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바이 더 씨 (Manchester by the Sea) 영화리뷰
*이 글은 제 개인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을 옮겨온 글입니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 (Manchester by the Sea), 2017
감독: 케네스 로너건
배우: 케이시 에플렛, 미셸 윌리엄스, 카일 챈들러 등
러닝타임: 137분
보스턴에서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는 '리'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어딘지 모르게 만사가 귀찮아 보이고, 무덤덤해 보이는 주인공은 갑자기 형 '조'가 심부전으로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는다. 서둘러 조가 있는 맨체스터로 갔지만 형은 이미 숨을 거두었다. 리는 조가 자신을 아들의 후견인으로 지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리는 어쩔 수 없이 맨체스터에서 조카 '패트릭'과 당분간 지내게 된다. 하지만 리는 간절하게 맨체스터를 벗어나고 싶어 하는 듯하다. 왜 그럴까?라는 의문이 듬과 동시에 영화에선 리의 과거가 보인다.
리는 과거에 실수를 했다. 절대로 돌이킬 수 없는 아주 끔찍한 실수다.
리는 원래 맨체스터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친구들을 자신의 집에 초대한 날, 살짝 취한 리는 술을 더 사기 위해 슈퍼로 향한다. 가는 도중에 '벽난로 안전망을 내렸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지만 '내렸겠지' 단정 짓고 앞으로 걸어간다. 하지만 그는 안전망을 내리지 않았고, 돌아와보니 집은 활활 불타고 있었다. 자고 있던 세 아이는 사망했고, 아내는 중태에 빠졌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한 후 리는 돌아가도 좋다는 얘기를 듣는다. 고의가 아닌 실수이기 때문에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들은 리는 얼빠진 표정으로 되묻는다.
그냥 가라고요?
경찰은 리에게 당신은 그저 끔찍한 실수를 저지른 것뿐이라고, 가도 좋다고 다시 한번 말한다.
그 말을 들은 리는 돌아가는 듯하다가 경찰의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만류로 시도에서 그친다.
I can't beat it. (못 버티겠어...)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리가 지니고 있는 상처를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조금씩, 천천히 드러나는 그의 상처는 최후엔 너무나 크게 다가와서 감히 위로의 말도 꺼낼 수 없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리고 상실을 겪는다.
하지만 나의 실수가 나의 상실과 연결되어 있다면 그 슬픔은 누구도 위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상처를 극복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역경과 고난을 헤쳐나가면 더 강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가벼운 상처는 자연스레 아물기도 하지만 깊게 베인 상처는 다르다.
어쩌면 시간도 그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없다.
그럴 때는 경찰이 리에게 말했던 것처럼, 그냥 가야 한다. 피가 철철 나고 있어도.
그렇게 가다 보면 괜찮을 때도 있지만, 과거가 불쑥 손을 뻗어 현재의 모든 것을 휘저어놓을 때도 있다. 그럼 다시 멈춰 서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부여잡고 하염없이 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함없는 사실은 내가 이 자리에서 숨을 쉬고, 고꾸라져서 피가 나든 어쨌든 다시 걸어갈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수많은 상처를 뒤로하고 앞으로 걸어가야 하는 것이 인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