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은 무거우니 들지 말자_#115
횡단보도를 잘 건너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행인이 대각선으로 빠르게 걸어오더니 나와 부딪혔다. 나에게 달려들어 부딪힌 건 그분이지만 예의상 괜찮으시냐고 물었다. 그런데 다짜고짜 사람이 오는데 왜 피하지 않느냐고 역정을 냈다. 대화가 통하지 않을 것임을 직감하고 무시하며 갈 길을 갔다.
누군가 시비를 걸어오거나 말다툼이 있을 때 말문이 턱 막힐 때가 있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할 가치를 못 느껴서다. 이런 경우가 반복되면 본능적으로 뇌에도 이런 상황에는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데이터가 축적된다. 그래서 소모적인 싸움이나 대답할 가치가 없는 시비가 걸려오면 귀찮아서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응징하는 것도 어느 정도 선이 있다. 얼굴 보는 것도 싫고 같은 공기조차 섞이는 게 역겨울 땐 재빨리 그 자리를 떠버린다.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거나 그냥 지나치면 사람 말 무시하냐고 또 화를 낸다. 정답이다. 무시하는 게 맞다. 그렇게 혼자 열불나게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말은 천 냥 빚을 갚을 정도로 값진 것인데 그 말을 허비하는 건 정말 큰 낭비다. 도저히 참지 못해 말을 받아치는 경우가 생긴다면 낭비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싸워이겨도 좋다. 다만 무논리, 무근거에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그 시간과 말할 에너지라도 아끼자.
말 같은 소리를 해야 대꾸를 할 수 있고, 싸우든 토론을 하든 대화를 할 수 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한다면 무시하는 눈으로 한 번 훑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자신이 언제든 좋게 풀어낼 수 있는 성인군자라고 생각돼도 막상 말문이 막히는 순간 속으로는 야수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속으로 화를 삭이며 손해 보지 말고 그대로 분출하거나 입냄새 정도로 생각하고 그대로 흘려보내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