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_제주살이 5년 차: 나를 찾는 스케치
“모래 위에 그린 꿈은, 잠시라도 바다를 닮는다.”
제주 화순에 조용하고 작은 해변가가 있다.
하나둘씩 저녁이 되면 산책하는 중년 부부들이 많이 나온다.
나는 남편과 한적함을 즐기기 위해 좀 더 떨어진 해변가로 천천히 걸어간다.
남편은 막대기를 하나 주워오더니, 모래 위에 작은 보트를 그리기 시작한다.
파도가 몰려와 그림은 금세 지워지지만, 나는 그 선을 마음속에 담는다.
그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집중과 설렘,
그리고 이루어질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간절히 원하는 꿈의 흔적이 내 마음에 스며든다.
남편의 눈빛과 손길 속에서, 나는 깨닫는다.
세계 여행이라는 거대한 모험도 결국은 지금 우리가 함께 서 있는 이 작은 해변에서 시작되는 것일지 모른다.
꿈과 현실, 두려움과 용기, 모든 것이 이 순간 속에서 겹쳐진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다짐한다. “이 남자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물리적인 바다를 건너는 여행이 아닐지라도, 그의 열망을 지지하고 함께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모험을 시작한 것이다.
오늘도 모래 위에 그려진 보트처럼,
그의 꿈은 내 마음속에서 조용히 흔들리며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