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뉴스레터 난나나의 동선 Pt. 2
두 번째 파트에선 뉴스레터 편집자, 콘텐츠 기획자로서의 난나나가 아닌 '20대', '여성'으로서의 주디와 페퍼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함께 걷기도 하지만 각자의 동선을 위에 있는 두 사람에 대해 알아보아요.
잔잔
난나나가 아닌 '나'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준 사건, 나를 구성하는 건 뭔지 이야기해주세요. 그리고 이제는 관례상 필수인 MBTI 소개... 이것부터 시작해볼까요?
페퍼&주디
질문 딱 좋아요. 내 얘기하는 게 제일 재밌으니까
페퍼
저는 INFP고요, 나에게 영향을 준 것들이 너무 많은데, 저는 주변 사람들한테 영향을 유독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나를 설명할 수 있는 게 내가 만나는 5명의 사람이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요즘은 다들 각자의 길을 찾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났어요. 일부러 그랬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요새 시시콜콜한 얘기하는 게 재미가 없더라고요. 남 욕하게 되고, 가십거리 얘기하고. 그래서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 낯선 시각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니까 제 시야도 확장되는 느낌이랄까.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죠.
잔잔
요즘 가장 많이 있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페퍼
집이에요. 아래 질문까지 대답하자면 요즘 과몰입 중인 콘텐츠는 ‘나’. 진짜 재미있는 콘텐츠 많은데 결국에 진짜 과몰입하는 건 저예요. 저는 제 심리를 들여다보고 제 철학을 테스트하는 그런 순간들이 좋아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항상 관찰을 하죠.
그리고 난나나가 진짜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 확신이 생겼거든요. 내가 뭔가 할 수 있구나. 내가 생각보다 꾸준한 사람이구나 그리고 사람들이 재밌어하는구나. 그래서 지금 나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저는 서퍼 같아요.
주디
멋진데
페퍼
실제로 서핑을 해보진 않았지만, 어느 파도든 흐름을 잘 타려고 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일단 내가 좋아하는 걸 골라서 하고 있지만요. 언젠가 거대한 파도를 만날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제 운명이고 잘 털어내야죠.
주디
제 MBTI는 ENFP고요, 제게 영향을 준 사건과 연관 지어 보자면, 사실 예전 MBTI는 ESFJ였는데요, 대학 들어오고 되게 바뀐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약간 통제된 환경에 살다가 대학 와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고, 스페인 교환학생 다녀오고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고, 남의 눈치를 많이 볼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MBTI가 같이 바뀐 것 같아요.
스페인 가서 여행 많이 다니고, 인턴 하면서 일을 해보고 그런 게 되게 시야를 넓힌다고 해야 되나. 꼭 공부를 잘하는 게 인생에서는 다가 아니구나. 원론적인 얘기 기는 하지만 그런 것들을 느끼면서 스스로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제게 영향을 준 사건 하나를 뽑아보자면, 저는 예전에 피아노 쳤었거든요. 대회나 연주회를 많이 하면서 무대에 서는 일이 되게 많았어요. 그때 일이 지금까지 영향을 많이 주는 게 큰 대회나 시험이 있어도 잘 안 떨어요.
페퍼
되게 시험 체질이에요
주디
그 경험이 지금 진로와 전혀 관련이 없지만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를 느끼게 된 사건이에요. 뭘 하든 어쨌든 쓸모없는 경험은 없는 것 같아요. 시험을 안 쳐도 어쨌든 뭔가를 두려워하지 않게 됐으니까.
요즘의 저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탱탱볼 같아요. 왜냐하면 어디로 튈지 모르겠어요 인생이. 뭔가 계속 새로운 일을 뛰어가면서 도전하고 있어서 탱탱볼 같아요.
주디
지금 과몰입하고 있는 콘텐츠는. (하...) 저는 오타쿠이기 때문에 최근에 과몰입했던 콘텐츠는요. 얼마 전에 네이버 웹툰 고래별을 보고 새벽 내내 울었는데요. 나윤희 작가님 전작도 되게 좋아했는데 이 작품에서 너무 성장을 하셨어요. 그림도 너무 잘 그리시고. 구도나 연출도 너무 좋으시고 스토리가 1등!
주디의 추천 콘텐츠, <고래별>
https://comic.naver.com/webtoon/list?titleId=729767
잔잔
뉴스레터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일을 하고 계신데, 콘텐츠 제작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취미이자 일을 하며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여러분은 일과 취미의 경계를 구분하고 계신가요? 덕업일치는 우리에게 축복일까요?
주디
저는 콘텐츠 쪽에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게 안 하니까 하고 싶어요. 제가 옛날에 뉴미디어 채널에서 일하면서 유튜브를 안 봤거든요. 너무 스트레스받는 거예요. 맨날 썸네일을 보다 보니까 취미가 유튜브 보기였는데, 일이 유튜브 보기가 되니까 자꾸 ‘이건 이런 구도를 사용했군’, '이건 썸네일이 별로인 걸’ 이렇게 되는 게 인생의 흥미를 잃어버린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그 당시에는 안 봤는데, 회사 나오고 뭔가를 안 만드니까 만들고 싶은 거예요. 뭔가 만들고 싶을 때 마침 페퍼가 나한테 난나나를 만들자고 제안을 해줬어요. 미울 때도 있지만 안 하면 하고 싶은... 그런 모순적인 마음.. 그리고 전 원래 뭔가 찾아서 남한테 먹여주는 거를 좋아하기 때문에… (먹어봐..! 맛있다고...!) 그게 바로 저의 운명이 아닐까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페퍼
저는 그냥 기획을 되게 좋아하는 것 같아요. 언제부터 좋았냐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때 엄마 아빠 생일 때마다 제가 이벤트를 기획해서 풍선 불고, 칠판에다 글 쓰고... 기획이라고 하면 기획이라고 할 수 있나..? 그때부터 약간 떡잎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저도 운명이다! 받아들이고 있다!
잔잔
일과 취미의 경계를 딱히 구분을 하지는 않으시군요..!
주디
‘일과 취미가 구분이 될 수 있나?’는 생각을 해요. 이걸 봄으로써 또 영감을 얻기도 하니까 딱히 구분을 안 하기도 해요. 근데 덕업일치는 축복이 아닌 것 같아요.
아이유 님이 자기는 상업적인 가수가 되고 나서부터 그 전만큼 음악을 온전히 즐길 수 없게 됐다는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 생각에 너무나 동의를 하는 게 일단 일이 되고 나면 따라오는 책임감 그리고 그에 필요한 시간, 환경이 있잖아요. 그러면 어깨에 새롭게 쌓이게 된 것들이 많기 때문에 예전처럼 순수하게 바라보던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물론 더 성과를 낼 수도 있고 더 행복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순간이 있을 순 있는데, 그게 늘 축복은 아니에요. 일을 함과 동시에 내 취미를 잃어버린 것과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페퍼
주디는 책임감을 얘기했는데, 기대때문에 덕업일치는 축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거면 잘하고 싶은데 사실은 잘 못할 수도 있잖아요. 좋아하는 게 일이 되면 기대가 엄청 생기는데, 결과물이 안 좋으면 나 스스로를 되게 미워하게 되는 순간이 한 번씩 오는 것 같아요. 저도 특히 글이 안 써지거나 내가 과몰입하지 못하는 그 순간이 너무 싫어요.
주디
저는 나중에 가로수길에서 주얼리샵 하고 싶어요. 핸드메이드 반지 같이 손으로 만든 액세서리 이런 거 팔고 싶어요.
페퍼
저는 화가나 무용수가 되고 싶어요. 지금은 이미 늦었지만 만약에 한다면 현대무용...? 제가 생각하는 거를 좀 더 다양한 매체로 표현을 하고 싶어요. 지금은 글로 밖에 안 되니까.
잔잔
무용수! 처음 들어본 직업입니다. 뭔가 다 다르네요 진짜. 이 질문 되게 재밌죠.
잔잔
이제 마무리하는 질문들만 남은 것 같은데. 요즘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이 무엇인가요?
페퍼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오래 돈을 벌 수 있을까. 현실적인 고민이긴 하죠.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벌 수 있을까!
주디
‘이 일이 정말 나랑 맞을까’ 하는 생각을 되게 많이 해요.
잔잔
나중을 떠올렸을 때 가장 두려운 것, 혹은 기대되는 것이 있나요?
주디
저 두려운 건 있어요. 남이랑 나를 너무 비교하는 삶을 살까 봐 두려워요. 10년 후면 어쨌든 일관되게 하는 일이 있을 텐데 제가 저의 사회적 위치나 경제적인 면을 남들이랑 너무 비교하다가 무언가 놓칠까 봐 그게 제일 두려워요. 누군가랑 저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재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페퍼
주디와 좀 비슷한 듯 다른 건데, 제가 선택한 길이 궁핍한 길일까 봐. 그 궁핍함이 꼭 경제적인 의미는 아니고 심적으로도 나를 만족시키고 이런 게 아니라 작게 만드는 걸까 봐 두려워요. 근데 사실 그건 제 마음가짐에 달려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두렵진 않고요.
기대되는 거는 내가 하는 일이 진짜 재미있는 일일까. 그러니까 근데 나만 재미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재미있어하는 일일까. 그럼으로써 내가 주목받을 수 있을까 (ㅋㅋㅋㅋ)
잔잔
(결국엔 나로 귀결되는 거죠)
주디
저는 문화적인 것들을 충분히 즐기고 있는 삶을 기대해요. 뮤지컬이나 공연이라든가 아니면 행사라든가. 어쨌든 좀 삶을 풍요롭게 하고 새로운 걸 볼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즐기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잔잔
난나나에 대해서, 그리고 주디와 페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마지막으로 이 길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페퍼
“각자 잘 살아라” 하하. 각자 잘 살아요 우리.
주디
저는 콘텐츠에 몰입하는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에 “계속 과몰입해라”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과몰입하다 보면 또 그 안에서 새로운 게 보여요. 또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요. 김하나 작가님의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를 보면 “창의적인 거는 어디서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뭔가를 계속해서 본 사람이 그것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거다”라는 말이 나와요. 저는 그 말에 되게 감명을 받았거든요. 뭔가 계속해서 과몰입을 하다 보면 또 그거랑 연결된 새로운 가지가 보일 테니까. 그런 몰입하는 인생을 살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꾸준히 어딘가를 향해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끔 우린 그런 사람들을 보며 힘을 얻곤 해요. 앞으로 더 많은 인사이트를 우리 메일함에 넣어줄 난나나를 응원하며 인터뷰를 마칩니다. 난나나가 들려주는 온갖 재미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확인해주세요! 잔잔은 다음주에 동선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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