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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주 Feb 20. 2023

술을 지향하는 삶

더없이 정상인 삶

 "퇴근하고 술 마실 건데 같이 갈래?"

 "아니. 내일 아침에 운동 가야 돼. 적당히 좀 마셔."


 두 사람의 일상은 다를 테지만 틀린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묘하게 틀린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술집이 헬스장보다 안 좋은 장소로, 삼겹살에 소주가 샐러드에 프로틴보다 안 좋은 음식으로 인식될 때 그렇다. 신체 활동과 식품의 성분만 놓고 보면 맞는 말이겠지만 개개인의 나날은 표면으로만 판단될 정도로 단편적이지 않다.

 많은 활동량과 좋은 영양소만 채운다고 모두가 만족스러운 삶을 살진 않는다. 사람들을 만나 술과 음식을 즐기면서 활력을 얻고, 취기가 올라 맘껏 웃고 떠들며 마음의 평안을 얻기도 한다.


 술을 좋아한다고 해서 건강과는 거리가 멀고,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자기 개발은 전혀 안 할 것 같은 이미지부터 떠올리는 것도 편견이다.

 술 약속이 있으면 하루에 한 끼 정도는 가볍게 먹거나 다음 날 운동을 더 할 것이고, 가끔 기름진 안주보다 해산물을 안주로 삼을 것이다. 중요한 일이 있는데 다 내팽개치고 술자리를 갈 정도로 무책임하지 않으며, 자신의 인생보다 술을 우선시할 정도로 무모하지도 않다.


 매일 새벽 운동을 갔다가 닭가슴살을 먹고, 퇴근 후에는 샐러드로 끼니를 해결하고, 문화 활동까지 마치고 나서 밤 12시 전에 자는 삶이 건강하다는 걸 누구나 안다.

 커피로 하루를 열며 일을 하고, 퇴근 후에 삼겹살에 소주가 땡기면 친구들을 만나 실컷 즐긴 후 취기와 함께 잠드는 삶이 행복하다는 것도 누구나 안다. 

 그저 각자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에 맞춰 살아갈 뿐이다. 

 만약 술을 즐기는 게 잘못된 삶이라면, 세기를 넘어서도 인정받는 예술가와 정치인들부터 시작해 현재의 모든 유명인들까지 술을 안 마셨어야 한다. 하지만 그들 중 애주가는 너무나 많고, 술을 안 마시는 사람들마저 그들의 작품과 일생, 말과 행동에 열광하고 있다.


 이렇듯 술을 좋아한다고 비정상 취급하는 것은 비정상이며, 술과 관계없이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것이 정상이라 생각한다. 뭐든 해낼 사람이라면 술을 좋아하든 아니든 해낼 테니까. 


 일단 다 떠나서 나는 다음날 새벽 운동을 가야 하는 스트레스와 함께 침대에 눕는 날보다 기분 좋게 취기 도는 나른한 상태로 잠자리에 드는 날이 더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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