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의 잔 | 요즘의 생각들...
균형이 깨진 하루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싶으면서도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툭하면 누워버리는 습관이 생겨서는 ‘5분 뒤에 해야지’, ‘10분만 있다 해야지’, ‘정각엔 진짜 일어나야지’ …
하루가 ‘시작’되지 않았다. ‘시…시…시…시…작….!’ 정도? 어릴 적 즐겨하던 <크레이지 아케이드>라는 게임에서 누군가 준비를 너무 오랫동안 하지 않으면 칼같이 강퇴시키던 나는 어디에 갔는지. 게임에선 그토록 바지런히 시작하던 나 아니었던가…
내가 좋아하는 시트콤 TOP3 중 하나인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고로상은 잡화 수입상이자 인테리어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는 프리랜서이다. 귀중한 도자기를 구하러 먼 동네로 출장을 다니거나 리모델링 상담 등으로 하루하루 꽉 채워 산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나서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말한다.
“배가 고파졌어(腹が減った)”
“가게를 찾자 (店を探そう)”
고로상은 먹고 싶은 걸,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만큼 먹는다. 하루를 시작한 사람만이 만끽할 수 있는 마무리. 고로상을 보며 요즘의 나를 떠올린다. 나, 누워있는 게 정말 편했을까? 누워서 핸드폰을 하다 마주한 “좋아요 누르면 남은 2021년에 행복이 가득할 것입니다” 따위의 SNS 댓글에 내 남은 운을 몽땅 거는 허무한 상상을 했다. 좋아요를 누르는 걸로 운을 얻고싶다니, 이렇게까지 시작이 어려워진걸까. 더 이상 이런 식으로 하루를 보내기 싫다. 어떻게든 하루를 살아내자, 고로상처럼 멋지게 하루를 마무리하자.
시작이 어렵다면 끝을 생각해야지. 오늘 할 일 다 하고 시원하게 맥주 한 잔 마시고 자는 상상이나, 진짜 진짜 맛있는 밥을 먹어야지 같은. 그런 확실한 마무리로 몸을 일으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