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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주 Apr 10. 2023

야장 피는 계절

봄에는 꽃만 피지 않는다.

 매섭고 차가운 바람을 피할 곳을 찾아 헤매다 내리쬐는 햇볕에 온기를 느끼기 시작할 때. 그 계절에 우리는 야장을 찾곤 한다.


 눈이 녹고 두꺼운 외투를 벗을 때 즈음, 술집을 품고 있던 거리들도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다들 두꺼운 천막을 걷어 올리고 빨강과 파랑의 플라스틱 테이블들을 늘어놓는다. 간혹 꾸미기 좋아하는 곳들은 저마다의 개성 있는 테이블을 뽐내기도 한다.



 만발하는 꽃들이 사람들을 설레게 만들듯, 거리에 피어난 야장들도 술꾼들을 설레게 한다. 그리고 이내 봄나들이 채비를 시작한다.


 “오늘 야장가기 딱 좋은 날씬데?”

 “이런 날에는 가줘야지 또.”


 식단을 열심히 하던 친구의 마음마저 누그러뜨리게 만든 날씨는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야장으로 인도한다. 도착할 때쯤, 얼마 전만 해도 안쪽 아늑한 곳부터 채워진 자리들이 바깥쪽부터 채워지고 있는 광경이 펼쳐진다.

 서둘러 얼마 남지 않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고 나면 길어진 해가 비쳐주는 메뉴판을 훑어본다. 겨울잠을 깨고 오랜만에 찾은 야장은 뭐든 맛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메뉴 선택을 너그럽게 만든다.


 “진짜 날씨 너무 좋다.”


 간만에 밖에서 편히 술을 마시는 상황은 연신 좋다는 말만 내뱉게 한다. 맛있는 음식과 술은 그만으로도 매력이 있지만 야외에서 느껴지는 봄의 공기는 낭만을 더한다.

 그렇게 야장 그 자체의 분위기에 취할 무렵 또 다른 봄의 낭만이 찾아온다.


 손맛 좋은 이모님이 하시는 노포에 가면 직접 무친 향긋한 봄나물을 내오시기도 하고, 인심 좋은 고기집에 가면 방금 씻은 미나리를 불판 위에 올려주시기도 한다.

 아직은 해가 지면 쌀쌀한 기운이 느껴질 날씨지만, 봄과 같은 마음들은 밖에 더 머무를 수 있는 따스함을 함께 선물한다.


 따뜻한 날씨를 갈망하던 이들은 봄의 야장에서 그렇게 하나둘씩 취해간다. 꽤 괜찮은 겨울을 보냈을지라도 천장이 뚫린 곳에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마시는 술은 반가울 수 밖에 없다.



 봄이 주는 특유의 설렘이 있다. 꽃이 피고, 바깥을 돌아다니며 햇볕을 쬐는 것과 같은 것들. 새해는 1월에 시작했지만 봄이 되면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하는 기분도 든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바깥에서 술을 마시는 것도 그 설렘에 포함되어 있다.

 단순히 알콜을 넘기는 것만 좋아했다면 야장을 좋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기대했던 날씨, 장소가 펼쳐졌을 때 넘기는 술이 좋기에 야장을 기다리고 좋아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집에서 혼자 소주를 따라 마시지 않을까 싶다.


 봄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야장에 모여 봄처럼 환한 모습들로 술잔을 부딪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행복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상황을 직접 마주하는 순간에는 딱딱한 감정들도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그렇기에 봄을 봄답게 누릴 수 있는 야장으로 떠나는 발걸음은 항상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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