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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니타 Sep 21. 2017

비주류가 된다는 것.

관심 없어요. 혼자있는게 좋아요. 안 그렇게 보일 뿐이에요.

남들과 다른 것 같은 기분. 누구나 한 번 쯤은 겪어본 기분일까. 평범하기가 제일 어렵다지만, 그렇다고 내가 특별하다는 것은 아닌데, 남들과는 내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곧잘 해왔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 말투, 가치관, 좋아하는 음식, 음악 그리고 사소한 취향들 마저 나는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것 같다. 사소한 고민과 걱정이 많은 타입이라 가끔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머리가 터질 것 같을 때 주로 엄마에게  털어놓곤 한다. 가만히 들어주기만 하던 엄마는 어느날, '내가 널 그렇게 키워서 그래. 난 네가 특별하길 바랬어.' 라고. 오랜만에 마주한 맥주앞에서 머쓱하게 웃었다.


자라온 환경과 키워준 부모의 가치관은 자식들에게 그대로 이입되며, 스펀지처럼 그 양분을 쑥쑥 빨아들여 자라난 것이 비주류의 나라니. 우리 엄마는 내가 '특별' 하길 바랬다고 했지만. 나는 특별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냥 나는 주류가 아닌 사람이다. 적어도 내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를 받아들이기 까지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나는 내가 왜 학창시절에 강남 팔학군의 대치동 한복판에 살면서 학원을 가지 않아도 되는지. 부모들의 치맛바람에 짜여진 플랜대로 착착 엘리트 코스를 밟아가는 (혹은 밟아가려고 노력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왜 모든 결정을 스스로 내리고 그에 대한 책임 또한 내 몫이었는지 궁금했다. 왜 늘 공부, 진로, 선택, 결정이 오롯한 나 혼자의 것이었는지. 참 지금도 가끔은 이해가 안된다.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또한 그랬다. 왜 나는 많은 친구들을 사귀지 못하는 것인지.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집에 돌아갈 무렵의 바알갛게 지고 있는 노을이 뭐가 그렇게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는지. 그게 너무 궁금했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온통 관심 없는 이야기 뿐이라 늘 가만히 듣기만 했고, 공허하기만 한데, 이런 이야기들이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자연스럽게 그런 자리는 피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익숙하고. 사람들이 불편해서, 혼자 있는 것이 좋아서 집에 있으면서도, 사람들과 어울려야 되는 건 아닌지, 이러다가 정말 혼자 남게 되서 아무도 나 따위는 기억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전전긍긍했던 나날이었 던 것 같다. 실로 작년 까지만 해도 그랬었으니까.


그냥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만 인정하면 되는건데, 그걸 인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고,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새로 옮긴 회사에서도 여직원들이 다글다글한 사무실 안에서 그녀들과 어울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벼운 가십거리들, 티비에서 방영하는 낯간지러운 드라마들이나 예능 프로그램들, 핫한 인스타그램의 인플루언서들, 페이스북에 떠도는 짤이나 오래사귄 남자친구 혹자는 남편 흉보기 등등. 나에겐 어렵기만 한 저 주제들에 능통해야만, 아니 능통한 척 해야만 적응 할 수 있을 것 만 같은 그런 느낌. 누구나 공감 할 수 있으려나 싶다.


내 스스로가 비주류임을 인정하고 나니. 이제는 '이거 아세요?' 라고 했을 때, '아니요. 딱히 관심이 크게 없어서요.' 라고 말할 용기가 생겼다. 애써 말귀를 알아듣는 척 관심 있는 척 하면서 눈 동그랗게 뜨고 '아아 그래요~?' 라고 거짓 리액션을 하던 지난날은 이제 안녕이다.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고 내가 관심 있는 것들에 시간을 쏟아 붓기도 모자란 나날들이다. 그냥. 나는 겉으로만 친화적인 사람이다. 나는 혼자있는 것을 즐기고, 나만의 관심사를 가지고 있으며, 사소한 플랜을 짜고 부지런히 그것들을 달성하면서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는 그런 사람이다.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훨씬 편하다. 글로 내 스스로를 정의 내릴 수 있을 때 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던가.

오히려 이렇게 나를 보듬어 주고 나니, 그나마도 없는 내 주변을 챙겨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지인들은 회사를 옮겨서 그런가 요즘 아주 낯빛이 좋아졌다고들 그런다. 그게 아니라 그냥 내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그들의 이야기를 포용력 있게 잘 들어주고 답이 정해진 대답을 쉽게 해줄 여력이 많이 남은 것일 뿐이다. 예전엔, 어떻게든 남들하고 같아져 보려고 듣기 싫은 이야기들을 억지로 들어주며 비슷한 반응을 보여주려 애썼는데, 그러기를 포기하니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낳은 셈이다.


나는 별 것 없이 혼자서 보내는 주말이 좋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부족한 솜씨지만 글로 옮겨내는 것을 좋아하고, 티비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 보단,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유튜브나, 미드 혹은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시끄러운 아이돌 음악보다는 기분에 따라 락이나 재즈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남의 시선을 별로 신경쓰면서 살고 싶지 않다. 남들이 정의한 '제 때'에 결혼하고 궁색하게 모양새를 갖추며 살고 싶지 않다. 계속 무언가를 목표로 삼고 성취해나가고 달성하며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고 싶다. 사소한 것이더라도. 그렇게 살고 싶다. 그러려면 나는 매일 하루가 바쁘다. 그래서 스쳐갈 당신들에겐 크게 관심이 없다. 내가 사교적으로 보였다면 미안하다. 사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해주고 싶다. 가면을 쓰고 있는 것 뿐이다. 한꺼풀 벗겨냈을 때 보여질 나의 속살도 사실 제법 나쁘진 않다. 그것도 좋아해 줄 수 있는 당신이라면 곁에 있어 달라고 말하고 싶다.


비주류의 나는 혼자인 것을 즐기지만, 그렇다고 동행을 마다하는 것은 아니니까. 내 삶의 일부는 늘 타인을 위해 조금은 공간을 남겨두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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