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좋은 것이 좋다.

철은 무거우니 들지 말자_#05

by 잔주

나는 낮보다 밤이 좋다.
우선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색감의 석양이 날 반겨준다.
석양이 지고 나면 하루 반나절을 웃는 가면을 쓰고 일을 하고 온 친구들이 비로소 가면을 벗고 자신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며 하나둘씩 나타난다.
상사 욕, 사회 탓, 학창시절 추억들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인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들 자신의 본모습을 맘껏 자랑하고 있었고 이익을 얻으려는
어떤 가식적인 행동도 없다.

술에 취해 전철역을 향해 걸으며 밤공기를 삼키고 다음날 출근에 대한 욕을 한바탕 뱉어낸다.
같은 방향인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네가 맨날 밤에 나가서 놀길래 클럽이나 헌팅 술집 같은 곳에서 방탕하게 노는 줄 알았다."
사실 통금에 대한 압박이 없어 밤에 주로 놀았다.
하지만 방탕하게 논 적도 없고 가끔 특별한 날에 클럽 같은 곳을 가게 되어도
순전히 음악만 즐기다 오는 정도였다.
그저 밤공기가 좋았고 모두가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시간에 편한 시간을 즐기는 것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은 밤에 논다고 하면 방탕하다던지 불량한 행동을 한다던지,
심하게는 반항아적인 심리를 갖고 있다고까지 생각한다.
물론 낮에 볼 수 있는 따스한 햇살과 구름 한 점 없이 청아한 하늘도 좋아한다.
밤을 더 좋아하는 많고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밤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더 적기 때문이 아닐까.
해가 지고 나서 어두컴컴한 밤의 절반 이상은 잠으로 날려버린다.
밤에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즐길 시간이 낮에 비해 절반이나 적은 것이다.

나에게 밤은 모두가 솔직한 시간이자 수박바의 초록 부분처럼 적지만 소중한 시간이다.
드라이브를 하면서 보는 야경들, 사람 없는 조용한 영화관에서의 심야영화, 야근을 안 했다고 좋아하는 친구의 얼굴, 환하게 조명을 비춘 트럭에서 파는 전기 통닭, 가끔 보이는 북두칠성 모든 것이 소중하다.
일부 나쁜 사람들에 의해 밤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는 않지만,
나는 내가 밤을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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