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는 두 명의 '여왕'이 있었다.

퀸의 프레디 머큐리의 일생을 담은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by 재니정

5개월 전, 어느 트레일러 영상이 제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록 팬들이 개봉날을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렸을지도 모르겠네요. 바로 록 밴드 퀸(Queen), 그리고 프런트맨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의 전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였습니다. 뮤지션 전기 영화는 무수히 나왔다 사라지고 다시 만들어짐이 반복됩니다. 마찬가지로 팬들도 기대와 실망을 되풀이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뭔가 달라 보였습니다. 그 유명한 브라이언 싱어(Bryan Singer)가 감독(막판에 하차하였지만)이었고, 퀸 멤버들의 싱크로율은 100% 물론이며, 국내 배급사는 자신감 넘치게 광고를 뿌려대고 있었죠. 마침내 11월 3일 이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1. 대중이 뮤지션을 기억하고 싶을 때마다 '언급될만한' 경지에 오른 영화

앞서 뮤지션 전기 영화는 많이 만들어진다고 했는데요. 그 뮤지션의 인기, 음악적 영향력을 떠나서 폭삭 망한 영화가 많습니다. 대부분 그 뮤지션의 인지도에 의한 창작성, 흥행성 메리트를 등에 업어 대충 만드는 결과가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이 영화는 달랐습니다. 퀸, 프레디 머큐리라는 사람을 심도 있게 분석한 노력이 돋보였습니다. 대중에게 보이는 화려한 모습과 프레디 머큐리만의 개인적인 고뇌가 골고루 버무려져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 아무리 모르는 사람이 봐도 '퀸, 프레디 머큐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겠다.'라고 느껴질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 영화의 장단점 3가지를 통해 [보헤미안 랩소디]의 관람평을 말하고자 합니다.



1. 좋았던 점 3가지: 무대 연출, 양성애자의 심리, 프레디 머큐리의 고독

1-1) 무대 연출

퀸의 역사상 최고의 공연은 1985년 Live Aids 이라고 대부분 사람들이 동의할 것입니다. 프레디 머큐리의 컨디션, 관객을 휘어잡는 퍼포먼스 등 퀸의 음악적 역량이 최정점에 달했을 때니까요. 이 공연의 의의를 감독이 정확하게 캐치한 듯 보입니다. 10분 넘게 이 Live Aids 씬을 보여줌으로써 관람객들이 1985년 공연 현장으로 들어간 생동감을 불어넣어줬습니다. '33년 전, 이런 거대한 무대가 있었어. 젊은이들!! 한번 느껴봐!!'라고 자신 있게 보여주는 듯하였죠.

Live Aids 의 그 열기를 그대로 재현하였습니다. 특히 프레디 머큐리 역의 라미 말렉(Rami Malek)의 제스처는 그 실황과 99% 일치합니다. 손을 흔들거나 점프하는 위치, 마지막에 쭈구리며 끝내는 포즈 등이 실제 영상과 같았습니다. (심지어 겨드랑이 털, 가슴털까지..) 퀸의 무대가 얼마나 강렬했는지 다시 한번 재확인시켜주는 연출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22oy8dFjqc&t=984s

무대와 모든 환경을 100% 구현해낸 Live Aids 1985


1-2) 양성애자의 복잡한 심리

감독 브라이언 싱어의 공감 때문이었을까요? (브라이언 싱어 감독도 성소수자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영화는 프레디 머큐리가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장면을 꽤나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애인이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동성에 끌리는, 마침내 그 사실을 깨닫고 애인에게 고백하는 모습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또한, 메리와 짐을 둘 다 사랑하지만 무작정 가까워질 수 없는 복잡함이 돋보였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이야기는 전기 영화들 중에서 차별점을 부여하는 특별한 장치가 되었습니다. 만약 '성소수자'라는 주제를 삼는 영화를 추천한다면 이 영화가 빠지지 않겠죠.


영화에서도 잠깐 표현되었겠지만 짐 허튼은 프레디 머큐리의 동성애인 그 이상이었습니다.


1-3) 프레디 머큐리의 고독

1980-85년 사이는 프레디 머큐리의 보컬 역량이 최정점에 달했을 시기였습니다. 반면에 프레디 머큐리가 심적으로 많이 헤매기도 하였죠. 퀸의 새로운 모습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 데다가 양성애 이슈로 인하여 사생활이 무자비하게 찢겨 나가던 때였습니다. 퀸의 팬이라면 에이즈를 판정받고 이겨내는 부분보다 이때가 더 힘들었을 것이라는 걸 공감했을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배우 라미 말렉의 연기가 돋보였습니다. 특히 튀어나온 앞니를 드러내거나 숨기며 복잡한 심리를 묘사하는 연기는 일품이었습니다. 톱스타 뒤에 숨겨진 고독을 잘 표현한 영화였습니다.



2. 아쉬웠던 점 3가지: 주변 캐릭터 매력의 실종, 이야기의 개연성, 1985년 그 이후


2-1) 주변 캐릭터 매력의 실종

프레디 머큐리의 입체적 성격을 나타내다 보니 퀸의 다른 멤버나 동성 친구 짐 허튼을 잘 표현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습니다. 퀸은 타 밴드와 비교하면 보컬에게만 치중되지 않습니다. 특히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Brian May)는 프레디 머큐리와 나란한 작곡, 작사 실력 그리고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죠. 그의 기타 사운드는 퀸이 록에서 팝 장르로 확장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제작자가 브라이언 메이, 로저 테일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화 내의 비중을 프레디에게 많이 양보한 셈이죠.)

동성친구 짐 허튼은 프레디 머큐리와 연인, 소울메이트인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프레디 머큐리의 가장 큰 약점인 사생활과 그로 인한 약한 멘탈을 지탱해준 사람이죠. 이러한 사실을 보자면 이 영화는 짐 허튼이 프레디 머큐리의 연인이 되는 스토리를 많이 보충했었어야 합니다.


프레디 머큐리가 없는 퀸 vs 브라이언 메이가 없는 퀸 어떤 퀸이 더 좋을까요?


2-2) 이야기의 개연성

Live Aids 가 이 영화의 카타르시스의 최고조라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 퀸의 여러 가지 이야기 개연성을 버린 듯합니다. Live Aid를 앞두고 밴드가 재결합하거나, 프레디가 과거 방탕한 생활을 갑작스럽게 청산하는 모습 등 몇 년 간 풀리지 않는 갈등이 공연 하나에 후루룩 풀려버리는 게 부자연스러웠습니다.

Live Aids가 주가 아니었다면, 그냥 고증대로 가도 충분히 매력적인 스토리가 되었을 텐데 말이죠. (사실 퀸은 1984년에 앨범을 내었고, 1986-87년 경에 멤버들이 프레디의 에이즈 사실을 알게 됩니다.)


2-3) 1985년 이후의 이야기

Live Aids가 가장 큰 공연이었지만 다른 뮤지션들과 합동 공연이었기 때문에 순수히 퀸의 팬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관객들과 교감이 좋았던 공연은 1986년 [A Kind of magic] 투어 웸블리, 부다페스트였습니다. 이 공연을 더 살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유명한 포즈를 영화에서 꼭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또한, 프레디 머큐리의 음악적 성장은 85년 이후에 또 이뤄집니다. 영화에서 나왔던 '나는 이제 시간이 없어.'라는 마음을 먹어 프레디 머큐리가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할 때였습니다. 오히려 퀸의 히스토리에서도 86, 89, 91년도의 앨범이 작품성이 있다고 호평을 많이 받았습니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던 프레디 머큐리의 투병 이야기를 조금 넣어봤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1991년 프레디 머큐리의 사망 직전의 모습


4. 퀸을 추억하기엔 더할 나위 없는 영화

아쉬운 부분이 남긴 했지만, 퀸을 추억하기엔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적어도 국내 팬들에게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사실, 프레디 머큐리를 실제로 봤던 한국인은 적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도 내한을 오지 않은 데다가,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개방하기 전에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화 속의 실제 같은 공연 씬이 우리에게는 더 깊은 울림을 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퀸을 평생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 '프레디 머큐리를 내 마음속에 좀 더 간직하고 싶은 소망'을 가지신 분이라면 이 영화를 꼭 추천해드립니다. 후회하지 않습니다.




*영화 내부에서의 짤막한 잡지식, 재미있는 이야기들

-이 영화는 'Marc Martel'이라는 뮤지션의 목소리가 대부분 포함되어있습니다. 프레디 머큐리랑 가장 목소리가 비슷하다 알려져 있습니다.

(Marc Martel의 'Bohemian Rhapsody' https://www.youtube.com/watch?v=QkCxE2Lh458)

-로저 테일러(Roger Taylor)는 퀸 내에서 가장 고음역을 맡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도 잠깐 나왔지만, 로저 테일러가 가장 성격이 고약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존 디콘(John Deacon)은 프레디 머큐리 사후, 은퇴를 선언하였습니다. (몇 번 공연은 제외하고)

2018년 존 디콘의 근황

-브라이언 메이의 특기는 몇 초 간격의 딜레이로 화성을 만들어내는 연주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s87GuoOvYo)

-브라이언 메이는 피크가 아닌 동전으로 기타를 연주합니다. 동전의 둥근 면과 작은 돌기들이 기타 연주를 더욱 거칠게 만들어줍니다.

-프레디 머큐리가 콧수염을 기른 기간은 7-8년 정도 됩니다.

-사실 퀸은 미국에서는 정작 인기가 많지 않았습니다. 유럽, 동아시아가 주 시장이었습니다.

-80-85년도 사이가 프레디 머큐리의 역량이 최정점에 달했을 때입니다. 82년도 몬트리올 라이브를 꼭 들어보세요.

-브라이언 메이는 반 헤일런(Van Halen)의 에디 반 헤일런(Eddie Van Halen)에 앞서 라이트 핸드 주법을 실험적으로 사용한 기타리스트 중 하나입니다.

-브라이언 메이의 연주를 들어보고 싶다면 'kind of magic' 라이브를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브라이언 메이의 절제된 속주가 돋보이는 곡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2_xWTSyC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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