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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주 Dec 22. 2022

그건 술이 문제가 아니라

술을 바라보는 시선들

"술 얼마나 드세요?"


 한 달에 20일 정도 마신다고 솔직히 말하면 보통 부정적인 시선들을 마주한다. 그 눈빛들에는 놀라움과 걱정이 섞여있다. 간혹 '건강하지 않은 삶'이라는 진단도 받는다. 이런 취급이 싫어서 주량을 줄여 말하는 사람들도 흔히 보인다. 원래보다 한 병 정도 적게 부르는 걸 매너로 보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하지만 언젠가부터 주변 시선 때문에 애써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이 탐탁지 않았다. 술을 좋아하는 건 해악이 아니다. 오히려 솔직하지 못한 모습을 습관처럼 내보이는 게 그릇된 일이다. 


 특정 술자리를 피하고 싶다거나 누군가에게 겸손한 모습을 보여야 할 때 필요에 의한 것이라며 주량을 조작하기도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술자리를 피하고 싶은 사람과의 관계, 술을 잘 하는 걸 교만하게 보는 상대에 있음에도 자신의 한 부분을 깎아내리고 만다.



 반대로 술에 호의적인 사람들도 많다. 나 또한 첫 직장이건 대학시절이건 술 얘기만 목 빠지게 기다렸으니까.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가장 궁금한 게 술에 관한 것이었다. 주종은 뭔지, 속도는 빠른지, 좋아하는 안주는 무엇일지. 이렇듯 처음부터 들떠있다 보니 당연 첫 대화부터 주량을 속일 일도 없었다.


 어느 그룹에 들어가도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모인다. 그 사람들이 편견처럼 ‘폭력적인가?’ 혹은 ‘비생산적인가?’에 대해 연관성이 적다는 것도 술자리 한 번이면 깨닫는다. 

 다들 사람 좋아해서 술자리를 즐기고, 웃고 떠들면서 깊은 대화도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이런 좋은 사람들이 단순히 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평가 절하되는 건 어불성설이다.


 인성과 태도를 결정짓는 것은 술이 아니라 살아온 환경, 학습된 경험 혹은 주체적으로 쌓아온 가치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모든 원흉을 술로 치부한다.


 소화가 안됐는지 속이 더부룩한 적이 있었다. 

“술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술 안 마셨는데?”

“평소에 많이 마신 게 오는 거야~”


 영화 얘기하다가 제목을 까먹은 적이 있었다.

“알콜성 치매 아니야?”

“아니 진짜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

“술 좀 줄여~”


 모기 때문에 잠을 못 자 피곤할 때가 있었다.

“어제도 술 마셨어?”

“아니 모기 때문에 못 잤다.”

“그럼 그저께 마셨나?”


 커피를 좋아하면 감성적으로, 차를 내려 마시면 차분하게 보기도 하면서 유독 술만 좋지 않은 시선이 압도적이다. 그렇게 시작됐던 술꾼들의 현실도피.

 술에는 낭만과 감성이 있고 추억과 일상이 녹아있다. 이를 배제한 오해와 편견들에는 의연해져도 된다. 술에 대한 사고와 태도가 다를 뿐이니까. 

 그저 은연중 만연한 이 부당한 현실을 진실로 마주하길 바라며 오늘 밤도 술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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