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의 프레디 머큐리의 일생을 담은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2
첫 번째 글 보러 가기: 영국에는 두 명의 '여왕'이 있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이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보컬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가 얼마나 대단한 보컬이었는지 한국인에게 제대로 알려준 영화임은 틀림없습니다. 노래만 알던 그 어렴풋한 기억을 퀸, 프레디 머큐리라는 뚜렷한 뮤지션으로 각인시켜준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 부분에서 아쉬웠습니다. 앞선 글에서 '프레디 머큐리 외 다른 캐릭터의 매력이 잘 안 나타났다.'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첫 번째 글 보러 가기: 영국에는 두 명의 '여왕'이 있었다.) 특히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Brian May)'의 존재감이 없었다 느꼈습니다. 사실, 브라이언 메이는 퀸에서 어쩌면 프레디 머큐리보다 더 중요한 인물일지도 모릅니다. 그 이유로 브라이언 메이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더 해보고자 합니다.
브라이언 메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그의 기타 'Red Special'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 기타를 살 형편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와 함께 집안에 있는 부품을 가지고 기타를 만들었습니다. 오래된 벽난로, 오토바이 부품, 자전거 부품 등을 사용하여 세상에도 없는 그만의 기타가 탄생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퀸의 진정한 상징은 'Red Special'이라고 말합니다. 퀸의 차별점 중 하나는 브라이언 메이의 기타 사운드이고 그 기타 사운드는 'Red Special'에서만 나오는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어렸을 때의 가난이, 그 가난을 극복해내고 기타를 직접 만들어가며 연주하려는 그 열정이 훗날 퀸이라는 전설을 만들어낸 것이죠.
브라이언 메이는 기타리스트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오리지널리티를 자랑합니다. 그는 기존 기타 주법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실험을 하였는데요.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2-1) 기타 'Red Special'
브라이언 메이만 가지고 있고, 브라이언 메이만 연주할 수 있는 기타이기 때문에 브라이언 메이만의 기타 사운드가 구축되었습니다. 기타 소리만 들어도 이건 퀸이구나!! 할 정도입니다.
2-2) 또박또박한 연주
브라이언 메이는 한음한음이 치밀하게 설계된 두뇌 플레이를 합니다. 솔로 플레이를 할 때 그의 연주를 들어보면 자신이 연주해야 할 음을 또박또박 뱉어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ZvsRlIieK
2-3) 라이트 핸드 주법 활용
에디 반 헤일런(Eddie Van Halen)이 라이트 핸드/태핑 주법(오른손으로 프렛을 누르는 주법)을 개발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브라이언 메이가 먼저 실험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라이트 핸드 주법은 그 이전에도 플레이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khmDEKeaBU&t=1324
2-4) 6펜스 동전
브라이언 메이는 피크 대신 6펜스 동전으로 연주를 합니다. 많은 기타리스트들이 가끔 동전으로 연주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동전의 둥근 모양 때문에 날카로운 피킹이 어려울뿐더러 겉에 나있는 돌기가 기타 스트링과 긁히며 깨끗한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죠.
2-5) 딜레이 연주
브라이언 메이는 딜레이(음을 연주하면 몇 초 뒤에 다시 그 음이 나는 이펙트)를 가장 잘 활용하는 기타리스트입니다. 몇 초 뒤에 음이 반복되는 이펙트를 이용하여 음을 쌓아가고 웅장한 사운드를 연출합니다. 화성학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있어야 익힐 수 있는 주법이라 알려져 있죠.
https://www.youtube.com/watch?v=Hs87GuoOvYo
그 외에 브라이언 메이는 80년 대에 유행하는 악기 신디사이저의 사운드를 기타로 구현하려 노력하였습니다. 그리하여 80년 대의 퀸은 글램록, 오페라 록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팝으로 스펙트럼을 넓혔습니다.
영화에서 보면 퀸의 노래는 모두 프레디 머큐리의 주도로 만들어지는 듯한 장면들이 많은데요.(브라이언 메이는 그냥 'We will rock you'의 쿵쿵따를 만들어내는...) 사실 브라이언 메이도 프레디 못지않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기타 리프로 시작되거나 감미로운 팝 성향의 발라드는 모두 브라이언 메이가 작곡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가 작곡한 대표적인 노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Keep Yourself Alive
Brighton Rock
Now Iʼm Here
ʼ39
Tie Your Mother Down
We Will Rock You
Save Me
Hammer to Fall
The Show Must Go On
Too Much Love Will Kill You
I Want To Break Free
Somebody To Love
Fat Bottomed Girls 등
https://www.youtube.com/watch?v=rNa5kRX45tg
퀸의 모든 멤버들이 똑똑이들이라는 건 퀸의 팬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요. (프레디: 디자인, 브라이언: 천체물리학, 로저:치의학, 존 디콘: 전자공학) 그중 브라이언 메이는 음악 외에 천체물리학에 학업을 지속한 멤버입니다. 심지어 2007년 자신이 다녔던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008년,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교 총장으로 지냈습니다.
둘 다 퀸을 상징하고, 없어서는 알 될 중요한 멤버지만 저는 후자에 더 힘을 실어주고 싶습니다. 프레디 머큐리가 없는 퀸은 어느 정도 유지된 반면, (보컬이 폴 로저스, 아담 램버트로 대체) 브라이언 메이를 대신할 수 있는 기타리스트가 있을까요? 그의 홈메이드 기타, 6펜스 동전을 가지고 화려한 딜레이 이펙트의 연주를 할 수 있는 기타리스트는 전 세계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연주가 없다면 퀸만의 오리지널리티가 나오지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설적인 뮤지션들은 세상을 일찍 떠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꼭 강렬하게 역사를 써내리고 사라진 뮤지션만 전설로 평가되는 것은 아닙니다. 롤링스톤즈(Rolling Stones), U2 등 아직도 살아가며 자신의 일대기를 계속 써 내려가는 살아있는 전설들이 많습니다. 브라이언 메이도 그중 한 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1968년 퀸의 전신 SMILE부터 하여 1970,80,90,2000,2010을 지난 지금 2018년까지 50년 동안 브라이언 메이는 그의 기타 'Red Special'을 들고 관객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는 퀸을 창조했고, 유지하였으며 여전히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