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도 철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철은 무거우니 들지 말자_#06

by 잔주

나에겐 다양한 친구들이 있다.
공부를 잘해서 좋은 기업에 다니는 친구, 내일이 없는 듯이 노는 친구,
욕심 없이 한량처럼 사는 친구, 항상 걱정을 안고 사는 친구처럼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나이가 먹어 갈수록 영업 때문에 연락을 하는 친구, 다단계를 권유하는 친구처럼 퍽 달갑지 않은 친구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고 친구니까 서로 돕고 살아야지라는 마음은 언제든지 있다.
하지만 철없이 웃고 떠들고 고민을 털어놓던 친구들이 변해간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모임에 풀어놓을 이야기를 한 보따리 싸가지고 가면 자신의 상품을 소개하기 바쁘고 내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면 바쁘다며 집에 갈 채비를 서두른다.

불과 2, 3년 전만 해도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는 내 이야기나 고민을 풀어 놓으면
그 대상에 대해 욕을 하거나 아니면 나에게 욕을 하거나 하는 꾸밈없는 대화 자리였다.
이것에 대해 나이를 먹어가고 소위 말하는 철이 들게 되면 다 이해하게 될 것이라 주위 선배들을 말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철이 들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만약 후에 내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일 순위로 내 친구들을 찾을 것이고, 진심으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기꺼이 그 친구들을 도와줄 것이다.
하지만 철이 들지 않은 지금의 나의 마음은 예전의 순수함을 잃고 연락이 오거나
철판을 깔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모임에 나오는 친구들의 모습을 볼 때면
미세먼지로 뒤덮인 하늘처럼 답답할 뿐이다.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는 단순히 철이 들고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추억과 풋풋했던 순간들을 이어나가는 연장선 상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들과 나의 이야기의 후반부가 이상하게 꼬여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라리 당장 힘들어도 좋으니 친구들이 철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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