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산 아래,
쪽빛으로 묻는 나의 자리

4_제주살이 5년 차: 나를 찾는 스케치

by JUMI



“나는 오늘, 나에게 쪽빛을 입힌다.”






작품 : pen & Watercolour. Copyright 2025 jumi hwang. all right reseved.



산방산을 마주한 염색 작업실 안.


10여 명의 낯선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 대부분은 제주에 정착하는 삶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었다.


나는 그들과 함께 천을 쪽물에 담그고,

서서히 꺼내 바람에 흔들며 색이 올라오는 순간을 공유한다.


“와, 색이 올라와요!”

“서울에서는 절대 경험 못 할 일이네요.”


서로의 탄성에 웃음이 터지고,

자연스레 제주살이 이야기와 고민들이 오간다.

누군가는 막 이주한 설렘을, 누군가는 적응하며 겪은 고독을 조심스레 나눈다.


천을 덮은 푸른빛이 점점 깊어진다. 천의 색이 번지듯.

사람들의 이야기와 나의 감정도 스며든다.


쪽물을 수십 번 덧입힐수록 천의 색은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나는 문득 내 안에서 묻는다.

“쪽이 인내 끝에 푸른빛을 내듯,

나는 지금 제주라는 환경에 나만의 색을 얼마나 깊이 물들이고 있을까?”


오늘,

낯선 이들과 나눈 웃음과 쪽빛 천,

바람에 흔들리는 색과 소리 속에서 나는 작은 행복을 느낀다.


진한 쪽빛이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듯, 나의 자리도 서서히, 하지만

확실히 제주에 스며들고 있음을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내가 작업한 커튼은 오늘도 바람에 휘날리며 나를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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