 때문에 부스 DP에 Pride가 있었고, 이 점을 120% 활용해야만 했다. 부스는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벽이 어떠한 모습인지, 옆 부스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는 2016년 BIC의 블로그 포스팅으 참고하였다. 하지만, 성이 안차 BIC 운영사무국에 전화하여 담당자를 괴롭혔다. 몽골텐트의 옆면, 지붕, 테이블 사이즈 등을 꼬치꼬치 캐묻고 또 물었다.(내색도 안 하고 친절하게 문자도 보내준 사무국 직원이 고마웠다. 나라면 전화를 던져버렸을 것이다.) 그 후, 우리가 필요한 물품을 리스트업 한 뒤, 하나하나씩 챙겨보았다. 가장 구하기 힘든 물품은 부스 DP에 키포인트가 될 '폐전선'이었다. 그거 고물상에서 그냥 구하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큰 착각이었다. 여러 곳을 돌며 폐전선을 매입하던 고물상에서 싼 값에 폐전선을 우리에게 넘겨줄 리 없었다. 안양과 서울 일대를 다 돌아보았지만 낡은 느낌의 폐전선은 구할 수 없었다. 다행히 공구 상가에서 일하시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폐전선을 구할 수 있었다.

그다음에는 사전 배송 건이 꽤나 까다로웠다. 전시회 때 쓰던 물품 (TV, 그래픽스티커 등)이 모두 디자이너 집에 있어, 디자이너의 부모님과 물품의 상태, 포장 방법, 포장 물품 등의 커뮤니케이션을 해야만 했다. 9월 첫째 주말이 돼서야 디자이너 집에 방문하여 물품을 모두 포장, 부산에 미리 보낼 수 있었다.(디자이너 어머니가 해주신 카레는 정말 맛있었다.)


KakaoTalk_20170925_000205776.jpg

(디자이너가 보내준 부스 DP 가안이다. 그러나, 모든 벽면은 흐물흐물한 비닐막으로, 테이블은 2개가 들어가기에 너무 컸다.)



*어떻게 전시를 준비하였는가 #2_R&R(Role & Responsibility)


플랜 디렉터인 나, 프로그래머 멤버 2명(나머지 1명은 토요일에 도착하기로)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역할을 나누기로 했다. 나는 전시와 관련된 물품 준비와 위원회와의 커뮤니케이션, 총 부스 운영을 맡았고 프로그래머는 부스에서 게임이 바로 시연될 수 있게 완벽한 세팅을 맡았다. 전시회 경험 상 전시 진행은 신중하고 완벽하게 준비해야만 했다. 당일에 생각보다 다를 분위기, 부스 유형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첫 번째 만남은 파스타를 먹어라! 하고 배우고 나갔는데 상대방이 파스타 알레르기가 있다고 하는 소개팅처럼 전시회는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해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무조건 펑크가 났다. 그 펑크 날 확률을 0%에 수렴하게 만들기 위해 신중과 완벽을 기했었다. 사무국에서 메일로 보낸 여러 가이드 물을 직접 출력하여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그래도 역시나 펑크는 났다. 어디서 펑크가 나서 우리를 힘들게 했을까? 다행히 딱 하나만 생각난다. 나머지는 다 예상했지만 이건 예상을 못했다.


#1 RCA 케이블

옛날 TV에 영상을 재생시키려면 RCA 케이블이 필요하였다.(하얀색과 빨간색만 챙겼는데, 하필 노란색 선이 없었다.) 스마트폰의 충전기 케이블이 깔려있는 문구, 완구점에서 RCA 케이블을 구하는 건 힘들었다. 센텀시티 신세계, 홈플러스, 롯데백화점을 모두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고, 센텀 중학교 근처에 있는 알파 문구점에서 겨우 1개를 살 수 있었다.(IT에 모든 게 있다는 일렉트로마트에서 RCA 케이블 하나 없다고 울부짖었다.) 전시회 내내 이 소리를 했다. '와 여기 진짜 이것저것 판다~ 그러면 뭐해? RCA 케이블이 없는데!' 결국 토요일에 곧 올라오는 친구에게 부탁하여 RCA 케이블 3개를 가져와야만 했다. 하지만 신께서는 내 BIC 전시회 운영을 재미있는 영화로 제작하고 싶어 하셨나 보다. 문제는 RCA 케이블이 아니라 컨버터에 있었다.




*전시장에 도착하다. 배치 운이 안 좋았나?


목요일 오전 8시부터 교대역에서 부지런히 달려 오후 1시 30분이 되어서야 부산 센텀시티에 위치한 영화의 전당에 도착하였다. BIC 운영사무국에서는 게임 팀들이 신청했던 모니터와 본체가 공장에 막 찍어 나온 것처럼 오와 열을 맞추고 있었고, 몇몇 기술자들은 큰 TV를 설치하고 있었다.

전시회의 옆 부스에 차례로 인사를 했다. 디자인 전시회에서는 옆 부스와 자주 인사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눴다.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면, 여러 부분에서 통하기도 했고, 전시회 도중에 서로 부재 시에 물건을 챙겨주거나, 부스를 운영해주는 돈독함이 빛나기도 했다.(앞 부스와 김밥을 나눠먹기도 했다.) 그러나, 게임 페스티벌은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웃고는 있었지만, 곧이어 자신의 일에 집중하였고, 나는 그 후 몇 번의 인사를 했는데도 어색함에 입맛을 쩝 다시곤 했다. 나중에 느꼈지만 다들 자신의 부스에 집중하느냐 바빴던 것 같았다.

전시장 설치 분위기가 무르익어서야 우리 부스가 꽤나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양 옆에는 체험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VR 게임이 있었고, 바로 앞에는 글로벌 유명 퍼블리셔 Nicolis의 대유명 인디 게임 부스가 있었다. 마치 강대국 사이에 낀 작은 나라 같았다. 게다가, 우린 게임 시장에 처음 진입하고, 개발 중인 모바일 게임을 베타 테스팅하는 건국 초기 '디자인 브랜드'였다. 가지고 있는 건, 디자인 전시회에서 갈고닦은 DP 경험이었다.


1.jpg


*하루 준비에도 부족했던 부스 DP

BIC에 게임 소개를 하거나, 다른 게임 개발자, 퍼블리셔들과 이야기할 때 우리가 강조한 부분은 '디자인 브랜드'였다. 디자인 브랜드가 '인터렉티브 아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게임을 개발하게 되었고, 브랜드 메시지를 대중과 보다 넓게 교감하기 위해, 새로움이 순환하는 인디게임 시장에 진입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다녔다. 그게 우리의 차별화 전략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부스 DP에 집중하고, 많은 시간을 쏟아야만 했다. 텐트 천장에는 한 올 한 올 폐전선을 걸고 , 하얀색 테이블 보를 테이블에 덮고 그 옆에 아날로그 TV 3대를 설치하였다.(RCA 케이블이 이때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시제품과 폐전선들을 이리저리 걸어보며 멀리서 보고 안 어울리면 재배치하였다. 사실, 몽골 텐트의 위치, 재질이 우리가 DP 하는 데 아쉬운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몽골텐트의 벽이 나무, 플라스틱 같은 딱딱한 재질이었다면 그래픽 작품을 액자로 걸어 갤러리 컨셉으로 접근, 우리가 모서리 쪽에 있었다면, 2면을 오픈하여 보다 많은 관객들이 유입되게끔 만들었을 것이다. 부스가 우리의 욕심을 모두 채우지는 못했던 것 같다.


어바노이즈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urbanoiz

어바노이즈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urbanoizcity/



다음 편에 계속






작가의 이전글비를 피하지 않고 맞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