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은 무거우니 들지 말자_#03
요즘 '백수'라는 소리를 귀에 못 박히게 듣고 있다.
한창 취직해야 할 나이에 두 달째 일을 쉬는 나는 스스로가 그냥 철없는 백수일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백수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 우선 생각해보았다.
흔히들 직업이 없거나 돈을 벌지 못하면 백수라고 정의 지어 부른다.
하지만 이런 백수의 정의들은 정말 잔인하고 냉정한 무기 같다.
마치 '철 없이 언제까지 놀 거야?, 맨날 빈둥대서 좋겠다.'라는 총알들에 내 가슴을 관통당한 것 같은 느낌이다.
잔인한 백수라는 단어를 내 머릿속에서 삭제하고 내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나는 남들이 보지 않거나 작품으로써의 가치가 없어도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만큼은 작가다. 자취방에서 하루 종일 게임만 하고 컴퓨터 부품들만 사대는 내 친구는 철없는 게임중독자가 아니라 예비 프로게이머이다. 하루 종일 집에서 영화를 보고 그 영화에 대한 수다를 하루 종일 떠는 친구는 영화 평론가이며, 일도 안 하고 몇 달째 여행을 하고 있는 선배는 여행가이다.
세상에 백수는 없다.
단지 백수라는 단어를 대체할 명칭이 엄청 거추장스럽거나,
어떤 대단한 결과물이 있어야만 붙일 수 있는 수식어로만 여겨지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차가운 백수라는 단어보다 따뜻한 단어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한 번 툭 던져주자.
매일 SNS에 감성 사진을 올리는 친구가 잘 나가는 포토그래퍼가 될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