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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니타 Sep 22. 2017

내가 싫어하는 타입.

돌려까지 말아줄래요?

이 글은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 기록을 빙자한 험담글이다.


꼭 어딜가나 이런 캐릭터 한 명 쯤은 본 적 있을 것이다. 사교적이고 재밌고 유머러스 한 것 같아서 주변에 늘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막상 하는 이야기를 가만 들어보면. 무슨 과도도 아니고 사람들을 죄다 돌려깎기 (?) 바쁘다. 남을 낮추는 것을 유머코드로 활용하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유형이다.


나는 어렸을 때 왕따를 당한 적이 있다. 유년기의 기억이긴 하지만. 그냥 멋 모르던 초등학생 시절이니 내가 키도 크고 덩치도 큰데 인상이 늘 차갑게 험상궂어서 그런지 꼭 한 두 학년 언니들이 나를 그렇게 싫어했다. 그녀들의 입김 덕에 나는 동년배 친구들에게도 이유 없는 왕따를 당했고. 그 트라우마 덕인지 나는 남의 눈치를 좀 과도하게 살피는 편이다.

아무튼 갑자기 웬 나의 지난 왕따 경험 커밍아웃이냐면, 그만큼 나는 대화할 때 남들의 반응을 열심히 모니터링 하고 그에 맞춰서 '맞춤식' 대화를 이끌어가는 편이라는 것이다. 아, 그래. 이쯤 되면 대화 시작 전인데 벌써부터 피곤하다.


이렇게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들면서 까지 좋은 대화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나에게 저런 유형의 사람들은 독약과도 같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지만. 아무리 그렇다지만! 너무하잖아. 눈치보는 사람 따로 있고, 멋대로 행동하는 사람 따로 있다니.


낯을 가리지는 않지만 사람은 심하게 가리는 나로서는 회사에 저런 인물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이야기만 건너서 들었을 뿐인데, 나의 이 고민을 들어주던 친구는 벌써부터 가슴 답답해한다. 친구야, 아직 시작도 안했어.


우리나라는 유난히 칭찬을 하는 것에도 박하고. 칭찬을 받는 것에도 익숙하지 못하다. 겸손이 미덕이라서 그런지 칭찬을 들으면 일단 손사래부터 치고 보고, 칭찬을 하는 것도 진심 1g도 담기지 않는 것이 딱 보이는, 빈 말이 대부분이다. 일단 사람들을 좋게 보기 보단, 나쁜 구석을 먼저 보는걸까? 그럼 그냥 맘에 안든다고 하면 될 것이지, 칭찬을 빙자해서 교묘하게 돌려까는 건 대체 무슨 수법이람. 더 슬픈건 그런 농담에 모두가 깔깔거리며 웃고 있다는 점이다. 당사자인 나를 제외하고는.


앞에선 나도 어색하게 웃다가 뒤돌아서면 시간이 흐를수록 부아가 치밀어 오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 사람. 정말 나랑 맞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타인과 뒤섞여 지내면서 항상 그들에게 좋은 인상만을 심어줄 수는 없다. 제각기 다른 입맛을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내가 그 사람의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내 취향이 아니라고 해서 닿았던 연을 끊어낸다면 우리의 주변에는 아무도 남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우리와 다른 타인을 용인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최소한 상대가 나를 배려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인 것 같다.


배려라고는 눈꼽만큼 없는 그 사람을. 내가 이 공간에 글로 남기고 훌훌 털어버리려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일 수도 있다는 희망이라든지 미련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남에게 배려 받지 못하는건 정말 슬픈 일이지만, 그렇다고 똑같이 내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다면 결국 똑같은 사람이 되는거니까.


아, 그래도 참 어렵다. 꼭 이렇게 이것 저것 생각 많은 나만 손해보는 것 같다. 단순하게좀 살지. 복잡하게도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만 돌려까요. 나 은근 소심한 사람이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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