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너를 보내줘야 할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카멜색 반 부츠에 문제가 생겼다.
얼마나 사랑했으면 이 브랜드를 2번이나 구입하여 총 5년을 신은듯하다.
낡아서 다시 구입하러 가로수길에 있는 브랜드 숍을 방문했다. 이제 이 디자인은 안 나온단다.
비슷한 디자인에 좀 더 화려한 스타일이 이것을 대체하고 있었다. 좀 더 신고 싶어서 버리지 못했다….
비가 오는 어느 날, 신발에 물이 들어와 양말이 흠뻑 젖었다. 순간, 아 이제는 이별할 때가 되었구나. 어디선가에 틈이 생긴 것이다.
종일 걸어도 발이 편하고 소소하고 단순한 디자인이 맘에 들었는데…. 이제 보내줘야 할 타이밍이 된 것일까!
엄마는 나보고 궁상을 떤다고 이제는 버리라고 하신다.
난 이 신발을 너무 사랑한다. 카멜 색 그리고 디자인 모두 다 나에게 완벽한 신발이었다.
카멜 색의 종류가 참 많은데, 이 신발의 카멜색은 진짜 환상적이다. 몇 년을 신으니 그 색은 더 깊고 고전적으로 변해 더 고급스럽다.
버리기는 아깝고 어떻게 할까! 궁리 중에 버스 정류장 옆에 있는 신발 수리점이 생각나 방문해 보기로 했다.
배낭에 신발을 넣어서 큰맘 먹고 갔는데 문이 닫혔다. 코로나라 닫힌 건가! 영업을 안 하시는 건가!
아무런 연락처도 메모도 없다…. 며칠 있다가 다시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며칠 뒤 우연히 버스를 타러 가던 중 이 수리점 문이 열려있어서 들어갔다.
신발을 가져온 것이 아니어서 난 사장님께 현재 신발 상태를 열심히 설명했다…. 마치 이 신발을 꼭 수리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가 이런 신발을 가지고 있는데, 혹시 수리가 가능할까요?” 아저씨는 단 한 문장으로 “봐야 해요”
“아. 네” 더 이상의 말을 붙일 수 없는 차가운 어투. 하긴 아저씨가 봐야 수선이 가능한지 알지 이 바보.
흰머리가 약간 있으시지만, 60대 초반 정도, 그럼 할아버지는 아니고 아저씨가 맞는 거다.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려다 말이 쏙 들어갔다. 귀찮아하실 듯해서.
다시 며칠 뒤 찾아왔다. 또 문이 닫혀있다. 이거 뭐지? 보통 잠깐 외출하면 전화번호도 남기는데…. 이분은 그런 것도 없다.
외출 길에 신발을 들고 왔기에 다시 들고 가야 하는 번잡함에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데…. 뒤에서 부른다. 그 아저씨의 목소리.
드디어 내 신발을 보여줄 기회가 왔다.
“에이고 이 부츠는 아주 오래 신었구먼. 여기 보이죠? 여기에 틈이 생겨서 물이 들어오는 거예요” 오늘은 몇 문장을 더 하신다.
나는 열심히 이 신발의 지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사실 그냥 고쳐주세요. 하기엔 아저씨가 거절할 거 같은 두려움.
“이 신발이 너무 편해서 좋은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이참에 물이 들어오는 곳을 막고, 밑창도 다시 하고…. 등등
난 어떻게든 아저씨가 수선해 주시길 바라면서 생각하지 않았던 다른 곳까지 수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가 아니라 통째로 다 수선하고 싶으니 제발 이 아이를 고쳐주세요". 나는 마치 아이가 아파서 고쳐달라고 울부짖는 엄마같이 말이다.
“가죽이 좋은데요? 이런 건 그냥 버리기 아깝지. 컬러도 좋고 ”.
난 너무 신이 났다. 나의 소중한 신발을 이분이 알아차려 주신다.
난 물이 새는 것, 그리고 미끄러지지 않게 전체 창을 바꾸고 닳은 굽도 바꿔 달라고 했다.
사실, 물이 안 새게 꿰매거나 본드로 붙이고 올해 정도만 신어야겠다. 생각했는데. 이참에 싹 수선해서 1~2년 더 신기로 했다.
생각지 못한 3배의 거금이 들었다.
그래도 난 나의 부츠를 올해보다 더 신을 수 있다는 행복감에 너무 신이 났다.
3일 후 신발을 찾으러 가던 날. 내 신발은 다른 모습으로 나를 반긴다. 너무나 반듯하고 예쁜 모습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거기에 아저씨가 서비스로 신발에 광을 내주셨다. 그리고 한마디 하신다.
“이거 광내는 것도 부츠라 비싸요.” 몇 번을 헛수고해서 서비스로 해주셨다고 한다.
나는 이후 종종 내 카멜색 부츠에 광을 내러 들렸고, 그 부츠는 2년을 더 신었으며, 그 이후 3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 신발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또 물이 샌다. 그래서 비가 오고 눈이 오는 날에는 신지 않는다.
또다시 찾아가서 수선할까! 그러기엔 이 아이도 이제 늙었다. 아주 많이 낡은 신발이 되었다.
그리고 이 아저씨는 이제 안 계신다. 젊으신 다른 아저씨로 바뀌었다.
나는 가끔 여기를 지날 때마다 나의 카멜 부츠와 그 아저씨를 기억한다. 열심히 들어주시고 단단하게 고쳐주신 그분과 내 부츠와의 인연.
그리고 그 추억을 간직하고 싶어 그 수선집을 스케치한 나.
우리의 인연은 왜 그리 질긴 것일까! 다 이유가 있겠지..
난 이제 이 아이를 보내줄 준비를 마쳤다.
sketch : Pen and watercolor . copyright 2025 Jumi Hwang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