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납 마트료시카

by 일일오



우리는 계속해서 도구를 사용한다. 무언가 자를 때는 가위를 사용해 자르고, 머리를 묶을 때는 머리끈을 사용한다. 도구들은 각각의 목적성에 맞게 사용된다. 하지만 그것을 사용하기 이전과 이후에는 도구들은 목적을 행하고 있지 않아 목적이 있는 도구의 상태가 아닌 어딘가에 방치되어 있는 잡동사니가 된다. 방치된 도구들은 어딘가에 정리되어 있지 않고 그 사용한 후 바로 그 장소에 있게 된다면 우리에게 도구로 인식되는 것이 아닌 공간을 더럽히는 잡동사니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우리는 귀찮지만 이것을 정리하기 위해 어딘가에 넣어 수납을 해 보기에 깔끔한 공간으로 정리한다.


작은 지우개부터 시작해서 큰 이불까지, 이것들은 집부터 시작해 집 안에 방, 방 속 가구, 가구 안에 수납함, 수납함 안에 많은 물건들 … 우리는 정리를 하기 위해 계속해서 큰 것에서 시작되어 점점 더 작은 것들을 넣고 빼고를 반복하는 수납(정리)의 행위를 한다. 마트료시카 또한 계속해서 크기의 순서에 따라 마트료시카가 수납되어 있다. 두 대상의 크기에 순서에 따라 계속해서 꺼내고 넣는 행위의 공통점을 이끌어내 수납을 새로 정의해 <수납 마트료시카>라고 부른다.



수납마트료시카_아사천 위 아크릴_31x23_2022

일일오가 정의한 수납 마트료시카는 공간 안에 크기에 순서에 따라 반복되는 그림을 그린다. (그 도형 속에는 다양한 것들이 수납되어 있다.) 이러한 드로잉의 반복적인 형태를 통해 마트료시카와 수납의 조형적 공통점을 만들어 일상 속 마트료시카를 드로잉의 형태로 제시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아파트 단지, 빌라 단지를 떠올리기도 하고 작게는 내 가방을 떠올리기도 한다. 우리는 어쩌면 계속해서 반복되는 수납 마트료시카의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금 오버를 보태서 거대한 우주 속에 행성들이 있고 행성들 사이에 지구가 수납되어 있고, 그 지구 안에 대한민국이 수납되어 있고 그 대한민국 안에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가 수납되어 있으며... 점점 수납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내 방에 있는 파우치 속 반지까지 갈 수 있다. 상상도 할 수 없이 큰 우주라는 세계 안에 다양한 수납 마트료시카의 경우의 수 중 내 반지가 최종 수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수납마트료시카_캔버스 위 아크릴_ 53x45.5_2021

도구(대상)는 잡동사니가 될 수 있고 정리를 하게 된다면 마트료시카 안 속에 있는 가장 작은 마트료시카가 될 수도 있다. 수납 마트료시카를 통해 나 또한 귀찮고 지루하다 생각할 수 있는 수납의 행위가 마트료시카를 가지고 노는 재미의 행위라고 새롭게 수납을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