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_제주살이 5년 차: 나를 찾는 스케치
“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파도의 리듬이 된다.”
사계 해변.
야기는 주말이면 육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붐빈다.
카페마다 줄이 늘어서고, 해변에는 아이들 웃음소리와 여행객들의 발자국이 가득하다.
하지만 오늘은 평일. 그 들뜬 소란이 잠시 비켜간 한가한 시간 속에서, 나는 조용히 이곳으로 향했다.
마치 내 집 마당처럼 마음 편히 드나들던 작은 카페,
지금은 사라져 버린 그 자리 앞에 앉으면 형제섬이 정면으로 보인다.
그 풍경은 늘 같은 듯 다르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다시 그리게 된다.
종이에, 아이패드에, 심지어 아이폰 화면 위 손가락으로도.
나는 형제섬 스케치를 좋아한다. 그릴 때마다 바뀌는 그 느낌.. 그 감정.
같은 자리에 있으나 언제나 다르다.
드립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다.
커피 향이 퍼지는 순간,
나는 멍하니 바다 위 두 개의 섬을 바라보다가 아이펜슬을 꺼내 든다.
오늘은 아이패드가 내 종이가 된다.
평소처럼 빠르게 휘갈기는 퀵 스케치가 아니라, 유난히 천천히, 예민한 호흡으로 선을 그어간다.
다르다. 오늘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난 더 천천히 그리고 아주 정밀하게 묘사한다.
내 안의 느낌으로,
바람에 스치는 파도의 리듬을 닮은 선,
햇빛에 따라 은빛과 회색빛을 오가는 바위의 표정.
오늘의 형제섬은 초록빛보다 바위의 질감이 두드러진다.
갈매기들이 머물다 간 흔적일까, 섬 위 하얀 얼룩들이 빛을 받아 반짝인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붓으로 흩뿌려 넣은 디자인 같아,
더없이 기묘하고 아름답다.
나는 왜 이렇게 형제섬에 매료되는 걸까?
제주에서의 내 삶을 비추는 거울 같아서일까.
기대와 설렘,
또 여전히 풀리지 않는 갈등과 흔들림까지,
모든 감정이 저 두 개의 섬에 겹겹이 얹히는 듯하다.
천천히 스케치를 마친다.
옆에 계신 유명한 사진작가님이 내가 스케치하는 보습을 쭉 바라보고 계셨다.
그는 듣기에도 부담스러운 칭찬에 칭찬에 … 나는 쑥스러움에 ”감사합니다 “하고 환한 미소로 답례한다.
그는 나에게 직접 찍은 영상도 함께 건넨다.
오늘의 형제섬은 내 안의 예민함과 닮아 있다.
그 위에 조금 다른 색을 입혔다. 햇살처럼 환한 노랑, 바람처럼 시원한 파랑,
그리고 새 출발을 응원하는 듯한 초록빛.
날씨의 화창함과 카페 주인장의 새로운 도전에 힘입어,
나도 모르게 더 밝고 환한 컬러를 형제섬 위에 얹고 싶었나 보다.
오늘의 기록은 한층 더 가벼워지고, 내일을 향해 나는 나의 마음을 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