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_제주살이 5년 차: 나를 찾는 스케치
“수채화는 어둠을 밝게 물들이는 마법을 품고 있다.”
오늘은 모슬포 항을 향해 나 혼자 차를 몰았다.
1달에 한 번 정도, 고등어회를 즐기기 위해 남편과 함께 오던 길이지만, 오늘은 혼자다.
골목 초입에 들어가서 주차를 한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본다.
이제야 그동안 놓쳤던 작은 횟집들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던 간판들이 하나하나 각자의 컬러를 자랑하듯이 나에게 보인다.
골목은 민망할 정도로 한산하다.
평일 오전이니 당연하겠지. 그러나 그 덕분에 그곳만의 여유와 정겨움이 느껴진다.
골목 구석에서는 어르신들이 쭈그리고 앉아 막 잡아온 고기들을 손질하고 있다.
손놀림은 능숙하고, 세월의 흔적이 묻은 두툼한 손이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삶의 묵직함과 정직함이 나를 정지하게 만든다.
간판 위 알록달록한 색들은 햇살을 받아 은은하게 반짝이고,
작은 상점들 사이로 비치는 그림자들은 마치 오래된 수채화처럼 부드럽다.
나는 오늘 이 모습을 조금 더 화려하게 치장하고 싶다.
쓸쓸하고 한가로운 골목이지만, 그 속에는 사람들이 빚어낸 색감과 온기를 컬러로.
횟집 안에서 들리는 웃음소리, 바닷바람에 섞여 온 비릿한 냄새, 골목에 걸린 빨래와 오래된 목재 문틀…
엉성하게 칠한 페인트 컬러들.
이곳의 한 단골 고등어회 식당은 내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횟집 중 한 곳이다.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아도, 깔끔하고 신선한 고등어 회가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오늘 골목에서 만난 빛나는 컬러와 따스한 온정,
그리고 소소하지만 깊은 생의 흔적들은, 내 스케치 속에서 한층 더 살아나고 있다.
나는 펜을 움직이며 이 골목의 여유와 온기를 천천히 담는다.
골목의 시간은 느리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삶의 색감은 결코 천천히 흘러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