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피드백을 준다는 것

내 마음 편하자고 주는 건 피드백이 아닙니다.

by sunnynjoy


인턴 때부터 건강한 문화, 스스로의 일에 책임을 지고 서로 존중하며 일하는 문화를 강조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니 '피드백'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문화로 받아들여졌다. 피드백을 안 주고 좋게좋게 넘어가는 게 더 이기적으로 느껴질 정도?


처음 한국의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했을 때, 문제에 대해서 피드백을 주지 않고 삭히며 일을 하는 게 잘 이해가 안 됐다. '왜 피드백을 안 주세요?' 라고 물어봤을 때, 팀분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본 게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열심히 피드백을 주는 문화를 만들어보려고 예전 회사분들이나 매니저분들께 질문을 하고 다녔었다. 좋은 피드백이란 어떤 건지.


어떻게 이렇게 적재적소에 피드백을 잘 주시는지 신통한 매니저님이 해주신 얘기가 있다. 일을 하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생기고, 사람이 하는 행동은 잘 한 행동과 못 한 행동이 있다고. 피드백을 줄 때는, 좋아하는 사람인지의 여부와 관계 없이, 그 사람이 한 행동에 대해서 피드백을 줘야한다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잘 했을 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못 했을 때는 피드백을 주는 게 어렵지 않은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못 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잘 했을 때 피드백을 주는 건 어렵다고 하셨다. 그럼에도, 그 상황에도 동일한 피드백을 줘야 한다고.


Screen Shot 2022-07-03 at 1.48.26 AM.png 1사분면과 4사분면의 상황에도 공정한 피드백을 주는 게, 좋은 피드백이라고 하셨다.


문득 내가 한 많은 피드백의 대화를 돌아보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뭘 잘했을 때는 피드백을 너무 적극적으로 줬지만, 싫어하는 사람이 뭘 잘했을 때는 그냥 못 본척을 하지는 않았는지. 반대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뭔가를 잘 했을 때 슬쩍 넘어가지는 않았는지. 피드백을 준다는 걸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칭찬을 해주고, 안 좋아하는 사람에게 비판을 하는 기회로 쓰는 경우들이 있다. 그건 피드백이 아니라 그냥 내가 하고싶은 말을 하는 것이다. 피드백은 주는 사람에게도 어려워야 하고, 받는 사람이 듣고 나서 남는 게 있어야 한다.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명만 노력해서는 안 된다. 조직 차원에서의 트레이닝과 연습이 가장 많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러 실리콘밸리 기업에서는 이런 트레이닝을 비싼 비용을 들여서 진행하는 건 기본이고, 회사 곳곳에 이런 문화가 녹아있다.


1*NDtXyN_kMdy0N5pbbP3gdQ.jpeg 피드백은 선물이라고 장려하는 메타 (구:페이스북)의 문화


Feedback is a gift 처럼 회사의 가치를 드러내는 문구에 쓰기도 하고, Dogfooding이라는 회사의 프로덕트를 무료로 사용하고 피드백을 주는 것을 프로그램화 해두기도 하며, 성과 평가에서도 Peer review 는 필수 항목으로 들어간다. 어떤 트레이닝이든 진행하면 서베이 및 인터뷰 형식으로 트레이닝에 대한 피드백을 취합하고, Help us help you라며 피드백을 주는 것이 곧 도움을 주는 것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물론 트레이닝을 받는다고 해서, 피드백을 주는 게 쉬워지지는 않는다. 조직과 조직원에 대한 애정이 생길수록 주기 어려워지는 게 피드백인 것 같다. 그럼에도 몇 가지 원칙들을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이것도 트레이닝에서 배운 내용이었다.


피드백을 주는 방법


1. 컨텍스트를 충분히 알려준다.


식사를 하고 있거나 그냥 대화를 하고 있다가 갑자기 피드백을 줘서는 안 된다. 사람은 누구든지 놀라면 방어기제가 튀어나올 수 있고, 대화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피드백을 줄 때는, 지금이 대화를 하기 좋은 시간인지 물어보고, 사적인 장소 (또는 일대일 대화가 가능한 장소)로 가서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


사적인 장소인 게 나는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누구든 다른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자기 행동에 대한 커멘트를 받게 되면 이를 공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화를 하는 이유가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라, 앞으로의 건설적인 협업을 위해서, 또는 발전을 위해서임을 충분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2. 본인이 본 (observe) 내용을 Fact-base로 얘기한다.


'너가 ~한 것 같았어'는 팩트가 아니다. 특정 상황에서 어떤 행동,말을 목격한 것인지가 팩트이다. 사족을 붙여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건 팩트가 아니고, 오히려 상대방을 억울하게 할 수 있다. 실제로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주기 위해서 팩트를 기반으로 상황을 준비하다 보면, 내가 잘못 상황을 본 것 일수도 있겠다는 자가 검열이 되기도 한다. 구체적인 예시 여러 개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3. 위 행동의 영향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준다.


단순히 내가 이런 행동을 싫어하기 때문에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4. Next step을 정립한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피드백을 준 이후로, 어떻게 달라지면 좋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action item이 나와야한다. 이 과정에서,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를 물어봐도 좋다.


위 단계를 할 때 중요한 점은, 사과하듯이, 쿠션워드로 칭찬 - 비판 -칭찬 방식으로 얘기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칭찬을 말하고 피드백을 줬을 때, 피드백 자체의 중요도가 낮게 느껴지고, 피드백을 주는 게 뭔가 미안한 얘기인 듯한 톤이 세팅된다. 하지만, 사적인 감정으로 비판을 하는 게 아니라, 상호 발전을 위해서 충분히 고민을 하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은 상호 발전을 위한 건강한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발전하고 싶은 영역이 있거나, 누군가가 나와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나와 더 건강하게 대화하기를 바란다면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청할 때에도 위와 동일하게 미리 어떤 상황인지 톤을 세팅하고,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알려주고, 어떤 식으로 피드백을 나누는 게 좋을지에 대한 Next step을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


상호 신뢰를 가지고, 나를 미워하거나 예뻐해서가 아니라 정말 나와의 건강한 협업을 위해서 말을 한다는 게 핵심인 것 같다. 그런 피드백을 주기 위해서는 내가 본 내용이 사심없는 팩트일지, 이게 왜 말을 해야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인지, 어떻게 이걸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지 자연스레 고민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많은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한 사람이기 때문에, 어느 문화든 이 건강한 피드백 문화가 자리잡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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