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산방산이 나를 품었다.

제주에 적응하려는 나. 맞지?

by JUMI

제주에는 참으로 많은 카페가 있다.

지인들은 부러움 섞인 말투로 말하곤 한다.

“넌 좋겠다. 날마다 예쁜 카페 골라 다닐 수 있어서.”맞는 말이다. 제주에선 정말 매일 새로운 카페를 찾아갈 수도 있다. 한 해 지나면 새로 생긴 카페들이 다시 인사라도 하듯 문을 연다. 하지만 나는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이다. 현지인에게 카페란, 뷰보다는 편안한 의자와 익숙한 분위기, 자주 마시는 커피 한잔이 놓인 테이블이 우선이다. 내가 자주 찾는 몇 군데의 카페들은 그런 조건들을 충족한다.

스케치하기 좋은 소재가 있거나, 브런치가 맛있거나, 커피 맛이 괜찮은 곳.

특히 남편과 함께 가는 카페는 커피가 맛있어야 한다. 그는 매일 아침 이탈리아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고른 카페라면, 커피 맛은 검증된 셈이다.

오늘은 사계에 자리한, 내가 자주 찾는 카페에 들렀다.

카페의 큰 창을 통해 내가 즐겨 그리는 형제섬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탁 트인 곳이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온화하다. 바람 한점 없다.

평상시에는 안에서 스케치를 즐기는 나는 오늘은 밖으로 나가 스케치를 하기로 했다.

안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이 느껴지나, 난 이제 신경 쓰이지 않고 나의 그림을 그린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쳐다보면 창피해서 피했는데, 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내 얼굴은 두꺼워져서 이제는 아무렇지 않고 쳐다봄을 즐긴다.

언제나 압도적으로 느껴지던 산방산이 오늘따라 다정해 보였다. 멀리 보이던 형제섬은 앙증맞기까지 했다.

그 풍경을 그리다 보니,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나둘 나에게 멈춘다. “어머, 예뻐요.” “그림 배워보고 싶어요.”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다 한 분이 물으신다. “산방산이 기(氣)가 엄청 세다면서요? 여기 살면 없던 애도 생긴다던데요?”

나는 웃으며 답한다. “저도 제주 출신은 아니라 잘 모르지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실제로 2020년에 제주에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산방산이 가진 ‘기(氣)’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

그 이후로 습관처럼 이 동네 식당이나 카페 주인에게 물어보곤 했다.

신기하게도,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진짜야, 여긴 기(氣)가 세지”라고 말씀하신다.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산방산 앞에 서면 괜히 기가 죽고 작아진다.

장엄한 기세가 나를 누르는 느낌. 때로는 나를 덮칠 듯한 무서움을 간혹 느낀다.


하지만 오늘의 산방산은 달랐다.

바람 한 점 없는 이 고요한 날,

산방산은 두 팔을 벌려 나를 환영이라도 하듯 온화한 얼굴로 나를 안아준다.

그리고 속삭인다. ‘넌 그대로 있어. 내가 너를 품을게. 급하게 서두를 필요 없어. 천천히 그저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가면 되는 거야’ 원하지 않는 일을 행하기보다는 천천히 가더라도 네가 정말 원하는 것을 해.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